©️지금여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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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열심히 전례부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가 물어왔습니다. 독서를 마치면 독서자는 으레 "주님의 말씀입니다"라고 선포하고 회중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합니다. 그런데, 전례의 분위기를 위해 이 형식을 생략하는 때가 있습니다.

부활 성야의 제3독서를 마감하고 나서는 전례를 위해 "주님의 말씀입니다"를 하지 않습니다. '어? 이런 게 다 있었나?'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장 '매일미사' 4월호를 펴시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3독서는 부활 성야 미사에서 뺄 수 없는 독서입니다. 복음 빼고 독서가 모두 합쳐서 8가지나 되고 길어서 종종 몇 개의 독서는 들어냅니다만, 탈출기를 들려주는 제3독서는 빼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부활에 관하여 구약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중요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독서를 마무리 할 때는, 지문에 나와 있듯이 "주님의 말씀입니다"를 생략하고 바로 화답송을 합니다. 이유는, 3독서의 마지막 부분에 있습니다. "그때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들이 주님께 이 노래를 불렀다."

독서자가 이 마지막 부분을 읽고는 "주님의 말씀입니다"라고 하는 게 이 웅장한 서사를 멋지게 장식하는 걸까요? 아니면 바로 주님 찬양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게 효과적일까요?

바로 이 극적인 효과를 위해 중간에 분위기를 가라앉힐지도 모를 일반적인 형식 대신에 노래가 울려 퍼지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구원하시려는 백성이 바다를 건너 새로운 삶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부활의 의미를 보여 줍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를 통해 영원한 삶으로 건너가기 때문입니다. 기쁨에 넘쳐 자연스럽게 주님을 찬미하는 노래가 나올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하게 되는 순간이 여기에 있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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