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교에 비해 가톨릭 교회는 신자들의 결혼에 대해 여러가지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듯 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제약을 많이 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혼인과 연결된 교회법적 장애로 인해 성사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결혼이 신앙생활에 매우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기에 그렇습니다.

교회가 정하고 있는 기준과 맞지 않아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안게 된 분들을 위한 안내도 이전의 속풀이에서 다뤄 봤습니다. 필요한 내용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결혼이라는 주제는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가족에게 이미 묵직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교회도 여러 조건을 걸어 간섭을 하는 듯 보입니다. 다 큰 어른들이 보기엔 가톨릭 교회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면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인. (이미지 출처 = Pixnio)
혼인. (이미지 출처 = Pixnio)

우선, 교회는 혼인을 성사로 정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례, 성체, 고백, 견진, 혼인, 성품, 병자성사 중에 있으니까요. 말 그대로 거룩한 일이며 성경 여기저기에서 혼인이 어떤 의미인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구약의 창세기를 통해 보면, 하느님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죠. 그래서 온전히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 필요합니다. 그게 혼인인 것입니다.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에 대해 이렇게 이해하고 있기에 신약에서도 혼인은 그리스도와 교회가 맺는 관계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여기에서 남자와 여자는 결합하여 하나가 된다는 "단일성"의 의미를 포함하게 됩니다. 단일성은 창조 때의 모습처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 전제가 됩니다. 일부다처나 일처다부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결합이 죽을 때까지 깨질 수 없다는 "불가해소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교회법에서는 "이혼"이란 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혼인할 때 신자인 사람이 신앙생활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교회는 필요한 조건을 제시합니다. 교회 쪽에서 보면 신자를 성사 차원에서 돌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신자는 성당 혹은 교구장이 허락한 장소에서 혼인을 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신랑과 신부 양쪽 중 한쪽만 신자인 경우에도 성당과 같이 정해진 장소에서 결혼해야 합니다. 만약 신자인 안나 씨와 비신자인 길동 씨가 혼인을 할 경우, 길동 씨는 안나 씨가 신앙생활을 하며 안나 씨가 미래에 생길 자녀도 가톨릭 신앙을 전수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 내용을 알릴 의무가 있고, 이런 고지를 통해 혼인을 할 경우 관면혼배가 이뤄지는 겁니다.

사제로 살아가건, 수도자로 살아가건, 혼인한 이로 살아가건 서원 즉 맹세를 하며 살아갑니다. 그 모두 우리가 그리스도께 고백하는 신앙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내는 삶의 양식이 되겠습니다. 혹시나 결혼에 대해 교회가 너무 간섭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살짝 시각을 바꿔서 그렇게 맺고자 하는 인연이 얼마나 소중하게 다뤄져야 하는지를 먼저 질문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청소년보육사목 지원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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