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신자분께서 제3수련에 대해 물어오셨습니다. 제가 제3수련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나 봅니다. 교회상식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만, 일종의 속풀이 번외편으로 다뤄 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제3수련(tertianship)은 예수회(Society of Jesus)라는 수도회에 입회한 이들 즉, 예수회원들이 평생교육과정의 거의 최종단계에 두는 수련과정입니다. 보통 "수련" 하면 수도회에 입회한 지 얼마 안되는 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예수회원들은 사제든 사제직을 받지 않는 평수사든 모두 제3수련을 받도록 요청받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도회의 양성과정은 지원기, 청원기, 수련기, 유기서원기, 종신서원으로 구분됩니다. 지원기는 수련을 받고자 지원하는 시기입니다. 청원기는 지원기를 거친 사람이 수련을 청하여 준비하는 시기이며, 수련이 허락된 이들이 수련기를 거쳐서 첫 서원을 합니다. 보통 첫 서원 후 6년 내외의 기간이 유기서원기입니다. 유기서원기를 마치기 전에 자신이 몸담은 수도회에서 평생을 살지 여부를 식별한 후 최종적으로 종신서원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예수회의 제3수련은 종신서원을 앞두고 하는 교육처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회원이 아닌 남자 수도자 중에 성직을 수행할 사람은 성품성사 전에 종신서원을 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예수회원들의 전통인 제3수련은 그 성격이 다릅니다.

예수회의 양성과정도 대략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차이를 보입니다. 수련원에 들어온 신입 회원은 수련원 입회 후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피정을 통해 수련원에 머물지 말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것이 제1수련입니다. 다른 수련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죠. 이후 두 해 동안 제2수련기를 거칩니다. 이 수련기를 마감하면 서원을 하게 되는데, 예수회원들은 이것을 종신서원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철학 과정과 신학 과정을 마치고 별도의 서원 없이 서품을 받습니다.

서품을 받고 몇 년 동안 사제로 사목경험을 한 후 제3수련에 임하게 됩니다. 예수회 양성지침에 따르면 가능하면 사제품 이후 3년 이내에 제3수련을 하도록 배려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3년이 넘어 제3수련에 임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평수사인 경우 서원 후 15년 내외에서 제3수련을 하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제3수련은 예수회원으로 살아온 기간을 성찰하고 더욱 깊이 투신하기 위한 시간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냐시오 로욜라 성인과 초기 동료들이 성품성사를 받고 나서 베네치아에서 병자들과 가난한 이들을 만나면서 함께 지낸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그 후배들도 이렇게 함께 기도하고 그리스도께서 우리 존재, 원의, 행위의 중심이 되심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초대됩니다.

제3수련의 기간은 대략 6개월 내외입니다. 이 기간 동안 예수회원들은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예수회의 기본법과 이냐시오의 생애를 되새기며 형제들과의 친교, 가난한 이들과 만나는 다양한 체험을 합니다.

이렇게 제3수련을 마친 이들은 로마 총원의 허락을 통해 최종서원을 하게 됩니다. 최종서원은 한 예수회원이 예수회에 완전히 속하게 되는 사건입니다. 이 최종서원을 발해야 긴 양성기간을 마감하게 됩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청소년보육사목 지원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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