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지난해 11월 30일 호주 전역에서 초, 중, 고등학생들이 파업을 벌였다. 이른바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 Action). 수업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들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는 기후변화라는 주장이다. 학생들은 말한다. “우리에겐 미래가 있다. 우리는 가라앉는 바다와 토네이도가 있는 세상이 아니라, 녹색세상을 원한다.” 호주 학생들의 이 파업에 영향을 준 이가 있다. 15살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그레타는 9월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거부’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그러자 이틀 뒤 스톡홀름의 한 교사가 ‘기후를 위한 교사 거부’라는 피켓을 들고 동조 시위에 들어갔고 응원하는 시민들이 함께했다. 

그레타는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190개국 대표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학생들의 시위’라는 주제로 연설하였다. 그레타는 “당신들은 무엇보다도 당신들의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지금 당신은 그들의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정치인들은 인기가 없어지는 것이 두려워 녹색성장이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말하고, 난장판에 빠뜨리는 나쁜 아이디어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말한다며, 미래 세대를 고려하지 않는 어른들의 경제성장과 개발 논리에 일침을 가했다.

2017년 10월 24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퍼포먼스. ⓒ맹주형

올해 1월 29일 문재인 정부는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총 24조 1000억 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신청한 예타 면제 사업 32개 중 23개가 포함됐다. 대부분 도로, 공항, 철도건설 등 토건사업이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공공사업이 국익에 맞는지 검증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선심성 사업의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국민의 정부가 도입했다. 하지만 예타 면제는 늘 난개발의 시작이었다. 새만금 개발사업도, 4대강사업도 모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시작된 환경재앙이었다. 벌써 중대형 건설, 시멘트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며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틀 뒤인 1월 3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설악산국립공원계획 변경처분(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무효 확인소송 1심 선고가 있었다. 1심 판사는 5분 만에 주문을 읽으며, 설악산을 지키고자 하는 792명의 시민원고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소송은 2015년 8월 28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허가한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사항을 고시한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792명의 시민 원고들이 해당 고시가 하자 있다고 낸 소송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미래세대를 위한 설악산국립공원의 보전 가치보다, 이동약자 등 국민 문화재향유권이 더 크다는 이유로 환경부 장관의 손을 들어 주었다. 1심 선고 뒤 법원에 있던 양양군 지역 토호들은 환호했다.

4대강 사업으로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맹주형

그랬다. 문재인 정부 이전 민주정부라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다. 개발과 경제성장을 이유로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적 생태보전의 요구는 단기적 개발주의에 매몰되었다. 그리고 생태적 가치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시민사회환경진영과 대립과 싸움이 반복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개발과 성장주도 패러다임은 촛불이 만든 정권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스웨덴 사는 15살 소녀 그레타는 어른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화석연료를 땅에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형평성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 시스템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면, 시스템 자체를 변경해야 합니다.” 15살 소녀도 아는 생태적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시스템의 변화를 문재인 정부는 과연 모르는지 묻고 싶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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