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지난 9월 21일은 전 세계가 ‘국제기후파업’ 주간을 맞아 기후위기 문제로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연결된 하루였습니다. 그보다 앞서 스웨덴의 2003년생 그레타 툰베리는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요구하며 스웨덴에서 출발하여 뉴욕까지 보트를 타고 항해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매일 1억 배럴의 석유를 쓰고 있는 현 사태를 비판하며, 이 부조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한국에서도 9월 21일, 태풍이 오는 가운데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전국에서 열렸습니다. 부산의 기후위기 비상행동 시위에는 성베네딕도수녀회 수도자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수녀들은 대부분 직접 만든 피켓팅용 시위용품을 갖고 왔습니다. 아마도 얼마 전에 수녀원에서 있었던 녹색당 고은영 미세먼지 기후변화대책위원장의 강의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라는 그림을 갖고 온 시민이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를 마치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장영식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어설 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남은 온도는 0.5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경제성장과 돈벌이를 위해서 핵발전과 화력발전의 수출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새로운 공항과 도로를 짓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공항과 도로를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태계를 절멸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성찰하지 않습니다. 제주도청과 개발에 눈먼 사람들은 제주의 전설과 신들이 잠자는 오름들과 비자림로 숲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스웨덴의 16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 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어설 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된다고 한다. 부산 시민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 시위를 마친 후 "1.5도"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장영식

이 소녀의 절규에 세계가 응답할 때입니다. 한국 정부가 응답할 때입니다. 기후위기의 진실을 인정하고 비상상황을 선포해야 합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제로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석탄발전 중지, 내연기관 자동차 금지, 재생에너지 확대 등 배출제로를 향한 과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비상상황에 걸맞는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통합 기구가 필요합니다. 허황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 행동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새로운 삶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생태적 회개를 요구합니다.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생태적 회개는 공동체의 회개이기도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19항) 현실을 단순히 이용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상으로 삼는 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11항)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불편을 감수하는 새로운 길을 요구합니다.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는 자족의 삶을 요구합니다. 이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그레타 툰베리가 말한 것처럼 대량멸종의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에서는 중간지대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구는 독점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어머니이며, 우리의 공동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광안리 성베네딕도수녀회 수도자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 시위에 함께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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