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의 성지 네팔?지난달 ‘세계사회포럼’과 그와 연계한 ‘세계해방신학포럼’이 힌두교와 불교의 성지이자 히말라야 산맥의 나라 네팔에서 열렸다.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자마자 도착비자 받기에 분주한 한 무리의 한국 개신교 중년 여성들과 조우했다. 이른바 ‘단기선교’를 온 모양이었다. 부지불식간에 아시아 청년 프로그램을 위해 방문해 온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심지어 오지의 토착원주민 마을들에서도 목격하던 교회당 십자가가 떠올려졌다. 반가움보다는 낭패감이 앞섰다. 감정적 ‘오버’일 수 있겠으나 오랫동안 종교문화 다원주의 및 토착민
2024년 새해, 무엇을 꿈꿀까한 교회 언론이 '시노달리타스,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을 주제로 대담을 마련했다. 연초에 이뤄진 것이고 딱딱한 자리도 아니었으니 ‘신년정담’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10월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에 대해 한국 교회에서 이렇다 할 반응이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오는 10월에 열리는 2차 시노드까지 교회 지도자들과 하느님 백성 전체의 관심이 아주 필요한 시점임을 고려할 때 적절한 기획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 세 명이 서로의 관점에서 ‘공동협의성’(synodality)과
2024년에도 '교황 프란치스코와 하느님의 백성'을 이어 갑니다. 교황이 관심을 갖거나 주도하는 교회 안팎의 문제, 특히 교회 개혁 문제를 '하느님의 백성' 관점에서 성찰하는 코너입니다. 집필해 주신 황경훈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파키스탄 평신도들의 노래우리신학연구소에서 파키스탄 신학자 임마누엘 아시 신부를 처음 초청한 것이 2007년이니 15년도 더 지났다. 무슨 인연인지 올해 10월에 한국에 다시 초청을 하게 됐고 또 11월에는 그의 나라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2018년 아시 신부가 세운 ‘파키스탄 평신도연구소’(TIL
옛날, 옛날에...한 달 전 우리신학연구소에서 주최한 월례 줌 세미나에서는 2023년 세계청년대회(WYD)에 참가한 이들이 나와 자신의 경험을 솔직담백하게 나누었다.1) 가볍게 호응해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만, 오히려 듣고 있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가톨릭대학생연합회’에서 학생운동을 시작해 30대 중반까지 이어진 본당과 교구 청년운동, 그 과정에서 부딪쳐야 했던 일들에 대한 원하지 않는 기억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당시 가톨릭대학생연합회는 이영희, 백기완, 박현채, 송건호 등 재야인사를 초대해 강연회를 열고, 행사 끝
발리에서 만난 청년들몇 년 만에 하는 현장 행사인가. 코로나 감염병이 끝물이지만 항공료는 여전히 고공행진이고 더욱이 펀드 문제로 행사를 불과 몇 달 앞두고도 개최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좌불안석하기를 여러 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하기로 최종 결단을 내렸다. 확실히 개인의 수고로움은 너에게는 ‘남의 일’이다. 그럼에도 현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자약하다면 그만큼 배알이 꼴리고 배신감이 꿈틀거린다. 발리 공항에 내렸을 때 인류가 전에 겪은 적이 없다던 그 공포스런 코로나
‘단 한 줄도 사 줄 만한 문장이 없다!’이번 칼럼은 독자의 흥미에서 살짝 벗어난 주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 교회, 특히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와 한국 교회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려 하기 때문이다. 로마보다도 가깝고 미국보다도 정서적으로 친근한데, 두 지역보다 아시아가 더 멀게 느껴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미스테리다. 지난 한두 달 사이에 일어난 최근의 일이고 또 아시아에 대한 한국 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상황이니만큼 관심을 가져 달라는 부탁으로 말문을 열어 본다.위 부제는 한 아시아 신학자가 F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단지난번 칼럼에서 재위 10주년을 맞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 달 만에 그런 마음이 곱절로 드는 상황에 다시 접하다니 싫지 않은 경험이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쏟아온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과장하고 싶기도 하다. 교황이 2023년 세계 주교 시노드에 평신도 70명을 ‘참관자’가 아니라 의결권을 갖는 공식 참가자로 포함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전조가 있었다. 2022년 3월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 반포가 그것이다. 물론 이 교황령으로 교황청의 구조 개혁, 곧
프란치스코 교황직 10년제목을 이렇게 달고 나니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초장에 길을 잃을 것만 같다. 망설이다 건져 올린 마음 하나, ‘감사’!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건강하게 생존해 계서서 감사하고 자기 고집에 빠진 노인네로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경청하고자 하는 원숙하고 연륜이 깊은 지도자의 모범을 보여 주어서 감사하다. 더욱이 2013년 교황직을 시작하고 얼마 뒤에 발표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이래 온갖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줄기차게 교회개혁과 쇄신을 말하고 이를 실천해 온 삶이, 교회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고맙고 또
한국인의 종교성과 무교1886년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돼 활동하면서 한국인의 종교성을 관찰한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는 이렇게 썼다. “한국인은 대부분 사회생활 할 때는 유교인, 철학적 사색할 때는 불교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영혼숭배자(무속인)가 된다.”1) 일제강점기 한국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헤이그 밀사 파견을 도왔으며 안중근 의사가 존경했다던 인물임을 기억하면, 헐버트의 이런 말에는 한국인과 한국인의 종교성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보인다. 오히려 이 말에서는 그리스도교 선교사로서 자
‘사목 코디네이터’와 본당 활성화한 달 전 즈음에 우리신학연구소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인천교구의 한 은퇴 사제가 내 글을 보고 라틴아메리카의 가톨릭교회 상황을1) 묻기 위해 한 전화라고 했다. ‘70년대만 해도 90퍼센트에 가까운 신도가 가톨릭교회를 믿었는데 왜 근래 들어서 반토막에 났는가’에 대해 실망 반 궁금함 반으로 물어왔다. 얘기를 나누면서 이 노사제가 남미 교회 상황에 대한 단순한 지적 호기심 때문에 전화를 걸어온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말머리에서는 남미 교회 언저리를 맴돌다가 본격적으로 한
(편집 : 장기풍)“자원봉사자들이 ‘자비의 장인’들이 되도록 기도합시다”교종, 전 세계 신자들과 함께 하는 12월 기도지향 발표프란치스코 교종은 전 세계 신자들과 함께 하는 올해 마지막 12월 기도지향을 발표하면서 신자들에게 자원봉사 단체와 그 안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자비의 장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메시지 내용.“자원봉사 단체와 그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합시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되는 것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드는 선택입니다. 세상은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함
위령 성월과 이태원 참사“오늘은 나, 내일은 너.”(Hodie mihi, Cras tibi) 간혹 천주교 묘지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이 라틴어 경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인간의 삶과 죽음을 잠시라도 돌아보게 한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모든 이들의 영혼을 생각하고 기도하는 위령 성월은 가는 해의 끝자락에서 삶의 종국적 의미를 곱씹어 생각하게 하는 반성의 시간을 허락한다. 그러나 올해 위령 성월은 죽음에 대한 이런 잔잔한 성찰과 묵상의 시간으로 보내기에는 마음이 번거롭고 무겁다. 2014년 꽃 같은 아이들 수백 명이 수장되어 불귀의 객이
독일 ‘시노드의 길’, 어디로지난 9월 독일 교회 ‘시노드의 길’(Synodal Path) 제4차 총회가 끝났다. 그와 관련해 이나 등 유수의 교회 언론이 (CNS)가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 기사를 냈다. “독일 교회가 진행 중인 ‘공동합의적 길’ 제4차 총회가 9월 10일 여러 가지 원대한 개혁안을 결의하고 마쳤다”1)는 첫 문장은 5번의 전체 회의 가운데 4번째인 이번 회의가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낸
‘질서’와 ‘무질서’의 공존과 조화오랜만에 ‘이동학교’(Moving School)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때부터이니 물리적인 시간은 2년 6개월 정도에 불과했지만, 심리적인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더 길었다. 왜 그리 길게 느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잡히는 게 없다가 프로그램이 열린 인도네시아에 와서야 한 생각이 선명해졌다. 행사 첫날 한 이슬람 기숙학교 쁘산뜨렌(Pesantren)을 탐방했을 때 만난 아이들과 청년들 덕분이었다. 꾸밈없는 표정과 미소, 수줍은 말투와 몸짓, 또 못 말리는 장난스러움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월 아시아 출신 6명을 포함해 21명의 새 추기경을 임명했다. 한국에서는 4번째 새 추기경이 나왔고 동티모르와 싱가포르에서는 교회사상 첫 추기경이 탄생했다. 이들 6명 모두는 교황 선출권을 갖는 추기경이어서 유권 자격이 있는 전체 아시아 추기경의 수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당시 10명에서 이제 21명으로 늘었다. 이로써 선거권을 가진 132명의 추기경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83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임명한 이들이다.1) 교황을 뽑는 현 콘클라베 방식이 참가 추기경단 2/3의 표로 교황 선
교회에서 ‘지워진 여성’1)2021년 5월 산드라 슈나이더스(Sandra Schneiders) 수녀는 여성 주도의 교회개혁 그룹인 ‘미래교회’(FutureChurch)의 요청으로 ‘지워진 여성’(Women Erased)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강의 시리즈는 미래 교회 측이 여러 여성 활동가와 신학자들에게 요청해 현재까지 지속돼 왔는데, 얼마 전 우리신학연구소 ‘월례 줌 세미나’에서 강의한 크리스틴 솅크(Christine Schenk) 수녀도 이곳에서 초기 교회 여성 지도자를 중심으로 강의했다. 슈나이더스 수녀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
“장애인 없는 교회의 장애성”지난주 우리신학연구소 온라인 세미나에서 시각 장애인으로 60여 년을 살아온 나종천 씨의 일성이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교회의 장애인 사목의 현재를 이렇게 명료하고도 비범하게 집어낸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강의를 들으면서 성서와 사회교리에 자신의 신앙을 녹여내 얘기하는 내용은 마치 한 편의 잘 엮어낸 ‘장애인을 주제로 한 평신도 신학 논문’을 접하는 듯했다. 그동안의 고민을 신학적으로 풀어 나가는 조리 있는 말에서도 그랬지만, 자신의 삶과 신앙을 녹여내어 ‘신앙생활권’, ‘상호선교’, ‘영
달라이 라마의 기도언젠가 기도를 해 줄 수 있겠냐는 그리스도인의 청을 받고 달라이 라마는 서슴없이 그 자리에서 기도를 드렸다. 십 년도 훨씬 전에 한 종교 서적에서 본 이 달라이 라마의 기도문은 내 식으로 살짝 가공되어 그 이후로 묵주기도 때마다 늘 구원송과 함께 바치는 기도가 되었다.예수님가난한 이들이 부유함을 얻고슬픔에 싸인 힘없는 이들이 기쁨을 얻게 하소서겁에 질린 이들이 더 이상 두려워 않고묶인 이들이 자유로워지게 하소서약한 이들이 힘을 얻고이들의 가슴과 가슴이 하나 되게 하소서아직도 눈앞에서 수십만, 수백만 개의 촛불이 일
정말 몰라서 반대하는가‘차별금지법의 내용이 뭔지 정말 몰라서 반대하는가?’ 최근 우리신학연구소가 주최한 차별금지법 관련 온라인 토론회에서 마지막까지 입을 열지 않았던 한 여성 신도가 던진 질문이다. 오해나 무지에서 생긴 반대라면 이를 제대로 알려서 풀면 간단할 테지만, 설령 학습해서 이제 안다고 하더라도 반대를 철회하겠냐는 것이다. 이어 차별반대라는 당연히 제정되어야 법안을 교계는 ‘무엇을 지키고자 또 무엇이 두려워 반대하는가’를 재차 물었다. 아무리 ‘교회 전체’가 아니고 전 서울대교구장과 주교회의 일부의 의견이라고 애써 한계 짓
(편집 : 장기풍)"성 요셉은 하느님의 부드러운 부성을 반영합니다."교종, 1월19일 수요 일반접견 교리교육, 성 요셉 교육 계속프란치스코 교종은 1월19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진행된 수요 일반접견 교리교육을 통해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성 요셉에 대한 설명을 계속하면서 요셉의 ‘사랑이 많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하느님의 부드러움을 반영하며, 우리의 모든 연약함 속에서 사랑받으며 환영받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변화되는 경험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르침 내용.성 요셉의 역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부드러움의 아버지’로 말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