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 축하의 날인가, 점검의 날인가
3월 8일은 1975년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정치, 경제, 사회적 업적을 범세계적으로 기념하는 이 날은 교회에도 질문을 던진다. 교회는 여성의 존엄과 기여를 말한다. 그러나 존엄은 칭송의 언어가 아니라 실질적 권한 배치로 증명된다.
“여성이 필요하다”는 말과 “여성에게 맡긴다”는 말 사이의 간격, 바로 그 지점이 오늘 한국 교회가 직면한 구조다.
문은 열렸다. 누가 들어가고 있는가
2021년 1월 10일, 프란치스코 교종은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을 통해 교회법 230조 1항을 개정했다. 독서직과 시종직은 더 이상 “남성 평신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제 “평신도”에게 열려 있다.1) 여성도 독서직과 시종직을 공식 수여받을 수 있도록 교회법이 개정되었다.
제도는 바뀌었다. 그렇다면 그 제도는 한국 교회 안에서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가.
실행이 앞서가는 교회들
유럽 교회의 일부는, 제도 개정이 선언에만 머물지 않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 준다.
바티칸의 공식 일간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오스트리아 본당의 평신도 사목 담당자들을 소개하며, 그들이 보조 인력이 아니라 본당 운영과 사목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전한다.2) 이들은 신자 상담, 교리 교육, 장례 준비, 공동체 조직을 담당하며,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본당을 책임지고 이끌기도 한다. 그 가운데에는 여성 신학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미 현장에서 ‘사목 책임’이 여성에게 위임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어권 교회에서는 더 분명한 유형이 등장한다. “본당을 이끄는 신학자”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여성 신학자가 본당의 사목 전반을 총괄하는 사례를 소개한다.3) 이는 전례 권한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강론을 제외한 사목 행정과 공동체 방향 설정에 깊이 관여하는 구조다. 형식상 사제 중심 체계는 유지되지만, 실제 운영 중심에는 평신도, 그리고 여성이 서 있다.
또 다른 보도는 여성 평신도 사목자가 장례 예식을 주례하는 사례를 소개한다.4) 이는 단순히 행정적 위임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적 의례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울려 퍼지는 장면이다. 장례는 공동체 신앙의 가장 깊은 층위를 드러내는 의식이다. 그 자리에 여성 평신도가 서 있다는 것은, 신앙 공동체가 이미 일정 부분 권한의 재배치를 실행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이 장면들은 성품성사 논쟁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여성 부제 서품 여부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본당의 일상 사목과 공동체 운영에서는 이미 여성에게 상당한 책임을 위임하고 있다. 제도는 천천히 움직여도, 현실은 그 빈틈 속에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성품성사를 넘어설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해도, 그 경계 안에서 공동체의 공적 언어와 책임은 얼마든지 재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제도가 이미 열어 둔 자리인데도, 왜 한국 교회 안에서는 그만큼 실행되지 않는가.
독서대의 성별 분리
한국 교회의 장면은 다르다. <가톨릭신문> 2023년 3월 28일 자 특집은 본당 전례 문화 속에 굳어진 성별 분업을 그대로 드러낸다.
“본당은 독서자의 성별이 다를 경우, 제1독서는 남성이 맡고 제2독서는 여성이 맡게 한다.”5)
그리고 한 사제는 이렇게 설명한다.
“톤이 낮고 힘 있는 남성 목소리가 앞에 오고, 높고 부드러운 여성이 뒤에 해야 듣기에 좋다.”5)
말씀 선포의 자리에서조차 성별이 배열된다면, 그것은 관습이 아니라 구조다. 전례의 첫 장면에서 이미 위계는 시작된다.
성체 앞에서 멈춘 개정
더 결정적인 지점은 성체 분배에서 드러난다.
<가톨릭신문>은 전국 교구의 비정규 평신도 성체분배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이렇게 보도한다.
“성체분배자의 경우 여성, 특히 여성 평신도의 소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5)
구체적 수치는 더 분명하다.
“평신도에게 비정규 성체분배권을 수여하는 교구 중 2개 교구는 남성에게만 비정규 성체분배권을 수여하고 있었다.”5)
또한 의정부교구를 제외한 상당수 교구에서는 비정규 성체분배권 교육을 받는 여성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거나, 규정상으로는 여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실제 여성 성체분배자가 전혀 없는 교구도 있었다.5)
이는 우연이 아니다. 교리적 금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교황청은 이미 1973년 훈령 '무한한 사랑'에서 성체분배자가 부족할 경우 ‘남녀 평신도’를 비정규 성체분배자로 세울 수 있다고 명시했다.6) 남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일부 교구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한 보좌 신부의 말은 그 배경을 드러낸다.
“여성이 성체 분배를 하면 할머니들이 불편해할 테니 안 하는 게 아니겠느냐.”5)
이 발언은 신학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 공동체 정서에 대한 추측이 근거다.
결국 문제는 교리의 장벽이 아니라 관행적 배제다. 반복된 운영 관행과 정서적 판단이 결합하면서, 전례의 중심 자리에서 여성은 구조적으로 주변에 머물러 있다. 교회법은 열려 있다. 교황청 문헌도 분명하다. 그러나 성체 앞에서, 개정은 멈춰 서 있다.
여성은 봉사, 남성은 권한?
이 구조는 전례의 관행에만 머물지 않는다. 봉사는 여성에게, 결정과 권한은 남성에게 배치되는 상징이 반복될 때, 젊은 여성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자신이 어떤 자리에 놓여 있는지 묻게 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4년 사이 20-30대 여성 신자 수는 88만여 명에서 63만여 명으로 줄었다.7) 특히 청년층에서 여성 비율이 과거의 우위에서 역전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교회가 가장 떠나보내고 있는 이들이 젊은 여성이라면, 전례와 권한의 자리에서 여성의 존재가 어떻게 보이는지는 공동체의 미래와 직결된다.
결정은 남성의 일인가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8) 전 세계 청년이 한국 교회를 방문할 때, 그들이 보게 될 장면은 무엇인가.
말씀은 남성의 목소리로 시작되고, 성체는 남성의 손에서 주로 나뉘며, 주요 결정은 남성 중심 구조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함께 걷는 교회’라 부를 수 있을까.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한 행사 준비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교회의 얼굴을 세계 앞에 드러내는 일이다.
복음이 이미 보여 준 결론
복음서를 펼치면, 예수님께서는 누구보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으로 대하셨다.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셨고, 마리아를 제자의 자리에서 머물게 하셨으며, 부활의 첫 증인으로 여성을 세우셨다. 여성은 보조자가 아니라 증인이었고, 주변이 아니라 중심이었다.
예수님은 이미 보여 주셨다. 문제는 우리가 그 복음을 교회의 모습으로 살아 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지금, 청년에게 묻고 싶다. 이 교회 안에서 당신은 중심에 서 있다고 느끼는가. 본당 공동체에 묻고 싶다. 우리는 직무를 분담한다고 하면서도, 독서대에 서는 일과 성체를 나누는 직무를 여전히 성별에 따라 구분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제들에게도 묻고 싶다. 제도는 이미 열렸는데, 우리는 그 문을 실제로 통과하게 하고 있는가.
한국 천주교회가 예수님을 닮았다는 말을 듣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독서대와 제대에서, 성체를 나누는 자리에서 여성도 공식 직무를 수여받아 서 있는 교회, 제도 개정이 문서가 아니라 일상의 장면으로 살아 움직이는 교회. 그 장면이 일상이 될 때, 복음은 설명이 아니라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각주
1) 프란치스코 교종,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 2021.01.10,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번역본. https://www.cbck.or.kr/Documents/Pope/20220380
2) <L’Osservatore Romano>, “Working in the Parish Every Day,” 2026.02.21. https://www.osservatoreromano.va/en/news/2026-02/dcmen-002/working-in-the-parish-every-day.html
3) <L’Osservatore Romano>, “The Theologian Who Leads a Parish,” 2024.06.01. https://www.osservatoreromano.va/en/news/2024-06/dcm-006/the-theologian-who-leads-a-parish.html
4) <L’Osservatore Romano>, “A Laywoman Who Celebrates Funerals,” 2022.02.05. https://www.osservatoreromano.va/en/news/2022-02/dcm-002/a-laywoman-who-celebrates-funerals.html
5. <가톨릭신문>, '[창간 96주년 특집-시노달리타스와 여성] 교회의 여성, 소외되고 있나', 2023.03.28.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303280167952
6. 교황청 성사성, 훈령 '무한한 사랑', 1973.01.29,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번역본. https://www.cbck.or.kr/Documents/Curia/401932
7. <CPBC> 뉴스, '여성 청년 신자 감소… 20~30대 여성 20년 새 25만 명 줄어', 2025.08.26. https://news.cpbc.co.kr/article/1166464
8. <Vatican News>, “Pope Francis: ‘Next World Youth Day in Seoul, South Korea,’” 2023.08.06.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3-08/wyd-lisbon-pope-francis-angelus.html
예여공
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 '예여공'에서 월례 모임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