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26년 3월 29일) 저녁 뉴스를 보다 화면 하단에 ‘속보’가 뜨는 것을 보았다. 러시아 외무부가 우리 정부에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한참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잠시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러시아가 선수를 치는 것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미국이 우리 정부에 살상 무기를 보내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무기가 부족한 미국
러시아 외교부가 우리 정부에 이런 경고를 보낸 것은 미국이 이런 요청을 우리 정부에 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몇 주 전 한국에 배치된 요격 미사일을 빼 갈 정도로 다급하였다. 이렇게 가져간 미사일이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이스라엘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스라엘 방공망이 속절없이 뚫리고 있다는 뉴스가 (이스라엘의 보도 통제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히 우리 방송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던 듯하다. 애초 며칠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한 달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니 무기가 부족할 만도 하다.
미국으로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급하다고 아시아 지역에 배치한 무기를 모두 가져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니 말이다. 미국 의회가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전쟁에 비용을 쓰라고 승인할 것 같지도 않다. 미국 내 전쟁 반대 여론도 날로 높아지는 중이다. 이런 형편에서 전쟁은 끝내야겠고 돈과 무기는 부족하니 해결 방법을 밖에서 찾을 수밖에. 유럽은 이미 천문학적 비용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쏟아붓고 있으니 여력이 없을 테고, 그러면 남는 곳이 우리와 일본뿐이다.
일본은 우리와 처지가 다르고 애초에 자신을 아시아 국가라 생각하지 않은 지 오래니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않는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헌법을 개정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가 되려 할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혹은 합병)하고 태평양으로 나올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면 일본은 중국에 포위될 것이라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 요구와 상관없이 자국 안보를 위해 이런 기회를 활용하려 한다. 우리와는 처지가 다르다. 그러니 우리는 일본을 따라 해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가 어떤 상황이길래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라 평가한다. 러시아는 미국 제재로 석유 수출 제한을 받았고 수출하는 경우에도 가격 상한에 묶여 있었다. 그러다 전쟁이 길어지니 미국은 한 달간 러시아 석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였다. 물론 러시아에서 직접 실어 오도록 허용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림자 선단이라고 국적을 알 수 없는 배들에 실려 있는 러시아산 석유를 공해상에서 환적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동맹국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미국의 이런 조치로 러시아는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중이고 이를 전비에 쓰고 있다. 알다시피 미국은 러시아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군의 위치, 이동에 대한 위성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무기는 대여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나토군은 군사 고문단 형태로 개전 초부터 이 전쟁에 참여해 왔다. 무기도 공급해 왔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나토군을 대신해 싸워 온 셈이다.
러시아는 나중에 벌어질 수도 있는 나토와의 전면전을 대비하여 이 전쟁에 올인하고 있지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지국에 위협이 되지 못하게 우크라이나의 병력 자원을 지속적으로 고갈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기반 시설도 대부분 파괴하였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종전 후 최소 십여 년 이상 군비를 확충할 여력이 없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미국이 원인을 제공하였다. 나토의 무리한 동진이 전쟁을 불러온 것이다. 나토와 미국이 모두 매달려 싸우는 데도 지금 보고 있듯이 전세는 러시아에 유리하다. 만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패전하면 발트해 3국, 폴란드, 북유럽 국가들이 불안에 떨게 될 것이다. 유럽 전체도 위협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면 우크라이나에도 무기를 대 주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란이 미국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전쟁 비용은 쪼들리는데 이란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 줄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던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미국이 요구했을 수 있다. 러시아가 발끈하고 우리 정부에 경고를 날린 것을 보면 이런 움직임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살상무기 지원은 안 된다!
미국의 중동 지역 파병 요구는 공개적으로 이뤄졌기에 우리 정부도 이를 숨길 수 없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요구는 공개할 의사가 별로 없었던 듯하다. 미국-이란 전쟁, 유가 상승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소리 소문 없이 지원을 하려 했던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만일 그런 게 아니라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국이 이런 요구를 해 왔다고 밝히고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동맹의 요구이니 불가피하다는 핑계도 대지 말아야 한다.
이번 미국 이란과의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으켰다. 지금 드러나고 있듯이 이는 미국 국민이 원한 것도 동맹국이 원한 것도 아니었다. 미국의 소수 집단을 위해 행정부의 일부 집단이 일으킨 것이었다. 동맹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니 동맹과 세계를 위태롭게 하는 국가를 위해 싸울 이유는 없다. 늘 미국이 힘으로 눌러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부당한 요구에 맞서길 바란다. 그러지 못하면 살상 무기 지원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지 않으리라 기대하지만 오랫동안 미국에 할 말을 하는 정부를 본 적이 없어 염려가 크다. 국민에게 고백하고 국민의 도움을 받으라.

박문수
가톨릭 신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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