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 근거 부족과 시노드 정신 실종 논란
2025년 12월 4일, 교황청이 공개한 '중간 보고서'가 전 세계 가톨릭교회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 문서는 제2차 여성 부제직 연구위원회의 논의를 요약한 것으로, 형식상 최종 결론은 유보했지만, 그 내용과 발표 방식이 오히려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고서는 여성 부제직 연구위원회 위원장 주세페 페트로키 추기경이 레오 14세 교황에게 보낸 7쪽 분량의 서한 형식으로 작성됐다. 중요한 점은, 위원회 전체 보고서가 아닌, 추기경 개인 명의의 요약본을 교황의 재가를 받아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탈리아어로만 발표됐고, 위원들의 구체적인 토론 과정이나 발언 맥락은 제한적으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제2차 여성 부제직 연구위원회 위원 중 절대다수가 여성을 성품 성사의 한 단계로 이해되는 부제직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표결했다며, 주요한 이유는 여성이 그리스도의 ‘표상(image)’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제 서품의 경우처럼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판단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형식적으로 결론 유보를 명시했다. 그러나 다수 외신은 이 문서를 “결론을 미루는 방식으로 사실상 방향을 정해 버린 문서”라고 평가했다.
여성 부제직 연구의 전개 과정
이번 보고서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문서가 아니다. 여성 부제 문제는 지난 10여 년 동안 교황청과 세계 교회 안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UISG)의 요청을 받아 여성 부제의 역사적 존재를 연구할 위원회를 구성했다.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인 스페인 예수회 출신 루이스 라다리아 대주교가 위원장을 맡은 제1차 여성 부제직 연구위원회는 초대 교회에 여성 부제가 존재했음을 확인했지만, 그 부제직이 현대의 성직으로서 부제직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성격과 의미를 둘러싸고 내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019년에 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했지만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았고, 위원들은 논의 내용을 외부에 밝히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여성 부제직에 관한 신학적 연구는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2019년 열린 아마존 주교 시노드에서 아마존 지역의 사목적 현실에서 여성 부제직이 필요하다는 의안이 채택되면서 여성 부제 논의가 다시 공론화됐다. 열대 우림의 아마존 지역은 사제가 1년에 한 번도 방문하기 힘든 공동체가 많아, 실제 사목 현장을 찾아가 말씀 전례, 세례, 혼인 등을 수행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 수도자나 평신도 여성이기에, 이들에게 공식적인 직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시노드 최종 문서에서는 여성에게 종신 부제직을 허용해 달라는 의안을 찬성 137표, 반대 30표로 압도적으로 지지하여 채택했다. 그러나 2020년에 발표된 교황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제안을 곧바로 수용하지 않는 대신, 여성 부제직 연구를 재개하도록 하여 제2차 여성 부제직 연구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2020년 재개된 제2차 여성 부제직 연구위원회는 이탈리아의 주세페 페트로키 추기경이 위원장을 맡았다. ‘페트로키 위원회’로 불리는 이 위원회는 역사 연구뿐 아니라 신학적·교의적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범위로 확대됐다. 남녀가 동수로 참여했고, 사제와 부제도 포함되었다. 위원회는 2021-24년 진행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중에 계속되었고, 전 세계 교회가 참여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과 직무 문제는 거의 모든 대륙 보고서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여성 부제에 대한 지속적 식별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광범위하게 등장했다. 2024년 시노드 최종 문서는 여성 부제직 문제를 “닫힌 사안”이 아니라 “계속 식별해야 할 과제”로 명시했다. 그러나 2025년 12월 발표된 요약 보고서는, 세계주교시노드 전체 논의 안에서 검토하도록 한 문제를 다시 소수 전문가 중심 판단으로 되돌린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노드 정신에 역행하는 여성 부제직 논의에 대한 비판
이번 보고서에 대한 비판은 여러 지역과 매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다. 여성 부제 연구로 널리 알려진 가톨릭 신학자 필리스 자가노는 보고서 공개 직후 가장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ational Catholic Reporter)1)에 쓴 칼럼에서 “이 문서의 요지는 아주 간단하다. 여성은 그리스도를 ‘표상할 수 없기 때문에’ 부제로 서품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사실상 가톨릭교회가 여성을 공식적으로 ‘타자(other)’로 바라보고 있음을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면서, 보고서가 교황이 비판해 온 성직주의 문화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아시아 여성 신학자 버지니아 살다나는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ews)에서 이번 보고서가 여성들에게 주는 상처와 실망을 집중 조명했다.2) 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성 신학자들과 교회 내 개혁적 집단에서 이 보고서에 드러낸 실망감을 소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성 신학자 논탄도 하데베는 성폭력 반대 운동이 한창인 와중에 보고서가 발표된 것을 문제 삼으며, “이 보고서가 발표된 시점은 모든 여성에게 뺨을 때리는 것과 같으며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여성 신학자 코추라니 아브라함은 ‘그리스도의 남성성’ 논증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보고서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남성성’ 개념은 신학적으로 설득력이 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통적 남성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셨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예수회 매체 <아메리카>(America)는 여성 부제직 찬반보다는 보고서 작성 과정과 구조를 문제 삼았다.3) 이 매체는 “보고서는 성품 성사의 한 단계로 이해되는 부제직에는 여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최종적인 ‘반대’라고는 선언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중요한 사실은 “위원회 내부에서도 ‘그리스도의 남성성’이 결정적 이유인지에 대해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시노드 과정을 기준으로 볼 때, 이번 접근을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결론 내린 과정이 시노드 정신에 어긋난다고 평가했다.
제2차 여성 부제직 연구위원회 보고서가 제기한 과제
외신들이 공통으로 주목하는 문제는 단순히 여성 부제직 찬반이 아니다. 보고서는 성품 성사의 본질을 남성성에 결부시키는 해석이 정당한가, 부제직은 반드시 사제직을 향한 단계로만 이해돼야 하는가, 시노달리타스 여정에서 드러난 하느님 백성의 경험과 목소리는 실제로 어디까지 교회의 판단에 반영되고 있는가를 묻게 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 질문들에 답을 내리기보다는, 오히려 질문들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형식상 보고서는 “논의는 계속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에게 이 문서는 논의를 계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발표됐다고 해석한다. 외신들은 여성 부제 문제는 이제 제도 논쟁을 넘어 시노달리타스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 문제는 위원회의 판단으로 봉합될 사안이 아니며, 진정한 식별은 더 넓은 경청과 더 투명한 과정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1) Phyllis Zagano, Vatican document on women deacons opens door to more confusion(2025.12.5)
https://www.ncronline.org/opinion/vatican-document-women-deacons-opens-door-more-confusion
2) Virginia Saldanha, Women pained by papal commission’s 'no’ to women’s diaconate (2025.12.8)
https://www.ucanews.com/amp/women-pained-by-papal-commissions-no-to-womens-diaconate/111234
3) Colleen Dulle, Explainer: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Vatican’s women deacons report (2025.12.12)
https://www.americamagazine.org/explainer/2025/12/12/vatican-women-deacons-commission-report/
예여공
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 '예여공'에서 월례 모임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