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투표권과 참여 확대, 그러나 권력은 이동했는가

2024년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총회 회의장에서 여성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장면은 교회 안팎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성 수도자와 평신도들이 주교들과 함께 표를 던지는 모습은, 가톨릭교회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여성 배제의 관행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졌다. <로이터 통신>은 “프란치스코 교종은 시노드 회의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고, 2024년 시노드 총회에는 약 60명의 여성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1)

이 변화는 상징에만 머물지 않았다. 여성 참여 확대는 실제 제도 개편 작업으로도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22년 3월 19일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를 통해 교황청 조직과 구조를 개혁하며, 고위 성직자들만 맡을 수 있던 부서장 직책을 남녀 평신도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25년 11월 24일, 레오 14세 교종은 이 교황령을 반영한 새로운 교황청 업무 총지침 및 교황청 인사 규정을 발표했다.2)

레오 교종은 앞서 11월 21일에 바티칸 시국 기본법 제8조 1항을 변경하는 자의교서도 발표했다. 이전 조항은 바티칸 시국 교황청위원회 의장을 추기경으로 제한했는데, 이를 추기경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도 맡을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다. 이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종이 2025년 2월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바티칸 시국 행정부 장관이자 교황청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하면서, 관련 규정의 개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3)

이는 여성 참여 확대를 위해 교회법적 장벽이 실제로 조정된 드문 사례였다. 그러나 이 제도 조정이 곧바로 교회의 권력 구조 전반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 <로이터>는 같은 맥락에서 “교종은 여성 서품과 같은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여성 부제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의 결론 역시 유보했다”고 덧붙였다.1)

여성의 참여는 분명히 확대됐다. 그러나 교회의 방향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핵심 권한이 이동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외신 보도는 이러한 변화를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그것이 권력 이동으로 이어졌는지는 유보한다.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희망은 구조적 변화라기보다, 변화가 가능해 보이게 만드는 신기루에 가깝다.

구조적 역설 - 경청은 영적 언어로, 결정은 법적·성직 권위로

시노달리타스는 ‘함께 듣고, 함께 식별하며, 함께 걷는 교회’를 이상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최근 외신과 공식 문서를 종합해 보면, 이 이상은 제도 안에서 ‘경청’과 ‘결정’을 분리하는 이분법에 직면해 있다. 2025년 7월, 시노드 사무처에서 발표한 ‘시노드 이행 단계를 위한 길잡이’에 따르면, 시노달리타스가 의견 수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사목 우선순위 식별 또는 구조와 결정 과정의 쇄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명시했다.4) 이는 교회가 스스로 경청과 결정의 연결 필요를 공식 인정한 대목이다. 문제는 현실이 이 선언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비영리 독립 뉴스 플랫폼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프란치스코 교종 선종 직후 그의 개혁을 평가하며, “여성들이 행정과 관리 직책에는 임명되었지만, 의사 결정과 사목은 여전히 대부분 남성 성직자들에게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5) 이는 여성의 참여가 제도 운영의 영역에는 확대됐지만, 교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권한까지는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외신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듯, 경청은 확장됐으나 그것이 법적·제도적 결정으로 전환되는 통로는 여전히 제한돼 있다. 이 지점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언어는 구조적 역설과 마주한다.

사라진 의제들 - ‘연구 중’이라는 이름의 유예 정치

이 구조적 역설은 구체적 의제들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성 부제직 논의는 그 대표적 사례다. 2025년 12월, <로이터>는 바티칸 여성 부제 위원회가 여성의 부제 허용에 7 대 1로 반대 표결을 했다고 보도했다.6) 이는 교회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남성 중심 성직 구조를 다시 확인한 결정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위원회는 “역사적 연구와 신학적 조사가 현재로서는 여성 부제를 허용할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밝히면서도, 동시에 “추가 연구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6)

결론은 부정적이지만, 언어는 ‘최종 판단이 아닌 유보’의 형식을 취한다. 이 방식은 여성 부제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 리더십 확대 역시 제도적 결정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반복적으로 연구와 위원회 논의의 영역에 머물러 왔다. 외신들이 지적하듯, ‘연구 중’이라는 표현은 중립적 신중함이라기보다 결정을 미룸으로써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정치적 언어로 기능한다. 의제는 사라지고, 구조는 유지된다.

동행인가 산책인가? - 경청 없는 결정은 독단이지만, 결정 없는 경청은 공허하다

외신과 공식 문서 모두 “누가 방향을 정하는가?”를 묻고 있다. 시노드 사무처의 문서는 시노달리타스가 경청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의사 결정 과정의 실제적 쇄신 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분명히 말한다.4)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경청과 결정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 <바티칸뉴스>가 전한 교회법 개정 사례는, 결정권이 결국 제도와 규정의 언어로 고정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2)3) 여성의 참여는 환영받았지만, 그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한으로 전환되기까지는 기존 규정을 수정하는 별도의 법적 조치가 필요했다.

이는 교회 안에서 결정권이 얼마나 강하게 구조화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동행은 단순히 함께 걷는 행위가 아니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방향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동행은 공동의 여정이라기보다, 그저 곁을 함께 걷는 산책에 가깝다.

경청 없는 결정은 독단이지만, 결정 없는 경청 역시 공허하다. 지금 교회 앞에 놓인 과제는, 이 두 영역을 다시 연결하는 일이다.

각주

1) <Reuters>, 'Pope Francis gave women Vatican roles but held back on wider changes', 2025.4.21.
https://www.reuters.com/world/pope-francis-gave-women-vatican-roles-held-back-wider-changes-2025-04-21/

2) <Vatican News>, 'Vatican publishes new Regulations of the Roman Curia', 2025.11.24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5-11/vatican-publishes-the-new-regulations-of-the-roman-curia.html

3) <Vatican News>, 'Pope Leo consolidates governance reform for Vatican City Commission', 2025.11.25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5-11/pope-leo-xiv-motu-proprio-presidency-vatican-city-commission.html

4) 시노드 사무처, “시노드 이행 단계를 위한 길잡이”, 2025.6.29.
https://www.cbck.or.kr/Documents/Curia/20250365

5) Tracy McEwan & Kathleen McPhillips, 'Pope Francis tried to change the Catholic Church for women, with mixed success', <The Conversation>, 2025.4.21.
https://theconversation.com/pope-francis-tried-to-change-the-catholic-church-for-women-with-mixed-success-250911?utm_medium=article_clipboard_share&utm_source=theconversation.com

6) <Reuters>, 'Vatican commission says 'no' to women as Catholic deacons', 2025.12.7.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vatican-commission-votes-against-allowing-women-catholic-deacons-2025-12-04/

예여공

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 '예여공'에서 월례 모임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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