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불법 공격과 침략을 즉각 중단하라.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를 거부하라!”
비 내리는 광장에 평화를 염원하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이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를 규탄하며 긴급 공동 행동에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660개 시민사회·종교계 및 정당 단체 관계자들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략 사태에 관한 각계 공동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부가 미국의 파병 압박을 단호히 거부하고 헌법상 ‘침략 전쟁 부인’의 원칙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란 침략은 명분 없는 불법이자 전쟁 범죄
이날 시국 선언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중동 전쟁을 명백한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이란 남부 미나브 초등학교(샤자라 타이이바) 폭격으로 아동과 교직원 180여 명이 희생된 사건을 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은 타국의 영토적 보존과 정치적 독립을 무력으로 위협하지 못하게 한 ‘유엔 헌장 제2조 4항’을 유린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이번 분쟁은 국제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국제형사법, 국제인권법, 국제인도법을 준수하지 않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제인도법은 전쟁 중에도 아동을 비롯한 민간인에 대한 생명권 박탈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이번 폭격 사태에서 미국산 토마호크 미사일 파편 등 명확한 물증이 드러났음에도 미국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승렬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사람을 죽여서 만든 평화는 가짜다. 오로지 분노와 증오만 키울 뿐”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을 남의 전쟁터로 보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전쟁은 가장 취약한 곳부터 덮친다
발언자들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폭력이 여성과 농민 등 취약 계층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 대표는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자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여성이 전시 강간과 고문, 학살에 노출되어 있다”며, “이 전쟁이 평화를 해치고 해악을 끼치는 부당한 전쟁임을 (이재명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치솟은 비룟값과 기름값에 망연자실한 농촌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총칼이 아니라 평화”라며 “파병하는 순간 우리 국민과 이 땅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의 계엄군의 총부리가 우리 국민을 향했을 때 단호히 맞섰듯, 우리 군의 총구가 이란 민중을 향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파병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파병은 곧 공범”...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에 경고
참가자들은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파병 압박에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태호 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군 일각에서 제기한 ‘청해부대’ 파병 문제를 반대하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정당성 없는 위헌 행위임을 지적했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이용해, 국회 동의를 우회하려는 꼼수 전략에 대한 비판이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정책위원장은 “불법 전쟁에 파견은 검토조차 필요 없다”며, “파병 요구에 응한다면 우리 또한 불법에 가담하는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종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 대표는 “헌법 전문은 침략 전쟁에 결코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이라며, 촛불 정신으로 세운 정부가 전쟁광의 파병 강요를 수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하성용 신부, “비인간적 AI 전쟁 거부하고 진정한 평화를”
하성용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이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의 비인간성을 우려했다.
하 신부는 이번 전쟁이 “인공지능(AI)이 전쟁에 본격 활용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무기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배려나 주저함 없이 오직 수치로만 평가한다”며, “기계적 학살이 자행되는 상황에서 교회는 무기를 내려놓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에 의한 비인간적 대리 전쟁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태 10,34)는 복음 구절을 인용하며, 교회의 평화는 “무력으로 싸우라는 뜻이 아니라, 상대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는 ‘힘의 균형’이나 파멸을 전제로 하는 ‘거짓된 평화’를 깨뜨리라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세 보복’ 등 정부가 겪는 외교적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정부가 하지 못하는 ‘노(No)’를 대신 외쳐 주며 평화의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신의 누리소통망(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한국 등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강요했으나, 17일 돌연 “파병은 필요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미국의 태도 변화에도, 시민사회는 19일 저녁 7시 광화문 서십자각에서 ‘평화 행진’을 열어 결의를 이어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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