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인각사의 일연 스님에게
- 닐숨 박춘식
인각사에 갔었던 날, 700여 년 시간을 넘어
일연 스님을 고이고이 만났습니다
삼국유사는 ‘한반도 창세기’라고 말씀드렸더니
그윽한 미소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제가
작금의 ‘한반도 탈출기’를 적어 주시기를 청하자
올 것이 왔구나, 하시는 듯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가까이 또 멀리서 엿보는 오랑캐들에게
홍익이념을 한껏 높여 주시기를 간청했습니다
출신 종교 계층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새 겨레로,
천리만리에서도 보이는 솟대로, 다시는 셋이나
둘로 갈라지지 않는 겨레로 밝혀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주 하늘의 하느님,
비참하게 된 저희 겨레에게 자비를 베푸소서”(유딧기 6,19)
기린 뿔 같은 큰 바위가 솟구쳤던 그날
한반도 산천이 주님의 큰 축복으로 느꼈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9월 10일 월요일)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는 같은 내용도 있지만 다른 내용이 많다고 합니다. 두 권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니까, 어느 유명한 학자는 서슴지 않고 ‘삼국유사’를 손에 들고 이 책이 몇 배로 좋다고 말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인각사의 군위군은 삼국유사의 고을이라는 자랑을 합니다. 문화사에 관심이 깊은 분은, 특히 구비문학을 연구하는 분은, 삼국유사의 존재가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는지 피부로 느끼시리라 여깁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 민족이든 민족의 기원을 신화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연 스님께서 단군에 대한 글을 적어 후대에 전하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분은 큰 스님 큰 학자 큰 문학가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님의 시간 700년 후, 지금의 한반도 우리는, 민족의 뿌리 그리고 민족의 혼을 다시금 정리 쇄신하면서, 이념 고향 종교 출신 등을 큰 품으로 만들어 세계의 본보기가 되어야 함을 다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서 상상해 봅니다. 어느 종교의 신앙이든, 믿는 이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기도부터 끈질기게 바쳐야 한다는 절박한 의무감을 깊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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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