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성당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주무시는 하느님에게

- 닐숨 박춘식

 

낯선 곳을 지나다 성당이 보여 잠시

들어가 보니 하느님께서 주무시고 계시어

조용조용 뒷걸음으로 나옵니다

번뜩거리는 십자고상 그 아래

제단에 기대어 앉아 주무시다니 -

다시 들어가

저 왔습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려다

너무 기진한 모습을 보고 묵묵 물러섭니다

 

“깨어나소서, 주님, 어찌하여 주무십니까?

잠을 깨소서, 저희를 영영 버리지 마소서!” (시편 44,24)

 

종일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주무시는 하느님에게 여쭈어봅니다

하느님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을 간직하려고 -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8월 20일 월요일)

 

사람들이 갈수록 영악해지고, 온갖 과학 기술은 사람의 정신을 한곳으로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자동화 시스템, 자료 모으기와 자료 활용법,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미래 등등 첨단 기법의 새로운 이론이나 놀라운 기술 적용에 대한 문제를 발표합니다. 그 놀라운 변화를 설명하는 마지막에는, 꼭 효율성과 만족도의 극대화라는 목표로 돈, 즉 이득의 수치를 보여 줍니다. 50배 또는 100배의 효과가 있다는 결론으로 엄청난 수익과 편리함과 행복을 말합니다. 다른 각도로 보면 사람이 하느님의 자리에 앉아, 사람 이외의 모든 것을 지배, 통솔, 좌지우지 등등의 효과를 자랑합니다. 머지않아 여자아이들은 장난감 아기 로봇이나 강아지 로봇 또는 원숭이를 껴안고 신나게 다니는 모습을 보리라 여깁니다. 경이롭게 변하는 현실을 만나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을 항상 마음 한가운데 모시는 자세는 가져야 함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신앙을 가진 이들이 하느님을 왕따시킨다면 하느님이 계실 자리는 어디일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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