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백두산 천지. (이미지 출처 = Pixabay)

기도를 이어 기도하면

- 닐숨 박춘식

 

삼천 번 이상

종일 하느님을 생각하면

부서지는 오만의 틈새로 겸손이 보입니다

 

삼천 번 더

온종일 아이같이 성모님을 부르면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목청껏 노래합니다

그러면 나무들이 놀라운 축시(祝詩)를 만듭니다

 

삼천 번 이어 기도하면서

진종일 순교자들에게 애절히 호소하면

구름 한 점 없는 천지(天池)의 하늘로

비둘기들이 하얀 바람으로 날아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9월 24일 월요일)

 

사람은 밥을 먹어야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건강하게 살려면 음식부터 골고루 맛있게 먹어야 합니다. 기도는 신앙생활의 음식으로, 믿음을 키우는 일 그리고 하느님에게 찬미와 기쁨을 드리는 힘을 키워 줍니다. 기도는 영혼의 호흡이라는 말이 있지만, 조금 달리 말씀드리면 기도는 영혼의 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자들과 수도자들이 기도를 뜨겁게 많이 바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듯합니다. 고도(高度)와 변덕스러운 기상 때문에, 30번 만에 맑게 갠 천지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천지에서 한반도의 밝은 평화를 다짐하는 일은 곧 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모든 일이 몇몇 사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하느님에게 그리고 성모님과 순교자들에게 서운함을 드리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며칠 전 천지의 맑은 하늘에서, 천사들이 수녀들의 열렬한 기도를 예쁘게 묶어 만든 빗자루로 하늘과 땅을 깨끗하게 쓸고 있는 모습이 아련히 보이는 듯하였습니다. 더더욱 기도를 꾸준히 바치면, 기적도 계속 나타나리라는 믿음, 바람, 사랑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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