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을 앞두고 9월 29일부터 시작하여 12월 5일까지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합동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APEC을 빌미로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목표로 단속을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단속을 법무부를 포함 정부 5개 부처가 합동으로 진행했습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합동단속으로 미등록 이주민들은 알려지지 않은 숱한 부상과 피해를 당했습니다. 합동단속 시기에는 각 출입국관리소별로 할당량이 정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실적을 올리기 위해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단속이 진행되었습니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 대한 단속은 그 자체로 미등록 신분을 범죄화하여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합니다. 합동단속은 그 강도가 매우 강력하며,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적 체포가 난무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 피해는 미등록 이주민들뿐만 아니라, 이주민 커뮤니티 전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지역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합동단속반원들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체포할 때, 미란다 고지도 없이 수갑을 채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마치 미국 조지아주에서 당했던 우리 노동자들의 참담한 상황과도 같은 일이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 뚜안(가명. 2000.6.13.-2025.10.28.) 님은 지난 2월 계명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대학원 진학 전까지, 잠시 경험 삼아 일을 했던 공장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뚜안 님이 일하고 있던 공장에 들어와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의 체포에 나섰고, 뚜안 님은 이 때문에 약 3시간 동안 숨어 있다가 끝내 추락사 했습니다. 친구와 단속 과정에서 나누었던 뚜안 님의 카카오톡 마지막 메시지는 “무서워. 숨을 쉬기 힘들어.”로 끝납니다. 뚜안 님의 아버지는 뚜안 님보다 베트남에서 먼저 한국에 와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이는 단속을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폭력적인 단속의 공포가 생생했기 때문에 뚜안 님이 일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기를 원했습니다.
천주교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는 11월 12일 12시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고 뚜안 님을 위한 추모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부산의 시민사회와 신자들이 참석한 미사에서 김진호 노동사목 부본부장 신부는 “뚜안 씨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 왔는가를 드러내는 거울과도 같은 사건입니다.”라며,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불법 체류자라 부른다면 출생 신고 시기를 놓친 아기도 불법 체류자입니다. 그 아기가 존재할 서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아기를 불법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존재는 결코 불법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존재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법이 생명보다 앞설 수 없고, 인간의 존엄보다 우위에 설 수 없습니다.”라며 인본주의적 법 해석을 강조했습니다.
김진호 신부는 "오늘 이 추모의 자리는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늦게야 뚜안 씨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친구, 형제인 뚜안 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우리의 슬픔이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연대를 향한 다짐으로 바뀔 것입니다. 우리 친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잊혀지지 않도록, 이 땅의 모든 이주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제 더는 “불법”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죽이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신분보다 먼저, 체류 자격보다 먼저, 그가 사람이라는 사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국적이 아니라 얼굴을, 신분이 아니라 이름을, 체류증이 아니라 눈빛 속의 두려움과 희망을 볼 줄 아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문명이고 그것이 인간다움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고 뚜안 님의 장례와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고태은 '사람이왔다_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정부가 합동단속을 했고, 노동자가 단속반을 피하다 추락사했는데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유감’스럽다고 하는 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나라면 그게 나라입니까.”라며 “뚜안 님이 비자 자격에 맞지 않는 일을 한 것은 죽어도 될 만한 불법이고, 공무랍시고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합법이라면 이건 정말 다 때려 부숴야 하는 체제가 아닌가요.”라며 분노했습니다.
고태은 씨에 따르면, 뚜안 님의 부모님이 신실한 불교 신자셔서 조계종 사노위 스님들이 올려 주시는 재에 큰 위로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스님들은 뚜안 님을 근처 절에 모시고 49재 전까지 기도를 올리신다고 합니다. 이제 뚜안 님의 죽음이 외롭지 않고, 뚜안 님의 절규가 우리 사회의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잊혀지지 않는 목소리가 되도록 남은 이들이 마지막까지 마음 모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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