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교회 되려면 여성의 지혜, 감수성, 경험, 연민, 용기가 성직에 필요하다"

메리놀외방선교회 소속의 로이 부르주아 신부는 2008년 여성 사제 서품식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황청 신앙교리성으로부터 30일 내에 “여성 사제 서품의 당위성에 대한 믿음과 그에 관한 공식적인 성명을 취소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거부시 파문당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메리놀회 역시 이를 문제 삼아 부르주아 신부에게 공식적인 퇴출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사제 수품을 둘러싼 이 논쟁과 관련해 당시 여성사제 수품식에서 부르주아 신부가 행한 강론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나는 제니스 세브르 더스진스카(Janice Sevre-Duszynska)를 몇 년 전에 '스쿨 오브 아메리카'(SOA)* 감시운동을 하다가 만났는데, 그때 그녀는 자기의 신앙 여정을 토로하며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사제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제니스의 사제서품 날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녀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사제로 부름을 받은 그녀를 돕기 위해서 여기 모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사제 수품은 논쟁의 대상입니다. 10년 전에 여성사제 수품의 당위성에 대해서 제가 소속되어 있는 메리놀공동체에 편지를 썼습니다. 이 편지는 메리놀잡지에 “약한 자를 못살게 구는 자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감옥에서는 생각하고 기도할 시간이 많습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여성사제 문제였습니다. 수년 전 제가 군복무를 할 때, 사제 성소를 받고 메리놀외방선교회에 입회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하느님께서 사제 성소로 부른 여성들이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 누가 그들의 성소를 판단할 수 있습니까?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모든 성소는 하느님께서 주도하시는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운데 누가 하느님의 부름을 막을 권리를 지니고 있습니까?

제 사제생활 36년을 돌이켜보면, 교회가 건강하고 완전하게 되려면 사제직에서 여성의 지혜, 감수성, 경험, 연민, 용기가 필요합니다.

성차별은 죄입니다. 그러나, 조안 치티스터(Joan Chittister)의 견해에 따르면, 문제는 '성차별'이라기보다는 여성사제 수품을 반대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하느님에 대한 인식'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하느님을 전능하신 생명의 원천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여성사제 수품을 반대하는 이들은 전능하시고,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은 똑 같은 하느님이 유독 여성에게만은 사제가 되도록 힘을 줄 수 없다는 말합니다. 그래서 여성이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제대에 접근하면 하느님조차 무기력해진다고 믿습니다. 

저는, '스쿨 오브 아메리카'가 라틴아메리카의 암살자들을 훈련시키는 데 항의하다가 투옥되었습니다. '스쿨 오브 아메리카'는 타인의 생명을 통제하기 위해서 그들의 힘을 남용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남성들을 훈련시킵니다. 여기서 훈련받은 군인들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폭력배들입니다. 감옥에도 이런 폭력배들이 있는데, 이들은 공포를 야기하고,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이들을 해치겠다고 협박합니다.

라틴아메리카의 군인들과 일부 감옥 재소자들이 힘을 남용해 다른 이들을 통제하는 것처럼, 우리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이 권력남용을 하고 여성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을 보면 슬퍼집니다. 예수님은 병 고치는 분이었고, 평화주의자였고, 모든 사람들을 동등하게 그의 품에 안으셨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에서 여성사제 수품은 도덕적인 이슈이며, 그저 사라질 문제가 아닙니다. 양심을 지닌 신앙인들이 늘어가면서 여성사제 수품문제는 날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의 메리놀공동체 안에 있는 형제 자매들이 여성사제 수품에 찬성하는 데 감사 드리고, 외람되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메리놀의 뉴스와 잡지에 글을 써서 여러분의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로 저는 가톨릭 사제가 된지 36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 어느 때보다 가톨릭 교회 안에서 여성이 서품되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고위 성직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여성사제 수품을 하지 않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다.” 저는 루이지애나 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이 마을에서 저는 “흑백 분리 학교를 갖는 것은 미국 남부의 전통이다.” 라는 말을 가끔 들어왔습니다. 당시 우리 교회에서 흑인 신자들은 미사 때에도 성당에서 뒤에서 다섯번째 줄부터 자리에 앉는 게 교회의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차별을 정당화하려고 해도, 결국은 잘못이고 비도덕적임을 알게 됩니다. 

성경을 읽어보면, 교회에서 여성사제 수품을 지지하는 많은 구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로마서 16장7절을 읽어보면, 초기교회에서 사도 바오로는 유니아라는 여인을 신앙을 선포하다가 감옥에 갇힌 '사도'라고 썼습니다.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3장26-28에서는, “당신들은 믿음으로 하느님의 아들과 딸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남녀구별이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들은 하나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읽어본 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된 다음,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여인들에게 처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무서워서 문을 잠그고 숨어있던 남자들에게 가서 부활소식을 전하라고 여인들에게 명령하셨습니다.

제니스는 미 국방부가 운영하는 '스쿨 오브 아메리카' 감시운동을 매우 활발히 했었습니다. 원래는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감시운동 중에 비폭력 항의를 하다가 3개월 동안 투옥된 적이 있습니다. 이 운동을 하다가 투옥된 제니스를 포함한 250명 이상의 사람들을 우리들은 '양심수'라고 부릅니다. 

양심은 아주 신성한 것입니다. 양심은 우리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우리에게 옳은 일을 하라고 촉구합니다. 양심이 있기에, 프란즈 재거스타터(Franz Jagerstatter) 역시 군입대를 하라는 히틀러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1943년 8월 9일 이 겸손한 농부는 그의 양심을 지키다 처형되었습니다. 양심 때문에 로자 팍스(Rosa Parks)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야, 나는 더 이상 버스 뒤 자리에 앉을 수 없다.” 양심 때문에 제니스 세브르 더스진스카(Janice Sevre-Duszynska)와 다른 여성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야, 우리들은 사제가 되라는 하느님 부름을 거부할 수 없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오도록 촉구한 것도 우리의 양심입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가톨릭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불의에 침묵한다면, 어떻게 라틴 아메리카와 이라크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소리를 낼 수 있겠습니까?

제니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들과 참석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지지하고, 정의, 평화, 평등을 위한 투쟁에서 당신과 연대할 것입니다. 제니스, 당신의 신앙 여정과 사목 안에서, 사랑하올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역자 주] * 스쿨 오브 아메리카(School of America) : 미국 정부가 냉전기간에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의 확산을 막기 위해 친미군사정권과 민병대 군인들을 데려와 군사훈련을 시켰던 기관. 군인들은 이곳에서 기본적인 군사훈련뿐만 아니라 납치, 암살, 고문, 심리전 등의 기술을 배워 자국으로 돌아가 자국민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아르헨티나의 로베르또 비올라 등 독재자들이 이 기관에서 훈련을 받았다. 현재는 ‘서반구안보협력연구소(Western Hemisphere Institute for Security Cooperation)’로 명칭을 변경했다.

로이 부르주아 신부 (Fr. Roy Bourgeois)

번역 : 서인수 (영한통역-번역 전문가)
기사 원문 출처 / National Catholic Reporter, <Conscience compels us to be here today> 200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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