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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외침[특별기고 - 이미영]

한 여성 검사가 뉴스에 나와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국어 교과서에 실린 대표적 시인, 유명한 연극인, 교수, 배우 등에 관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는 고발)’가 쏟아지던 중 가톨릭 사제를 고발하는 미투도 나왔다. 

이상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교회 안에 성폭력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이 폭로되었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교회 안에 성폭력이 없을 리 없지만, 사실 교회 안에서 미투가 나오긴 쉽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사제들과 관련한 성추문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에 대한 일차적인 비난을 여성에게 돌리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과연 누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만큼 이 여인들의 용기가 대단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부디 그 고통의 무게만큼 짓눌린 지난 시간이 치유되는 미투이길 바란다.)

종교 내 성폭력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친족 간의 성폭력과 닮았다고 한다. 어린 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에게 쉽게 저항할 수 없는 것처럼, 여성 신자들도 오로지 신뢰하던 성직자에게 저항할 수 없는 영적인 상태에서 성폭력을 당하기 때문이다.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가정 폭력 피해자들이 그러하듯 자신이 입은 피해를 폭로할 때 교회 공동체가 혼란스러워지거나 평화가 깨어질까 봐 걱정하며 그 고통을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나 하나만 참으면 다들 평온하게 지낼 수 있다고 여기며, 어쩌면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십자가로 생각하고 홀로 고통을 감내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교회 내 성폭력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느님은 그런 십자가를 주지 않으셨다고. 자신의 모상을 닮은 소중한 자녀가 겪는 고통이 바로 그분이 겪는 고통이라고.) 그런 면에서 성직자의 성폭력은 그를 신앙의 지도자로 여기는 신자들에게 저지르는 위계적인 폭력이며, 여성의 존엄을 파괴하는 것에 더해 공동체의 신앙까지 송두리째 뒤흔든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오늘의 미투운동은 단순히 성폭력을 저지른 한 개인의 범죄를 폭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런 성폭력이 용인되고 문제시되지 않는 사회와 조직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 제기며, 똑같은 피해자가 생겨날 가능성을 막아 보자는 운동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교회 안에서 폭로된 미투도 단순히 죄를 저지른 나쁜 사제 한두 명을 응징하기 위한 폭로로 보아서는 안 된다. 대체로 성폭력은 일회적이고 우연적 사건이라기보다 반복되는 경우가 더 많다. 위계적 성폭력은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문화에서 더 도드라진다. 성직자는 교회 안에서 많은 신망과 권한을 지니고 있기에, 평소 그의 치근덕거리는 행동에 대해 문제시하지 않거나 공동체 안에서 쉬쉬 덮고 감추면서 문제가 커진다. 

가톨릭교회에서 미투가 터져 나온 것은 여인들이 그 폭로로 성전이 정화되리라는 가능성을 믿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강한 기자

이 사순시기에 교회의 성폭력을 드러낸 여성들의 미투는 성전을 정화하라는 복음적 호소로도 들린다. 미투 폭로는 왜 좌파 진영에서만 나오느냐는 질문에 한 인권활동가는 “소위 진보 진영, 좌파 진영의 가해자들에 대해서 말할 때, 그걸 지켜줄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믿음이 있다. 미투는 폭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이기 때문”(<한겨레> 2018.3.7.)이라고 말했다. 가톨릭교회에서 미투가 터져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한국 사회의 3대 종교 중 가장 문제가 적을 것으로 여겨지던 가톨릭교회에서 처음 폭로된 것이 의외라고 이야기하는데, 나 역시 이 여인들이 그만큼 교회 공동체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그 폭로로 성전이 정화되리라는 가능성을 믿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미투에 응답하기 위해 우리는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피해자는 왜 쉽게 이를 드러낼 수 없는지 공동체가 함께 질문하고 고민해야 한다. 마치 오늘의 혼란스러움이 이 사건을 시끄럽게 폭로한 여인의 탓인 양 2차 가해를 하는 문화는 교회 공동체 안에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성폭력은 남성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여성들의 미투운동이 끝없이 이어지자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들과 교류와 접촉을 피하는 이른바 ‘펜스 룰(Pence rule)’이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부디 교회 안의 성폭력 대책이 여성 신자들과 접촉을 피하라는 펜스 룰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잠재적 유혹자로 보거나 여성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제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는 교회 내에 다른 성폭력 사건이 없는지 전수 조사와 더불어, 사제들에게도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도록 교회에 요청했다. 이 지극히 당연한 제안에 교회가 응답하는 것부터가 교회 공동체도 정화되고 치유되는 시작일 것이다. 

이미영

<가톨릭평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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