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 정기총회 결과

천주교 주교회의가 3월 5일부터 9일까지 열린 춘계 정기총회에서 최근 드러난 사제의 성폭력 사건의 대처에 대해 논의하고 방안을 내놨다.

"성폭력뿐 아니라 전반적 교회 쇄신을 위한 기회 삼기로"
교회 내 여성의 위상 높여야

주교회의는 먼저 주교회의 차원의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가칭)을 신설하고 각 교구에는 교회 내 성폭력 피해 접수를 위한 단일 창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에 대한 교회, 사회법적 처벌에 대한 지침과 규정을 사제들에게 적극 교육하며, 신학생과 사제 평생교육 과정에 성범죄의 심각성을 철저히 교육할 예정이다. 교육과 함께 양심 성찰과 고해성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한편, 사제 직무와 생활에 대한 교회의 제반 규정을 강조하겠다고도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교구뿐 아니라 수도회 등 모든 교회 내 조직과 공유할 방침이다.

특별위원회는 주교회의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주교와 성직자, 수도자, 남녀 평신도 전문가 등 10여 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사제의 성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 연구,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 간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과 성차별의 원인 규명, 전반적 교회 쇄신을 위한 제도 개선 연구 및 제안, 법적 처리 문제와 사제 및 신학생 양성 방안,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지원 방안 등을 연구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마련될 각 교구청 성폭력 피해 접수 단일 창구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전화와 전자우편 등으로 접수된 사건은 해당 교구장이 직접 처리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주교단이 이 사건을 계기로 교회가 진솔하게 자성하고 쇄신하는 은혜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단순히 성직자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가 해이해진 윤리, 도덕적 분위기를 쇄신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특정 기관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9일, 춘계 정기총회 결과를 밝히는 자리에서, "성폭력뿐 아니라 전반적 교회 쇄신을 위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김 대주교는 특별위원회의 목적에 대해서, “활동의 초점은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무엇보다 여성(피해자)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며, “전문위원 가운데 여성 전문가를 포함하는 것도 여성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교회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 듣고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만들게 됐지만 교회 내 여성들의 위상을 높이는 등 전반적 쇄신을 위한 기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교회의가 만든 ‘교회 내 성폭력 대응 지침’도 특별위원회를 통해 그 내용을 검토하고 모든 신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지침을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묻자, 그는 “공개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검토하고 실천해야 한다. 내부에서 사제들만 다룰 일이 아니”라면서, “신자들도 알아야 혹시 일탈이 일어날 경우 서로 지적하고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역사 속에서 교회는 늘 개혁되어야 한다는 외침을 들어왔다”며, “이번에도 단순히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자는 의지다. 굳이 말하자면 위로부터의 개혁, 성직자들부터 개혁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있었을 때, 내부적으로만 처리한 것에 대해 “교회가 쉬쉬한 것 아니냐”는 반응에 대해서도, 김 대주교는 “제보를 엄청나게 받고 또 내부적으로 처리하지만, 숨긴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가해자도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 내 성폭력 역시 권력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성직자들이 ‘종들의 종’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단이 6일 오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총회 개회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최근 미투운동으로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김 대주교는 “피해자 주변에 있는 이들, 특히 신자들의 태도는 아주 단순하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며, “가해자 역시 자신의 행동을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날 정기총회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화해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관계와 새 교황대사 임명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먼저 그는 평창올림픽 즈음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를 통해 미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 협력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며, 교회가 남북간 평화와 국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가까운 시일에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면 이같은 교회의 입장을 전하고 싶다”며, “남북 평화는 여야나 종교를 가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일부에서 남북 문제 해결이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발언이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새 교황대사 임명에 대해서도, “교황이 참으로 한국교회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교회와 교황 사이의 핫라인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며, “교황이 한국교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아시아 교회를 위해 한국 교회가 많은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한국 교회가 보편 교회를 위해 봉헌하는 계기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는 주교회의 24개 위원회 가운데 13개 위원회의 신임 위원장을 임명하고,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부활 대축일(4월 1일)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공동명의로 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올해 10월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 제15차 정기총회에 참가할 주교회의 대표로 조규만 주교와 정순택 주교를 선출했으며, 개정된 교회법 조항의 번역을 승인해 새 “교회 법전”을 출판하기로 했다.

주교회의 전국위원회의 일부 위원장과 주교위원회의 일반위원을 선임하고 주교위원회 위원을 다음과 같이 배정하였다. (표 출처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 보도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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