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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죄를 멈출 기회다"착한목자수녀회 김혜선 수녀

미투(Me too, 나도 말한다) 운동으로 가톨릭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터져나오면서 지난 2월 28일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대국민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교회의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변화는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이날 김 대주교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교회법과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 사제들의 성범죄와 성추문에 대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교회법적 처벌을 하고 있다며, 사제 양성 과정에서도 교육과 심리 상담 등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사제 영성의 강화와 사제 교육은 물론, 사제 관리 제도의 보완과 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에 정확한 진상 조사와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며, 가해자 처벌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치유, 2차 가해의 방지다.

이번에 드러난 사건을 지켜본 이들은 구조 자체가 권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교회가 성범죄에 대한, 특히 피해자의 입장을 돌보는 감수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닌가 지적하며, 가톨릭교회의 성찰과 함께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혜선 수녀는 성범죄 조치와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성직자나 수도자 외에 평신도 특히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 수녀가 소속된 착한목자수녀회는 창립자인 성녀 유프라시아 펠티에를 따라 상처받은 여성, 소녀들의 치유와 구원을 수도회 영성으로 삼고 살고 있으며, 여성긴급전화,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시설 등을 운영한다. 또 김 수녀는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신체뿐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면까지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 ‘틴스타’(Teen STAR)에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김 수녀는 “독신 남성 성직자들이 결코 알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사목 대상인 여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사목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며, 사목자로서 가진 힘을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가 무엇인가를 주면 평신도들은 받기만 하는 일방적 관계가 오래 지속됐어요. 불행한 일이지만 이런 때야말로 신자들의 진짜 마음을 보듬는 것은 그들의 마음을 듣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평신도들이 주체가 되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이야기를 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교회는 그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치유의 시작입니다.”

신자들의 진짜 마음을 보듬으려면 그들의 마음을 들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김 수녀가 두 번째로 강조한 것은 신학생들을 위한 성교육이다.

그는 현재도 신학생들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몇몇 신학교에서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신학생들이 성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우는 한편, 구체적인 사례도 깊이 있게 다루면 좋겠다. 신학생들이 (성과 관련해)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지 열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지금처럼 교육해도) 나아질 수도 없고 문제는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김 수녀에 따르면 현재 신학생들을 위한 성교육, 피정을 들여다보면, "폭력적 상황에 대해 여성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신학생들은 또 어떻게 여성을 대하고 느끼는지 말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와 함께 실질적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세대의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와 다른 힘겨움이 있다. 서로 깨어 있지 않으면 힘들다”고 말한다.

“성범죄 해결 국면에서는 사과가 우선입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공감한 뒤의 사과에요. 모든 과정은 복음적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복음, 순명이라는 이름 앞에 피해자들이 너무 억눌려 있었어요. 우선 인간적으로 사과하고 복음으로 봉합해야 합니다. 지금이 죄를 멈출 수 있는 기회입니다.”

김혜선 수녀는 피해자들이 미투운동에 더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자의 입장에서 “아직 잘 모르고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수도자들이 (교회 안의)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피해자들도 수도자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연대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혼자라고 생각할 때, 더욱 힘들다. 약한 피해자들의 힘이 모이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가십이나 판단이 아니라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이 드러낼 용기를 얻을 것이다."

김 수녀는 여성을 바라보는 교회 내 풍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혜선 수녀는 피해자들이 미투운동에 더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 Flickr)

그는 권력형 폭력뿐 아니라 사제와 여성 신자 간에 스캔들이 생기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무조건 여성의 탓만 하는 분위기가 너무 안타깝다며, “무조건 한쪽 탓을 하는 분위기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용기가 이런 문화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의 해법으로 교구내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전담부서나 위원회가 있으면 훨씬 좋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사제, 수도자뿐 아니라 피해자들을 치유할 수 있는 평신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형태다.

그는 “이런 기구까지 만들 수 있다면 교회가 민주화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례는 분명히 있고, 그동안 문제를 덮었기 때문에 더 큰 흠이 된 것이다. 이제는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서, “교회는 단호해야 한다. 이것은 재발을 방지하고 치유와 회복을 위한 기회다. 정말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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