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사제단, 사과문 발표

2011년 해외 선교지에서 천주교 신부가 평신도 여성 봉사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지난주 나오면서, 한국 천주교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한만삼 신부(수원교구)는 2003년 사제가 된 중견사제로서, 2008-12년 아프리카 수단 선교에 이어, 2015년 12월부터 광교1동 본당 주임을 맡고 있었다.

2011년 수단 선교지에서 있었던 한 신부의 성폭력 사건은 2월 23일 저녁 <KBS> 보도가 나오면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수원교구는 한 신부에게 ‘정직’ 처벌을 했다.

수원교구와 정의구현사제단,
피해자와 신자들에게 사과

일요일인 2월 25일에는 한 신부가 소속된 교회 기관들이 사과문을 냈다.

우선,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수원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발표해 피해자와 가족, 교구 신자들에게 사죄했다. 이 주교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잡아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구체적으로 교구는 여성 인권과 품위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에 걸맞은 합당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모든 사제들이 이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것”이며 “교구 사제단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동 연대 책임을 지고 함께 회개하며, 올바른 사제상을 재정립하고 사제단의 쇄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도 이날 사과문을 내 한 신부가 정의구현사제단의 일원이기에 “그의 죄는 고스란히 우리의 죄”라면서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교회의 사제다운 도리인지 심사숙고하겠다”며, 이번 일로 (가톨릭 사제의) 본분을 되찾고 수덕과 교회쇄신에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일반 단체와 달리 명시적인 가입, 탈퇴 등의 회원 규정이 없으나, 한 신부는 그 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수원교구와 정의구현사제단은 한 신부 사건을 최근에야 처음 알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천주교 수원교구청. ⓒ강한 기자

주일에 문 닫은 광교1동 성당,
대리구 사제 피정 끝나는 3월 2일까지 미사 없어

한편, 2월 25일 밤 <KBS>는 수원교구장의 사과문 취지와 달리 한 신부가 주임을 맡았던 성당 신자들에게 언론의 왜곡 및 증폭 보도를 막기 위해 주일에 성당에 오지 말라는 문자메시지가 보내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KBS>는 수원교구가 “미사가 3월 2일까지 없는 것도 원래 그 시기가 사제 피정 기간이라 수원교구 내 모든 성당에서 미사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수원교구의 사제 피정 기간은 공식적으로 지난 23일 끝났다”면서, 교구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수원교구 주보 등을 확인한 결과, 광교1동 본당이 속한 수원교구 수원대리구는 2월 26일-3월 2일이 대리구 소속 사제 피정 기간으로, 대리구 소속 성당 대부분이 평일 미사를 봉헌하지 않거나 일부만 하도록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천주교의 지역별 공동체인 ‘교구’는 규모가 큰 경우 다시 여러 지역별 대리구로 나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교구 사제 피정도 나누어 하기도 한다. 피정이란 가톨릭 신자들이 영성 생활에 필요한 결정이나 새로운 쇄신을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곳에서 종교적 수련을 하는 일을 말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4-25일에 미사를 중단하자는 의견은 교우들의 동요와 충격을 고려해 본당 사목회에서 먼저 논의하고 교구 허락을 받았으며, 문자 내용도 사목위원들이 작성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수원교구의 해명을 듣고자 교구 사무처에 2월 26일 오후 연락했으나, 모든 담당 신부들이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오후 3시 30분 현재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피해자 실명 인터뷰, 성폭력 피해와 용서 반복됐다고 주장
선교지 철수 걱정돼 소리도 못 질러

앞서 2월 23일 <KBS>는 한 신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김민경 씨(소피아)의 인터뷰를 실명으로 보도했다.

이 인터뷰에서 김 씨는 2011년 4월부터 신부 3명, 다른 자원봉사자 1명 등과 함께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동안, 식당에서 한 신부가 “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막고 강간을 시도”했으며, 자신은 다음 날 새벽 5시에야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에 대해 “다른 후배 신부님들한테 피해 사실을 알렸고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한 신부가 자신의 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와 먼저 나온 일도 있다면서,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엔 어쨌거나 미안하다,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 사죄를 하고 그래서 용서를 받아주고 화해를 하고 그러면 같은 일이 또 반복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한 신부의 이러한 행동들의 횟수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주 자주 있었던 일이고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또 그는 소리를 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것은, 현지인이 성폭력 상황을 목격하면 선교사업 자체를 철수해야 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씨는 “교구 내 성폭력 피해 전수 조사와 사제들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수원교구에 요구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