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성범죄 엄벌, 사제교육과 관리 제도 개혁”

한만삼 신부(수원교구)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국민에게 사과했다. 또한 김 대주교는 사제 성범죄 엄벌, 예방 교육 등에 대한 교회 입장도 밝혔다.

김 대주교는 2월 28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희 주교들은 한마음으로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하여 성폭력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교회의 사제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주교는 “독신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며 윤리의식과 헌신의 종교적 표지가 되어야 할 사제들의 성추문은 참으로 실망스럽고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교회의 쇄신과 자정을 촉구하며 성폭력의 피해를 용기 있게 고발한 점은, 사제들이 세속적인 문화와 쾌락의 폐단에 빠져 있다는 질책”이라면서, “이는 천주교회가 안일하게 살아온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준 것이기에, 개혁과 쇄신을 열망하는 신자들이 사회의 참된 빛과 소금이 되도록 사제들에게 가하는 질책으로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주교는 “한국 천주교회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교회법과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 사제들의 성범죄와 성추문이 발생할 경우 각 교구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정직과 면직 등의 처벌”을 해 왔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각 교구에서는 사제들의 성추문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제 양성 과정에서부터 정기적인 사제 연수와 피정은 물론 심리 상담을 통해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발생한 일부 사제들의 성적 일탈”을 교회가 “속죄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사제 성범죄에 대한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여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주교단은 사제 영성의 강화와 사제 교육은 물론 사제 관리 제도의 보완과 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여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저희는 회개와 참회의 시기인 사순절에 이런 불행한 일이 드러난 것이 사제들의 진정한 회개를 촉구하시는 하느님의 뜻임을 깨닫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사제들이 겸손하게 보속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이끌겠다”고 말했다.

또 “주교들과 사제들은 하느님께서 선사하신 고귀한 여성의 품위를 교회와 사회 안에서 온전히 존중하고, 특별히 사제들의 성범죄로 인해 고통 받는 분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교회의가 배포한 참고자료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회는 2014년부터 교황청 승인을 받아 '성직자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처리에 관한 지침'을 주교회의 차원에서 공통으로 갖고 있다.

성인 대상의 성범죄에 관해서는, 2014년 추계총회에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해, 수집된 성범죄 사례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교구의 정책(2003)을 각 교구에 전달해 각자 대책안과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도록 했다.

2월 28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왼쪽)가 사제 성폭력 사건 사죄 담화문을 낭독하고 있다. ⓒ강한 기자

다음은 김 대주교와 기자들의 질의응답이다.

- 다음 주부터 주교회의 정기총회인데, 이 문제 관련해 주교들과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가?

김희중 대주교(이하 김) : 정기총회 기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심도 깊게 대화할 것이며, 한국 교회가 더욱 쇄신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회쇄신을 말할 때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고 있다. 2000여 년 전부터 교회는 항상 쇄신되어야 한다는 확실한 명제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 교회의 역사 안에서 그때그때 교회가 올바르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 일부 뜻 있는 수도자, 평신도들이 쇄신의 요구를 당당하게 내세울 때, 교회는 겸허하게 그 요구를 받아들이고, 다시 한번 추스르는 징검다리로 삼아 오며 여기까지 이르렀다.

- 수원교구에서 문자메시지 등 후속적 논란이 있었다. 이 자리에 수원교구에서 나와 함께했어야 진정성 있지 않나?

김 : (문자메시지) 그 내용에 대해 제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아마도 이번 정기총회 때 주교님들로부터 어떤 내용이었는지, 사실이었는지 확인해 보고, 그에 대해서 또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 그동안의 한국 천주교 성추문 통계가 있나?

김 : 일반적으로 교구에 편지, 고발, 고소가 많이 올라온다. 그것이 실명으로 제기되었을 때는 반드시 당사자를 불러서 확인한다. 해당 사제에게도 확인을 하고. 그리고 이에 따라, 경중에 따라 법적인 진행이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정직, 면직 이렇게 진행된다.

그런데 어떤 법적 소송에 있어서도 양편 입장을 상세히 듣지 않고서는 우리가 판단 내릴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확인하고, 그에 따른 교회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각 교구는 독립적으로 하고 있기에 전체 교회에서는 그것을 알 수 없다. 다만 교구장님들은 다 알 것이다.

-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교구 별로 아는 사안에 대한 공감대와 확인, 대비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나?

김 : 제 생각에는 서로 정보 공유 차원에서 각 교구의 실상이 어떤지 자연스럽게 얘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수원교구 한 신부에 대한 ‘정직’ 징계가 지나치게 경징계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김 : 이는 법적 마지막 절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으로 봐 주면 되겠다. 법적 절차를 진행하며 점점 그 강도를 높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본인으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아마 못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의 강도가 다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피해자가 요구한 사제 성폭력 전수조사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나?

김 : 우리 천주교회는 각 교구가 독립체다. (예를 들어) 아무리 작은 교구라 해도 (다른 교구인) 서울대교구가 전혀 관여할 수 없다.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각 교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 한 신학교에서 신학생 상대 강론에서 한 신부에 대한 매도가 심하다는 등 발언이 있었다는데 이것은 사제들의 일반적인 생각인가? 이 발언에 대한 천주교 차원의 입장은?

김 : (그것은) 개인 의견이며, 천주교의 공식 입장은 별도라 생각한다.

2월 28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강한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