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구마사란 구마(驅魔, Exorcism) 행위를 하는 사람(Exorcist)을 가리킵니다. 즉, 악마에 사로잡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를 그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사람입니다.

한여름에 납량특집을 원하셨는지는 몰라도 지인이 질문해 오셨습니다. 얼마 전에 몇몇 언론이 교황청에서 구마사를 인정하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한 적이 있는데, 이걸 보고 구마예식과 구마사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혼란스런 사회와 찌는 더위에 맞서기에 시기적절한 주제인 듯합니다. (구마에 대해 참고적으로 같이 볼 만한 속풀이 자료가 있습니다. ‘신자로서 '귀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교황청에서 구마사(퇴마사) 협회를 공식 인정했다는 기사가 대략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찾아봤습니다(<허핑턴포스트코리아> ‘로마 교황청, '퇴마사' 공식 인정하다’ 참조). 기사를 보건대 바티칸이 지금까지는 전통적으로 구마사에 대해 인정해왔을 뿐 공식적인 인정은 안 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협회가 공식 인정된 것으로 봐서는 구마사들끼리도 국제적 공조체제를 형성하고, 경험을 나누며, 이 단체에 대한 바티칸의 지원도 가능하려니 어림하게 됩니다. 공식적인 면허가 발급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교회 내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기능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새롭게 보이는 사건이 아닙니다.

구마행위의 전형은 예수님이십니다. 그리고 교회가 그분의 권능과 의무를 부여받아 그것을 여전히 행하고 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673항 참조). 그래서 구마예식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그분의 명령이 주된 골자를 이루고 있습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악령에게 어떤 장소나 사람으로부터 물러가라고 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이 행위를 구마예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예식을 행하는 이가 앞서 말한 구마사(퇴마사)입니다.

구마예식은 일곱 가지 성사(세례 · 성체 · 견진 · 혼인 · 성품 · 병자 · 고해성사)는 아니지만 준성사의 한 가지입니다. 준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사를 신자들의 영적인 유익을 위하여 모방한 것입니다.

성사는 그 의식 자체를 통해 효과가 발생합니다. 즉 성사 자체가 하느님 은총의 통로입니다. 이와 달리 준성사는 하느님의 은총이 내리도록 하는 개별적인 거룩한 행위나 물건 등을 말합니다. 준성사는 신자들이 그리스도를 더 잘 느끼고 이해하도록 도와주며 이를 통해 하느님을 더 잘 찬미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준성사는 크게 축성, 축복, 구마 등으로 구분됩니다. (참고로 ‘축성과 축복은 같은 말인가요?’도 보시기 바랍니다.)

이중에서 악령 들린 사람에게 하는 구마예식은 직권자(보통은 교구장)에게 명시적 허락을 받은 사제만이 합법적으로 거행할 수 있습니다(전례사전 참조). 그러니까 일정한 자격이 있기는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공식적인 자격증이 발급되는지는 아직 확인 못했습니다. 일단 사제들은 기본 자격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 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

하지만 사제라고 아무나 함부로 구마예식을 하는 건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가 있으니 호러무비의 고전으로 꼽히는 <엑소시스트(The Exorcist,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 1973년작)>가 그것입니다. 이 영화는 윌리엄 피터 블래티(William Peter Blatty)가 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원작자는 자신이 대학생 때 ‘악령 들림과 구마’라는 주제의 강의시간에 들은 실화를 토대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유명 여배우의 딸인 악령 들린 열두 살 소녀와 이 아이를 도우려는 예수회 신부를 다룬 소설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엑소시스트>에도 작가 겸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실제 예수회원 윌리엄 오말리(William O'Malley) 신부(영화에서는 다이어 신부 역)가 등장합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기술자문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면, 어린 아이에게 들어간 악령의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사람에게 실제로 육체적 해를 입힐 정도로 강력해서 허약 체질의 구마사가 다룰 성질의 사안이 아닙니다. 그러니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십자가와 성수를 가지고 이뤄지는 구마예식이지만, 구마사의 강한 믿음, 체력과 불굴의 투지가 필수적입니다. 영화에서 구마행위를 하는 데미안 신부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사실상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악령이 더 날뛸 수 있었죠.

아무튼 심하게 악령 들린 사례가 우리 주변에 흔한 것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벼운 사례들은 적잖이 있습니다. 큰 유혹을 경험할 때가 그런 경우라 하겠습니다. 그런 유혹은 우리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분별력을 떨어뜨려서 양심과 위배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힘입니다. 건강한 양심을 지닌 사람은 이런 유혹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개인적인 구마행위라 하겠습니다. 구마기도의 대표적인 한 형식은 이것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악령아, 물러가라!”

어떤 것에 대해 내적으로 강한 유혹을 느낄 때 단호하게 외칠 수 있습니다. 혹은 나를 그릇된 행위로 유혹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향해서 외칠 수도 있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그의 이름)의 악령아, 물러가라”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구마를 하시려거든 자신이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도록,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합니다. 안 그러면 효력이 없답니다. 그러니 정리하자면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의 마음이 구마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전제라고 하겠습니다.

악령에 사로잡힌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덕에, 오늘날에는 잘 안 먹힐 것 같은 초자연적인 범주의 이야기인 구마사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령 들림과 구마행위는 사실상 예수님 시대 이전부터 있어 온 것입니다. 예수님이 마귀를 가장 잘 내쫓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척 놀라워했던 것이고요.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분 자신이 하느님이셨고,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누구보다 큰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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