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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代洗)를 주는 방법[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세례를 줄 수 있는 사제가 있고, 세례를 받을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세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세례를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늘 이런 조건들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상사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즉 너무 급해서 사제가 오기를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그런 경우입니다. 혹은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도입되었던 초기에는 박해가 심했고, 사제를 볼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세례성사는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전쟁 중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특수한 경우에 할 수 있는 세례를 대세라고 합니다. 즉 대세란 세례를 베풀 수 있는 사제를 대신하여 예식(禮式)을 대폭 생략하고 세례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상 세례’라고도 합니다. 또 예식을 생략했다 하여 ‘약식 세례’라고도 합니다. 이때 세례를 베푸는 이는 깨끗한 물을 세례자의 이마에 부으면서(혹은 닦아주면서)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자의 이름, 모를 경우에는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를 통해 세례의 효과가 발생합니다(<한국가톨릭대사전> 참조).

대세는 세례 받는 이의 상태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임종 대세’와 ‘조건 대세’가 그것인데, 우선 임종 대세는 세례 받는 사람이 임종에 임박하여 세례를 원하는 경우에 이뤄집니다. 설령 그가 의식을 잃었다고 해도 평소에 그런 원의가 있었는지를 가족이나 지인들의 의견을 토대로 추정하여 베풀 수 있습니다.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천주교의 네 가지 주요 교리인 천주존재, 삼위일체, 강생구속, 상선벌악을 알려줍니다(저라면 부활, 영원한 생명 등을 더 넣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받아들이는지 확인하고 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은 잘못을 통회하도록 안내하고 세례를 줍니다(<한국가톨릭대사전> 참조). 의식이 없는 경우라도 앞서 언급한 교리를 귀에 대고 조용히 들려줄 수 있습니다. 이제 육신을 떠나려는 영혼이 듣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조건 대세는 조건을 가진 세례와 관련 있습니다. 세례를 받아야 하는 자가 과거에 세례 받은 사실이 있는지,* 또는 유효하게 세례를 받았는지** 의심스럽고 이를 성실히 조사하여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을 때 조건부로 세례를 베풀 수밖에 없습니다. 세례는 인생에 단 한 번 받는 성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예를 들어, 군대에서 수백 명이 몰아서 세례를 받을 때 세례 받았던 것 같다고 어렴풋하게 기억하는데 자기의 세례명도 기억 못하고 자신의 세례 대장도 발견할 수 없는 경우, 혹은 어릴 때 유아세례를 받았다고는 하는데 세례에 대해 증명해줄 사람도 자료도 없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 유효하려면, 물을 사용하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세례를 받는 이가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회개하며 세례 받고자 하는 지향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타 교파에서 앞의 조건에 맞는 유효한 세례를 받은 사람은 가톨릭에 입문하여 또 다시 세례 받지 않습니다(교회법 869조 참조). 그런 신자는 교리교육을 보충하여 받으면 됩니다.

그러니 세례를 받으려는 이가 과거에 세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거나 혹은 받았지만 유효한 세례였는지 의심이 들 경우, 세례를 베풀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당신이 세례를 받을 만하면”이라는 조건을 전제하나 그 뜻은 ‘당신이 세례 받은 적이 없다면’ 혹은 ‘당신이 받았던 세례가 유효하지 않다면’이라는 의미입니다(<한국가톨릭대사전> 참조). 이런 조건을 붙여서 주는 비상 세례가 조건 대세인 것입니다.

조건 대세가 베풀어지는 대표적인 경우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임종 대세를 받은 사람이 의식을 회복했을 때입니다. 그러니까 그가 세례 받고자 하는 원의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였고, 의식 상태에서 최소한의 교리도 알려주지 못한 경우이므로 ‘당신이 받았던 세례가 유효하지 않다면’이라는 조건으로 세례를 주는 것입니다.

임종 대세든 조건 대세든 대세를 줄 때는 가능하면 주변에 한두 사람의 증인이 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왕이면 그들이 세례 받는 이의 대부모가 되어주면 좋겠지요. 세례를 준 사람은 자신이 대세를 준 사실을 가능한 한 빨리 본당에 보고합니다. 한편 세례를 받은 사람은 건강이 회복되거나 제약된 상황이 개선되어 교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면, 정상적인 교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처럼 비상시에는 모든 신자들이 세례 때 부여받은 예언직, 사제직, 왕직에서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웬만한 큰 병원에 원목실이 있어서 연락하면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비상 세례 주는 연습을 해 보시는 것도 나중에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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