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사회적 산물이다. 영화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처럼 현실을 반영한다. 그리고 때론 놀라운 예지력을 발휘하여 미래를 예측한다.'내부자들'(2015)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언론권력, 정치권력, 경제권력이 똘똘 뭉쳐 나라를 통째로 자신들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가지고 놀면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에 눈도 깜빡 하지 않는 걸 보고, 저건 조금 과장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면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공동운명체, 거기에 언론권력이 뇌와 입이 되어 이들을 후방지원하면 세상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될
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이후 120일차가 되는 날에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김천은 ‘혁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주말은 도시가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천 택시 노동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주말에는 관공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모두 서울로 떠나고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전국의 혁신도시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혁신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그럼에도 한국도로공사의 건물은 하늘 높이 오른 거대하고 압도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수영장과
핵발전소의 핵심 시설 중에 하나는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한 격납건물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한국의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한수원 측은 “한국의 핵발전소는 후쿠시마와는 다르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미사일 공격에도 끄떡없다”라고 항변했었습니다. 미사일 공격에도 끄떡없다는 것은 핵발전소 격납건물을 이중 삼중으로 건설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의미입니다.핵발전소 격납 건물에서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은 2016년 6월이었습니다. 영광의 한빛 핵발전소 2호기에서 시작된 공극 발견 이후 국내 전체 핵발전소 22기에 대한 확대점검
태어나고 병들고 늙고 죽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피해 갈 수 없는 사건이다. 석가모니는 ‘생로병사’에 대한 진실에 직면하자 삶의 고민을 시작하여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부귀영화를 떨쳐버리고 질긴 가족의 연도 끊고 출가했다. 나에게도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고 기억되는 어느 날 우리 윗집에서 세 들어 살던 아주머니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기심 가득한 나는 친구들과 함께 그 집으로 달려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아주머니는 흰색 옷을 입고 반듯이 누워 있었다. 그 모
어느 해 가을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이 있었다.앞집 담벼락에 기대어 나를 부른 담쟁이다.이 세상에 혼자 살 수 있는 생명체가 과연 있을까?그냥 기댈 수 있는 누군가 있음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농부에게 가을걷이철은 성적표를 받아 드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땅콩을 손질하며 몇 되나 나올까 가늠해 본다. 볕에 널어 놓은 들깨를 쓰다듬으며 우리 식구 1년 먹을 만큼 양이 넉넉한가 헤아려 본다. 고구마 한 줄 캐어 놓고 알이 잘 들은 건가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바삭하게 마른 토란대를 거두어 들이며 몇 번이나 나물해 먹을 양인지 셈해 보기도 한다.전체적으로 봤을 때 올해 가을 성적은 '미'와 '양' 사이쯤 되는 것 같다. 가을장마와 잦은 태풍, 멧돼지와 고라니라는 변수까지 작용하여 주작목인 나락과
월성 핵발전소는 중수로 핵발전소입니다. 때문에 많은 핵종 중에서도 삼중수소 배출이 가장 심한 핵발전소입니다. 삼중수소가 체내에 피폭되면 유전자 파괴 등으로 몸의 이상을 일으키게 됩니다.월성 핵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의 소변검사에서 어른에서부터 아이들까지 삼중수소가 배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나아리 주민들은 월성 핵발전소 홍보관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이주를 요구한 지도 5년이 지났습니다. 주민들은 농성장에서부터 상여를 끌고 월성 한국수력원자력 앞까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핵반응로
여기 질병을 개인화하지 않고 질병의 사회화를 논하는 책이 있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관통기", 조한진희 지음. 이 책을 읽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지는 공감과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나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한 작지만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우리 시대에 겪고 있는 수많은 질병이 개인의 노력과 안간힘에도 현대 사회의 구조화 속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통찰을 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한다.저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페미니스트로 사회단체 활동가, 비혼주의자, 채식주의자,
가을 태풍 미탁이 한국에 상륙하는 날, 경북 봉화군에서는 석포 영풍제련소 폐쇄를 위한 군민결의대회가 열렸다. 세찬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부산과 대구 그리고 안동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영풍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50년간 아연을 제련하고, 황산을 제조하며 나오는 유독성 중금속 물질들을 하천과 대기로 배출하고 있는 기업이다. 영풍제련소는 수질과 환경정화 그리고 조업정지 명령에도 소송 등을 통해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제련소를 정상 가동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봉화군청의 소극적 대응과 ‘환피아’와 ‘관피아’ 그리고 ‘법피아’들
2019년 2월 23일 아버지는 92살 생신을 4일 앞두고 돌아가셨다. 연로한 부모님을 둔 자식은 아침 일찍 전화벨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날 아침 6시경 큰오빠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며칠 전까지 음식물을 사서 배낭에 짊어지고 와서 직접 요리해 드시던 아버지가 사전 예고 없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나에게 아버지는 부성과 모성을 동시에 보여 주셨던 분이다. 어린 시절 엄니가 막내인 내게도 피부접촉을 허락하지 않자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나 주워 온 딸이지?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쌀쌀
- 당사자의 경험적 지식이 주도하는 목소리 듣기 운동(hearing voice movement)에 대하여“저에게 정말로 들리는 목소리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그렇다면 선생님은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신은 왜 믿으시나요?” 1987년 네덜란드의 정신과 환자 패치 하허(Patsy Hage)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 주치의였던 정신과 의사 마리위스 로메(Marius Romme)는 그 목소리들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답답함을 느꼈던 하허는 진료실 벽에 걸린 십자가를 보고 저 말을 한 것
9월에 피는 꽃무릇의 절경을 보고자 분당 중앙공원에 갔다.꽃무릇은 꽃이 지고 나서야 잎이 펴서 서로는 한 줄기에 나고도 만날 수 없는 사이다.무릇 인간사에서도 만나지 못해 진한 그리움을 안고 가는 경우가 있다.그래서 어렵더라도 만난 인연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을 술렁이게 한 소식! 어떤 젊은 부부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2만 평을 샀단다. 그리고는 그 땅의 나무들을 싹 베어 내고 호두나무를 심겠다지 뭔가. 그 넓은 땅에 온통 호두나무라니, 도대체 왜? 이 소식을 전해 준 겨울이 엄마 말에 따르면 군에서 호두나무를 심으면 각종 지원과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마을 이장님까지도 자기 집 뒷산의 나무를 다 베어 내고 호두나무를 심을 거란다.그 소식을 들으니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군에서 펼치는 정책이라는 것이 어쩜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버렸다. 공부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 모든 것을 매달린 시험을 포기하고 말았으며, 남자친구가 문득 이별을 고한 그날,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직 몸뚱이 하나였다. 그래서 몸에 집중하기로 해 보았다. 하루하루 달리기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처럼 지치도록 달려 본다. 정성껏 몸을 대하고 키우자 어느새 삶이 그녀에게 들어왔다.이 영화는 고시공부에 매달리던 어느 여성 청년의 각성과 성장을 그린다. 제목처럼 그녀는 몸을 만든다.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자 몸이 보였고, 몸을 위해 살기로 해 본다. 그러나 그녀가 그러는
지난 9월 21일은 전 세계가 ‘국제기후파업’ 주간을 맞아 기후위기 문제로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연결된 하루였습니다. 그보다 앞서 스웨덴의 2003년생 그레타 툰베리는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요구하며 스웨덴에서 출발하여 뉴욕까지 보트를 타고 항해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매일 1억 배럴의 석유를 쓰고 있는 현 사태를 비판하며, 이 부조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한국에서도 9월 21일, 태풍이 오는 가운데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전국에서 열렸습니다. 부산의 기후위기 비상행동 시위에는 성베네딕도수녀회 수도
엄니(89살)가 속한 세대의 여자는 평생 3명의 남자에게 귀속된다.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는 결혼 전까지 딸의 인생을 좌지우지했다. 결혼 후 살게 되는 남편은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시집 식구와 함께 부인의 삶을 억압했다. 자신이 낳은 아들은 남편과 사별 뒤 어머니가 기대야 할 기둥 역할을 한다. 가부장 제도의 위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던 그 시절의 여자가 한 주체로서 독립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려면 죽음을 각오하는 결정을 해야 했다. 그 당시 여자는 가부장 제도의 희생자였고, 남자는 가부장제의 수혜자였다. 엄니의 인생은 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