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포토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이후 120일차가 되는 날에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김천은 ‘혁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주말은 도시가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천 택시 노동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주말에는 관공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모두 서울로 떠나고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전국의 혁신도시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혁신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그럼에도 한국도로공사의 건물은 하늘 높이 오른 거대하고 압도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수영장과 운동장까지 갖추어 있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성직자들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위한 예배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머리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상징하는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즉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영식

한국도로공사 입구에는 경찰 병력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미사 때문에 왔다고 해도 미사시간 전에는 출입을 할 수가 없다고 통제했습니다. 농성장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성직자들이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농성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주일 예배에는 신자와 신자가 아닌 노동자들도 함께했습니다. 예배를 공동으로 주례했던 성직자들은 노동자들의 머리에 기름을 부으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말하자 노동자들은 “아멘”으로 응답했습니다. 기름을 붓는 전례 동안 많은 노동자가 눈물을 흘렀습니다. 아마도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가 확산된다는 의미에서의 감격의 눈물일 것 같았습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에서 예수회 김정대 신부는 차별과 불평등의 상징인 비정규직 제도는 없애야 한다며, 하느님의 마음을 닮은 우리가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승리했다고 말했습니다. ⓒ장영식

개신교 예배를 드린 뒤에는 톨게이트 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이날 미사는 예수회 김정대 신부가 주례하고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인 나승구 신부가 공동으로 집전했으며,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함께했습니다.

김정대 신부는 강론을 통해 “오늘 하느님은 성서 말씀을 통해 차별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 주시고 있습니다”라며 “차별의 상징인 비정규직 제도는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이 제도를 없앨 것입니다”라며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은 “여러분들이 집으로 빨리 돌아가기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라며 이중창을 들려주었습니다. 또한 미사를 마친 뒤에는 한 분 한 분의 노동자들을 껴안으며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승리를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청년 예수의 몸은 쪼개지고 쪼개져서 사회적 약자 안으로 육화되는 사랑의 몸입니다. ⓒ장영식

예배와 미사를 마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예배와 미사 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만큼이나 서럽고 힘든 투쟁의 나날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고 온 식구들을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그 눈물 뒤에는 환한 웃음도 함께했습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 스스로 이 투쟁을 믿기 힘들 정도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불평등에 맞선 노동자들의 강철 같은 대오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단련되는 동지애로 하나가 되고 있었습니다.

개신교 예배와 천주교 미사에 함께한 노동자들은 울고 웃으며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는 종교인들에게 따뜻한 동지애를 느끼며 고마워했습니다. ⓒ장영식

한국도로공사는 농성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한 명씩 거주지와 아주 멀리 떨어진 외딴곳으로 발령을 내는 등의 비인간적인 보복을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모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판결과 반대되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톨게이트 노동은 없어질 직종이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에 대한 철학 없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혁신’이라면, 그 혁신은 가짜 혁신입니다. 세월호도 그 규제를 풀었기 때문에 발생했던 재앙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촛불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외쳤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우리는 사랑입니다. 세상의 모든 농성장에서 "함께 살자"며 우주를 보듬고 있는 우리는 바로 사람입니다. 결국은 사랑이 이길 것입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