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연중 제2주일) 1사무 3,3ㄴ-10.19; 1코린 6,13ㄷ-15ㄱ.17-20; 요한 1,35-42
신앙생활 잘 이어 나가고 계십니까? 사제인 저 역시 교우 분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자유롭게 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얼마나 속이 타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탄을 맞았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지난 주일 성탄 시기를 끝내는 주님 세례 축일 지내며 앞으로 맞을 연중 시기를 통해 주님의 공생활을 묵상하게 됩니다. 전례력으로 나해인 올해는 연중 주일 복음으로 마르코 복음이 배치되어야 하지만, 주님 공현 대축일과 세례 축일의 큰 주제인 주님의 드러나심을 계속 이어 강조되기 위해 요한 복음이 등장합니다. ('미사 독서 목록 지침' 제105항 참조. 연중 시기 둘째 주일에는 주님 공현 대축일에 거행한 주님 현현에 대한 독서를 읽는다. 전통적으로 카나의 혼인 잔치에 대한 본문(가해)과 요한 복음에서 뽑은 다른 두 본문을 읽는다.)
이 '미사 독서 목록 지침'을 읽어 보면 오늘 말씀의 주제는 아주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복음의 주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제1독서의 이야기도 그러합니다. 제1독서에서 소년 사무엘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요. 주님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것이 엘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찾아갑니다. 이러한 일이 3번이나 반복된 끝에 그 목소리가 주님의 목소리임을 알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것은 사무엘이 자고 있던 장소입니다. 엘리의 예언에 따라 사무엘을 아들로 얻은 한나는 사무엘을 주님께 바치고, 사무엘은 엘리 사제 앞에서 주님을 섬겼다고 사무엘기 상권 1-2장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엘은 ‘하느님의 궤가 있는 주님의 성전’(1사무 3,3)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주님의 곁에 있었지만 사무엘은 아직 주님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무엘을 주님께로 인도한 사람이 바로 엘리입니다. 성경은 엘리가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여 잘 볼 수가 없었다(1사무 3,2 참조)고 전하지만, 그는 사무엘이 제대로 주님을 마주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는 엘리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주님은 항상 당신을 드러내고 계시지만 드러난 주님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 때 제대로 된 별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오늘 글의 처음에서부터 말씀드린바와 주님 공현 대축일부터 이번 주일의 말씀은 드러냄과 마주함이라는 주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드러내심이 주님의 역할이라면 그 모습을 찾아 만나는 건 우리의 몫이다. 이번 주일 복음이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또 다른 의미의 엘리가 등장합니다. 바로 세례자 요한입니다. 요한은 자기 제자에게 예수님을 볼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요한 1,36) 그래서 요한의 제자들은 예수님을 찾아가지요. 세례자 요한은 자신도 역시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위대한 인물임에도 제자들이 제대로 주님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보다’라는 말씀은 우리 주님에게서 다시 한번 반복됩니다. “와서 보아라”(1,39) 그렇게 드러난 주님을 본 그들은 예수님의 뒤를 따르게 됩니다.
나는 제대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주님을 올바로 마주하고 있습니까? 주님은 다양한 모습으로 항상 당신 자신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미사 때 빵의 모습으로, 내 내면의 목소리로 그리고 이웃의 모습에서 주님은 당신 자신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 자리에서 쉽사리 마주할 수 없다면 “와서 보아라”라는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여 가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인도해 줄 엘리, 나를 주님께로 이끌어 줄 세례자 요한도 필요합니다. 내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면 내 눈을 열어 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기에 신앙생활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번 주일 역시 자유로이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없지만 주일 만나게 될 영성체 후 기도의 도입부를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저희가 천상 양식을 함께 나누고 비오니....’ 함께 제대로 주님의 드러내심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될 것이 있습니다. 나 역시 이웃의 엘리, 세례자 요한이 될 수 있음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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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