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우 신부] 12월 20일(대림 제4주일) 2사무 7,1-5.8ㄷ-12.14ㄱ.16; 로마 16,25-27; 루카 1,26-38
대림 마지막 주일입니다. 부활 대축일 미사를 드리지 못한 아쉬움을 성탄 대축일 때는 달랠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성탄 대축일도 각자의 본당에서 드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 역시 제가 머무는 이곳에서 조용히 성탄을 보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일까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얼마 전 홀로 미사를 드리면서 주님께 던졌던 저의 질문이었습니다.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아쉬움 가득한 한탄이라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지난주 이주형 신부님께서 인내에 대해 말씀하셨지요. 저 역시 이번 주일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떠올린 단어는 다시 한번 ‘기다림’이었습니다.
1차적으로 오늘 복음에서 떠올린 첫 번째 단어는 바로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마리아에게 천사가 다가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루카 1,28)이라는 천사의 인사에 마리아는 놀랐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이 놀라움은 두려움을 동반한 놀라움일 것입니다. 그다음 이어지는 천사의 말이 이를 반증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루카 1,30) 사실 이 두려움은 마리아에게만 유보된 것이 아닙니다. 마태오 복음도 두려움을 전합니다. 마태오 복음 1장에서 주님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등장합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마태 1,20) 요셉에게도 두려움이 존재합니다. 그렇게 주님이 다가오신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갑자기 주님이 나에게 다가오신다면 우리 역시 얼마나 불안하고 두렵겠습니까?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의 첫 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그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이 이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냥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길이나 방법을 찾지 않고 그분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뿐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마태 1,24)라는 말씀대로 요셉이 그러하였고, 오늘 복음의 말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이라는 대답처럼 마리아도 그러했습니다. 내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지요.
같은 맥락으로 제시된 오늘 1독서의 뜻도 그러합니다. “주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니, 가셔서 무엇이든 마음 내키시는 대로 하십시오.” (2사무 7,3)이라고 임금에게 말한 나탄 예언자에게 주님의 말씀이 내립니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2사무 7,5) 결국 오늘 전례의 맥락은 우리는 기다려야 되고 주님께 주도권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다릴 때 2독서에 등장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의 계시” (로마 16,25)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많은 것들이 불안하고 두려운 시기입니다. 누구보다 주님의 뜻을 따르며 살아가야 할 사제인 저 역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두려움과 불안을 경험합니다. 그럼에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기에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 민족들이 구세주들을 기다렸던 것처럼 그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지요.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마태오와 루카 복음의 시작을 알렸던 두 말씀이 지금 여기 우리에게 다가오는 희망의 메세지길 기도합니다. 더불어 오늘 마지막 천사의 이야기에 깊이 머물러봅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루카 1,37) 그리고 성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기에 이 말씀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기도하고자 합니다. 불가능한 일이 없으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당신 아들의 탄생을 기다리는 이 시기에, 그 빛을 통해 우리와 우리 사회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허락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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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