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UBI ES?*
- 닐숨 박춘식
하느님이 에덴동산에서 아담을 찾으며
“너 어디 있느냐?” 하셨는데 (창세기3,9)
아담에게 처음으로 던진 이 질문을 요즘은
때도 곳도 없이 저에게 줄곧 하시며
도망갈 겨를도 없이 연거푸 던지십니다
- 숨어 있다가 부끄러워 뒤에 숙이고 있습니다
- 죄 많은 저를 부르지 마세요
- 지금 도망치고 있습니다 끄윽
- 저 같은 죄인을 왜 찾으시나요
- 맥이 다 빠져 십 년 내내 엎어져 있습니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태오복음9,13)
하시면서 금세 묻고 또 찾으십니다
잘못을 따지며 야단치려는 의도가 아니겠지만
그분 목소리에서 사랑의 향기가 엿보이는 날은,
그 날은, 눈물 훔치며 두 손이 번쩍 올려집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6월 25일 월요일)
*UBI ES?-너 어디 있느냐?(라틴어, 발음-우비 에스?)
창세기 3장 9절 <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는 구절은 사제들이 강론 때 자주 인용하는 유명한 성경 문구입니다. 참고로 영어 성경은 <The LORD God then called to the man and asked him, "Where are you?">입니다.
사람을 만드신 후, 사람에게 던진 첫 질문이 “너 어디 있느냐?” 인데 이 구절은 묵상하기 좋은 성경 문구입니다. 하느님의 질문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 그 아무도 없기 때문에 이 질문은 참으로 두렵습니다. 아담에게는 꾸지람으로 어디 숨어 있느냐? 하고 물으셨지만, 현재 우리에게는 걱정으로 물어보신다고 여겨집니다. 물어보시는 분이 무한하신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생각에 따라 무서운 질문이기도 하고 애절한 심정이기도 하고 근심 걱정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대답하여라. 뒤처리는 내가 해 줄게”하는 하느님 말씀이 이어진다면 그날은 최고의 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질문을 피하거나 변명하기보다 솔직하게 대답 드리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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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