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1+1=? (이미지 출처 = Pixabay)

령시인의 셈법

- 닐숨 박춘식

 

1+1=11

막대기 두 개 세우니까 11이지요

 

1+1=12

하나 그리고 열십자에 하나면 열둘이 맞네요

 

1+1=1

주례사인지, 철학의 출발점인지 아리송합니다

 

1+1=0

하느님을 만나 부둥켜안으면

0이 된다는, 믿음의 신비를 연구하고 싶어요

 

네가 가야 하는 저승에는

일도 계산도 지식도 지혜도 없기 때문이다 (코헬렛 9,10)

이 성경 말씀 안에는 입금이나 잔액이 안 보입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7월 2일 월요일)

 

어느 철학 교수는 첫 시간에 <1+1=?>이라고 칠판에 크게 적으며 강의를 시작합니다. ‘2’라는 답 이외의 다른 답을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중에 한 남학생이 말합니다. “교수님, 3입니다.” 왜 3인지 말하라고 하니까 그 학생이 “머스마가 가시나를 껴안고 뒹굴면 아아가 하나 나오지요.” 학생들이 와! 손뼉을 칩니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남학생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교수님 속지 마세요. 절마 말은 틀렸습니다. 글마가 기운이 넘쳐 밤새도록 뒹굴다가 세쌍둥이를 낳았는데, 답은 5가 됩니다.” 학생들은 배꼽을 쥐고 웃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계산을 하면서 사는 듯합니다. 물론 자신의 이득만을 계산하겠지요. 새로운 일이나 새로운 물건이 나타나면 계산부터 합니다. 그때 사람까지도 계산에 들어가지요. 나이 집안 학력 성격 건강 특기 경력 자산 부모 친구 등등 계산부터 합니다. 계산 밖에 있어야 할 사람까지 계산 안으로 몰아넣는 이 시대에, 신앙을 가진 이들이, 특히 모든 성직자들이 하느님의 셈법에 대하여 깊이 묵상하면서 신자들에게 진솔한 모범을 보여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먼 산을 보면서 혼자 상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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