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경대응은 자위적 조치, 그러나 대화 놓지 말아야

북한이 7월 28일 오후 11시쯤 자강도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발사해 문재인 대통령이 성주에 남은 사드 4기를 배치하는 등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바로 전날인 28일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실시와 공론화를 이야기한 상태에서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한미공조가 남북 간 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정책의 ‘상수’였음에도 돌연 강경 입장을 취한 것에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북 도발은 한국 아닌 미국 겨냥한 것
대화가 우선, 북미대화 지지하면서 남북대화 꾀해야

서보혁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물리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와 관계가 없다면서, 한국 정부는 강경 대응보다는 “북미간 대화를 지원하면서 남북대화를 이끌고,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동결시키며, 나아가 통일보다 우선 평화공존을 앞세우는 대북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서 교수는 먼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성능을 높이는 것과 한국의 대북 정책은 적접 관련이 없다면서, “(북한 무기 개발은) 북미간 문제다. 지금은 한국이 북미간 적대 관계를 풀 수 있는 중재자나 촉진자라는 것이 정서상에는 맞지 않지만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는 이에 대해 ‘우리만의 소망’, ‘우리 식대로의 사고’를 앞세운다”며, 현실을 정서가 아니라 사실관계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미국과의 협상 조건이 있다면 미국의 핵공격, 대북 적대정책 포기이고, 미국 역시 북한의 핵 포기를 협상의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모른 척할 수도 없고, 도발에 대한 적절한 상황조치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이번 사드 배치는 맥락상 한반도 비핵화, 사드폐기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불과 하루 전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공론화를 이야기한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에서 입장을 뒤집은 것은, 베를린 구상의 진정성, 일관성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로드맵의 현실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29일 새벽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고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서 교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북미대화에 미국을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시위’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이미 5차례 핵실험을 하고 탄도미사일까지 쏘는 상황에서 북미협상에 나오라는 압박은 충분한 이유가 아니”라면서, “북한은 스스로의 힘으로 정권안보를 위한 물리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대화를 위해 무기를 개발한다고 보기에는 이미 임계점을 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압박을 계속하면 압박을 위한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압박은 대화를 위한 수단이다. 한국이 압박에 가담할 경우, 합리성과 효율성도 문제지만, 결국 국내 지지층과 반대층 모두의 협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일단 대화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화는 우선 북미대화”라면서, “북미대화를 지지하면서 동시에 남북대화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목표는 북한의 핵포기지만 그것을 전면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평화공존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 상황을 최소한 동결시키고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위협이 급속도로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은 충분히 명분이 있다”며, “박근혜 정부와 달리, 압박만 하며 북한의 붕괴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 테이블로 이끌겠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연이은 ICBM 발사는 스스로 핵과 미사일 강국이 되어 미국, 한국과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강경 조치는 적절한 자위적 조치”라고 했다.

정 실장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사드 배치로 중국이 반발하겠지만 중국이 적극 나서서 북핵과 미사일을 억제시켜야 대화의 빌미를 마련할 수 있다”며, “이미 ICBM 개발을 중국이 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기를 놓쳤지만, 원유 공급 중단 등으로 핵실험 중단이나 핵동결에 합의하면, 한국 정부가 적극적 대화를 청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 북한이 7월 28일 밤 중국 접경지역에서 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 출처 = BBC News Youtube)

주교회의 민화위, "도발에 대한 대응과 함께 대화를....투 트랙 필요"

한편,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가톨릭교회도 “그럼에도 남북 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며, 기본적으로 도발과 응징 구도가 아닌 이해당사국 간의 평화를 전제로 한 협력, ‘평화 공존’에 대한 공감대를 키워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은형 신부(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는 정부가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인 데 대해 “투 트랙이 필요하다”며 공감했다. 그는 “미사일과 핵 문제가 계속 불거져 우리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러한 상황이 더더욱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64주년을 맞아 시민사회단체, 종교계에서 ‘평화협정’을 요구한 것과 같이, 이 신부도 “기존 전쟁에 대한 종전 선언이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불안정한 남북관계는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않은 ‘정전 체제’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한반도 평화, 안보 문제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항구적 평화가 이뤄지도록 남북 간에, 아니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이해당사국들 사이에 다자안보협력, 다자평화체제 등에 대한 논의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우리의 불완전한 현실을 근본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겠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신자들이 평화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논의, 교육의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첫 번째 역할이라고 본다. 또한 종교계가 한반도의 정치, 군사적 대립 문제에 대해 “신앙적 관점에서 북쪽과 접촉해 나갈 부분이 있다면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족화해위원회 차원의 논의에 대해 이 신부는 8월 말 예정된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를 위한 준비 모임이 있을 것이라며, “거기서 전반적 상황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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