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보고서 논란 이후 LCWR과 바티칸 측 성직자 첫 만남 … 평가는 서로 엇갈려

미국 여성수도자장상연합회(Leadership Conference of Women Religious, 이하 LCWR)와 교황청이 갈등 해결의 첫발을 내딛었다. 6월 5일 LCWR 회장인 팻 파렐 수녀와 사무국장 자넷 목 수녀가 교황청 신앙교리성 책임자인 윌리엄 J. 레바다 추기경, 교황청이 임명한 LCWR 담당 성직자 제이 피터 사테인 대주교와 만났다. 이번 만남은 LCWR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교황청이 지난 4월 LCWR에 회칙 개정을 요구하는 지시를 내리고, LCWR이 6월 1일 이에 대한 반박 성명을 발표한 이후 첫 번째 자리였다.

그러나 만남 내용에 대한 평가는 서로 엇갈린다. LCWR 회장인 파렐 수녀와 사테인 대주교가 이번 만남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비친 데 비해, 교황청의 레바다 추기경은 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귀 먹은 자들과의 대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 LCWR 홈페이지 갈무리 (lcwr.org)

파렐 수녀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
사테인 대주교 “우리는 바로 출발선에 서 있다”

파렐 수녀는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제 우리 회원들에게 돌아가서 다음 단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LCWR은 오는 8월에 총회를 열고 이날 회의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 사테인 대주교 ⓒ NCR
사테인 대주교는 <내셔널가톨릭리포터>(National Catholic Reporter)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누구도 어떤 결정을 내리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만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몇 가지를 확인하기 위한 만남이었고, 그렇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바로 출발선에 서 있다”면서, 앞으로 자신의 역할은 “(LCWR과 교황청이) 서로 우호관계를 수립하도록 도와 쇄신의 과정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은 4월 18일에 지난 4년간 LCWR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LCWR이 낙태와 안락사, 여성 사제, 동성애와 같은 문제에서 교리에 어긋나는 입장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개혁 책임자로 사테인 대주교를 임명했다. 사테인 대주교가 맡은 임무는 LCWR의 회칙 개정 감독, 전례 행위 검토, 연합회 소속 수도원의 수도자 양성프로그램 기획 등이다.

LCWR은 교황청의 지침에 대해 6월 1일 성명을 내고 교황청의 보고서가 “충분한 근거가 없는 고발과 투명성이 결여된 잘못된 과정의 산물”이라고 반박했다.

교황청 레바다 추기경은 강경한 입장 유지 … 미국 여성수도회 소유 재산 통제 의혹은 부인

▲ 레바다 추기경 ⓒ NCR
교황청의 LCWR 개혁 드라이브의 핵심에 있는 교황청 신앙교리성 책임자인 레바다 추기경은 LCWR과의 이번 만남에 대해 “LCWR이 교황청이 제시한 개혁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그렇게 되면 교황청은 LCWR에 대한 인정을 철회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더 충실한 미국 여성 수도회 지도자의 새로운 기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레바다 추기경은 LCWR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그는 성 윤리에 대한 관점이 문제돼 1980년대에 교황청에서 견책 받은 윤리 신학자 찰스 쿠란 신부의 인터뷰를 LCWR이 발행하는 기관지에 게재한 것, 오는 8월에 개최하는 LCWR 총회에 ‘뉴에이지 리더’로 불리는 바바라 막스 허바드의 연설을 준비한 것 등을 지적했다.

한편, 레바다 추기경은 <내셔널가톨릭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청이 LCWR을 철저히 조사하고 제재하는 목적이 미국 여성 수도회가 소유한 재산과 자산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또한 LCWR을 미국 주교들의 통제 하에 계속 잡아두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일축했다.

참고 기사 번역 : 서인수 (영한통역-번역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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