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수뇌부가 원하는 교회는 “지금보다 더 빈약하고, 더 비겁한” 교회일 것

<뉴욕타임즈>에 실린 광고 하나 때문에 최근 수 개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 광고는 교회가 안으로부터는 절대로 바뀔 수 없고, 교회에 참여하는 것은 억압적 체제와 협조하는 하는 것이므로 자유주의적이며 이름뿐인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를 떠나라"는 내용이었다.

그 광고 대금은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Freedom from Religion Foundation)이라는 단체가 지불했다. 그러나 그 광고 내용과 최근 우리 고위 성직자들의 모습을 보면, 교황청에서 비밀리에 그 광고료를 냈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미국 교회, '더 작고 독실한 교회'가 아니라 고립되고 반문화적인 종파로

우리는 산아제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거부하며,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고 믿고,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톨릭 고위성직자들은 당혹스럽게도 자기 자신을 계속 언론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 그들은 동성 결혼을 비난하고, 여성에게 가족계획과 관련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대하고, 미국 여자수도자 장상연합회(Leadership Conference of Women Religious, 약칭 LCWR)를 접수하고자 시도하고, 걸스카웃의 활동을 심문했다.

이러한 이념 대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고위 성직자들이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그리고 '자유를 위한 2주간'(종교의 자유를 위한 2주간의 기도 : 6월 21일~7월 4일) 같은 이상한 캠페인에 소중한 돈과 자원을 소모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회 지도자들은 수많은 평신도의 권리를 박탈하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왜 그런가 하는 것이다. 왜 고위 성직자들이 새로 부임한 회사에서 기존 직원들을 쫓아내고 가능한 한 불편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장처럼 구는가 하는 질문이다. 교회 수뇌부는 교회 규모를 줄이기로 작정한 것인가? 성 추문 문제를 해결하는데 22억 달러를 쏟아부은데다, 사제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미국 교회는 7천2백만 천주교 신자들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게 된 것인가?

앞서 제기한 모든 이념 대립은 ―우리가 듣기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원하는 더 작고, 독실한 교회에 입각한 것임― 모두 돈에 관한 것이며, 돈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 여러 평론가들은 미국 여자수도자 장상연합회를 옥죄는 진짜 목적은 수녀 공동체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과 연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만약 불행히도 고위 성직자들이 이러한 '대량 권리박탈'을 계속한다면 미국 천주교는 '더 작고 독실한 교회'가 아니라 고립되고 반문화(反文化)적인 종파(宗派; 한 종교에서 교리나 의식의 차이로 나뉜 큰 갈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교회 안의 이단자 추방으로 교회 자체가 미국 사회의 이단자가 될지도…

로렌스 커닝햄(Lawrence Cunningham)과 존 캘세이(John Kelsay)는 공동 집필한 저서 <성스러운 탐구>(The Sacred Quest)에서 교회와 종파의 특성에 관해 썼다. 그들의 관점은 20세기 초 독일 신학자 에른스트 트륄츠(Ernst Troeltsch)의 획기적인 저작을 기초로 삼았다. 트륄츠는 영국 성공회 등의 종교 공동체와 자기 나라 문화에서 단절된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는 퀘이커 교도 같은 그룹을 대조하면서, 교회와 종파를 처음으로 구분했다.

커닝햄과 캘세이는 교회를 이렇게 정의한다. “교회란 모든 사회 구성원이 (그 사회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종교 공동체로서 더 큰 사회 공동체의 안녕에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 종교적 진리를 지킨다고 주장한다.”

반면, 종파는 “구성원들의 일치를 상대적으로 더 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격에 관해 배타적이고, 더 큰 사회의 관심사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또한 그들도 종교적 진리의 전달자라고 주장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종파는 "배타주의자들이며, 안쪽을 바라보고, 더 큰 문화와 약간의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오늘날 미국에서 종파의 사례로는 아미쉬 공동체나 하시드주의 유다인을 들 수 있다.

교황청과 미국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과 그 추종자들이 '이단자'를 쫓아내는데 시간과 정력을 쏟아붓는 동안, 정작 그들은 미국 사회의 '이단자'가 되고 만다. 베네딕토 16세는 절대적 순명을 요구하고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데, 이런 모습은 보편교회의 요청이라기보다는 종파가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고위 성직자들이 세계적으로 산아제한에 관한 절실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성과 결혼한 사람들의 사제직 참여를 불허하는 것은, 그들이 계속해서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소외되는 분명한 신호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으로 돌아가나?

일부 고위 성직자와 신보수주의 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은 로마 가톨릭교회를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관념으로 퇴행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가톨릭 교회의 옷차림새가 종파들을 닮아가는 것 같다. 젊은 신학생들과 새로 서품된 사제들이 레이스가 달린 스커트 장백의, 망토 모양의 긴 옷, 수대(手帶)를 방충제 친 옷장에서 꺼내 입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레이몬드 버크 추기경이 쓴 갈레로(galero; 차양이 달린 둥근 모자)나 에드워드 제임스 슬레터리 주교가 성모 무염시태 대성당에서 입은 20야드 길이의 전례복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극단주의자나 반문화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 외에 그 누가 제도 교회에서 행복과 평화를 누릴 수 있겠는가? 물론 예수님 역시 당대에 극단주의자이자 반문화적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예수님은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사목적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법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고통받는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종교 의식을 무시했다. 예수님은 세리와 부자, 여성, 술꾼, 창녀 등 모든 이들을 그의 식탁에 초대했고, 여기에는 충성 테스트나 고백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톨릭교회는 빠른 속도로 세상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피난처가 돼가고 있다. 50년 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자신이 현대 세계에 적응했다고 말했던 가톨릭교회가 이제는 인간의 투쟁과 요구에 응답하는 의미있는 사목으로 나아가길 거부하며 현대 사회로부터 움츠러들고 있다.

수녀들을 두려워하는 고위성직자

고위 성직자들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피임이나 여성 사제, 그리고 동성 결혼 문제 뒤에 있는 복잡한 이야기에 눈감고 있다. 그들이 수녀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수녀들은 인간의 삶이라는 현실로 들어갔으며, 고통스럽고 비탄에 잠긴 세상을 끌어안았으며, 예측할 수도 없고 역설로 가득찬 세상에 용기를 가지고 투신함으로써 고결하고 도덕적으로 신뢰받는 교회를 세웠기 때문이다.

고위 성직자들은 교회의 사목활동이 인간 공동체와 함께 자라고 진화하도록 돕기보다는 종교 분파로 가는 길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그들은 불명예스러운 성추문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약속이 하나둘 폐기되는데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교회에 충실히 남아있었던 신자들을 미련없이 버리는 것이다.

이 세대의 신자들이 이승을 떠나고 나면 신세대 중에 누가 이런 종파 교회에서 삶과 의미를 찾을 수 있겠는가? 고통과 불확실성, 평등을 위한 투쟁이 밀려오는 세상으로부터 달아나기를 원하는 이들인가? 아니면, 유럽 남성 고위 성직자들이 하느님과 이 세상에 대한 절대적이고 의문의 여지가 없는 진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본주의적 소수 집단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인가?

아마도 고위 성직자들과 그 추종자들이 원하는 교회는 “지금보다 더 빈약하고, 더 비겁한” 교회일 것이다. 그것이 현재 교회 수뇌부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그 동기가 무엇이든 만약 이러한 방침을 고수한다면 현대 세계에서 '교회'가 되기를 포기하고, 고립되고 편협한 '종파'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재이미 L. 맨슨 (Jamie L. Manson)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가톨릭 신학, 성 윤리를 전공한 신학석사다.

번역 : 서인수 (영한통역-번역 전문가)
기사 원문 출처 / National Catholic Reporter, <Is the Roman Catholic Church downsizing into a sect?> 201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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