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칼럼-안은초]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못 일어날 '간디학교'만의 해프닝들은 우리를 웃기기도, 당황시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순간입니다. 4월 1일 만우절. 선생님을 놀리기 위해 1학년 ‘네가 사람이라면 내 생각을 해반’과 ‘넌 나만 바라반’ 아이들이 작당해서 반을 섞어 앉았다고 생각해보는 겁니다. 워낙 급하게 바꾼 거라 교과서는 교과서대로 놓고 오고, 준비가 부족해 여기 저기 소식을 못 들은 아이들이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허둥거릴 때, 마침 두 반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할 영어 선생님과, 사회 선생님께서 들어오신 겁니다.

처음에는 ‘어? 뭔가 좀 다른데?’라고 어렴풋이 느끼고만 있었다가, 교과서나 필기구를 못 챙겼던 아이들이 다시 교과서를 가지러 반을 왔다갔다 거리는 모습을 보며 ‘아! 이놈들이 작당해서 반을 바꿨구나!’하고 느끼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일반 학교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저희는 그저 키득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는 선생님들께 수업을 빨리 진행해 달라 재촉하지요.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반응은 생각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 그럼 수업 진행하자!”
“네? 그냥 진행해요?”

모든 아이들의 당황한 듯하면서도 즐거운 공기가 교실을 가득 메웁니다. 장난친다고 시작했던 반 바꾸기 수업이 실제로 진행되어 버린 것입니다. 덕분에 먼저 영어 수업을 한번 들었었던 ‘넌 나만 바라반’ 아이들은 들은 수업 내용을 한 번 더 들어야만 하는 고통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날 만우절에는 1학년 반 바꾸기 뿐만이 아닌 여러 가지 생뚱맞은 일들이 학교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2학년 담임선생님께서 다짜고짜 수업하고 있는 1학년 방문을 열어 “이 반 짱이 누구야?!”라고 외치고 도망간 일, 3학년들이 선생님을 설득해 수업시간에 놀게 되어, 잘 수업하고 있던 ‘넌 나만 바라반’에게 3학년인 우리 오빠가 “얘들아! 이런 날은 공부하지 말고 놀아요!”하는 거야! 라고 외치고 나가버리는 바람에 그 반까지 쉬게 만들어 버린 일, 식구들이 모여 소통하는 자리인 ‘식구 총회’에서 담임선생님을 포함한 2학년 모두가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나갔다가, 번호를 부르며 다시 들어온 일, 선생님들끼리 싸우는 척 연기를 하다가 학생회장에게 걸려 민망해하는 등 그 종류는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이상한 일들은 만우절뿐만이 아니라,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뜬금없이 일어나곤 합니다.

하루는 날씨가 너무 좋아 수업이 너무나 하기 싫었던 날이라, ‘네가 사람이라면 내 생각을 해반’에 아이들이 음모 아닌 음모를 꾸몄습니다.

“우리 모두 자리에 앉아 있다가, 호섭쌤께서 들어오시면 동시에 다 나가 버리는 거야! 알았지?”

호섭쌤은 일학년들의 ‘삶과 철학’시간의 담당 선생님임과 동시에, 간디 학교의 교감 선생님이십니다.

이 또한 수업하기 약 5분 전쯤에 의기투합한 일이라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지만, 우리는 약속한데로 호섭쌤께서 들어오시기 무섭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하나, 둘 교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뿐. 우리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해 나가자마자 바로 교실 앞 창문 앞에 따개비마냥 다닥다닥 붙어 선생님께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쌤. 날씨가 너무 좋은데 야외수업 해요. 네? 해요!”
아이들의 찡얼거림에 선생님은 기가 찬 듯 웃으셨지만, 이내 못 이기는 척 밖으로 나와 흔쾌히 야외 수업을 하겠노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가자!”
“어? 진짜요?”

선생님의 동의에 들뜬 우리는 선생님의 뒤를 따라 그늘과 공터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무덤 하나와, 아이들이 앉을만한 크기의 작은 터가 있는 곳에서 우리는 선생님과 함께 게임도 하고, 발제를 준비해왔던 아이의 이야기와 생각도 들어보며 즐겁고도 새로운 수업시간을 보냈습니다.

며칠 뒤 우리는 딱 한번만 더 ‘자리 박차고 일어나기’를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목표물은 소녀 감성의 소유자인 과학 담당 민경쌤. 하지만 이번에는 전처럼 다짜고짜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우리 나름대로의 예의도 갖추기로 했지요.
“어? 너희들이 웬일로 다 이렇게 앉아있어?”
기쁜 표정에 민경쌤께는 어딘가 모를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작전대로 움직였습니다.

“선생님!”
반장 석영이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공강합시다!”

미리 맞추어 두었던 인사말을 하며, 우리는 모두 ‘삶과 철학’ 시간과 마찬가지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물론, 또 다시 갈 곳이 없어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있었지만 말입니다.
“놀아요! 선생님!”
“그럼 그렇지. 너희가 웬일로 얌전히 앉아있나 했다.”

민경쌤은 허탈한 듯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빙긋 웃으시며,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사실 오늘은, 일본 지진이나 원전 폭발에 관한 동영상을 보려고 했는데, 다음주로 미뤄야 갰네요. 그럼 오늘은 딱 한번만 공강을 하기로 하고, 쉬도록 해요.”
어. 이게 진짜로 먹히다니……,
행복하지만 뭔가 죄송하면서도 새로운 기분……, 우리는 그날 옆 반의 부러움을 받으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물론 우리 학교가 매번 이러한 것은 아닙니다. 기숙학교만의 갈등도 많고, 수업도 많고, 숙제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어리광과 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해주고, 받아주기도, 타일러주기도 하는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우리는 간디 학교에서의 생활을 보다 행복하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5월 15일 스승의 날. 저희가 언제나 사랑하고, 감사드린다는 사실을 선생님들도 알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선생님들은 집에서부터 먼 곳에 떨어져있는 저희에게 또 다른 마음의 부모님이시고, 덕분에 우리들은 큰 걱정 없이 행복한 학교에서 즐겁게 등교를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생긴 추억들은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잊혀지지 않을 삶의 기둥이 되어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감사하고, 죄송해도, 늘 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만우절

-남호섭

‘오늘은 쉽니다’
교무실 문에 이렇게 써 붙여놓고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남의 교실 들어가서 시치미 떼기.
선생님 앞에서 싸우다가
의자 집어던지고 나가기,
우리가 음모 꾸미는 사이에
한발 앞서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이렇게 날씨 좋으니까 놀아요.
비 오니까 놀아요.
(눈 오면 말 안 해도 논다.)
쌤 멋지게 보이니까 놀아요.
저번 시간에 공부 많이 했으니까 놀아요.
기분 우울하니까 놀아요.
에이, 그냥 놀아요.

나는 놀아요 선생님이다.

-남호섭 선생님 시집 ‘놀아요 선생님’에서

안은초/ 17살 아웃사이더. 몇몇 대안학교와 홈 스쿨을 하다가, 최근 간디학교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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