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안은초]

나를 짧게 표현하자면 편한 학생 백수이자 글쟁입니다. 나를 글쟁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소설가, 작가보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글쟁이라는 표현은 사람에 따라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더 좋아하는데,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면서 귀엽다’라는 소심한 이유에서입니다.

나는 스스로를 백수 글쟁이라고 칭하며 여러 장르의 소설을 끄적대곤 합니다. 사실 말이 좋아 소설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내 취미 활동일 뿐이지만 말입니다. 그 중 내가 열심히 썼던 소설 중 하나가 위 제목의 주인공인 라따가트리마타입니다.

라따가트리마타는 자신이 우주인이라고 믿는 고아원 소년의 이야기.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사망과 아버지의 잦은 폭력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소년은 눈에 검은 팬으로 눈물을 그려놓고 자신의 이름을 라따가트리마타라 하며 스스로를 우주인이라 칭합니다. 그 소년에게 있어 지구인은 상종 못할 천한 생물들이며, 그들 중 아무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외계 별 친구들이 자신을 데려와 주길 바랍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주인공 소년은 아버지가 지어준 자신의 이름을 싫어하며, 자신이 우주인이라 말하고 다닌다." 이러한 소년의 심리 상태는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계인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나 역시 여러 번 나도 모르는 사이 외계인이 되곤 했으니까 말입니다. 아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다 외계인이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남들에 비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 외의 모든 사람들이 다 바보처럼 느껴졌을 때 사람들은 소리 없이 티도 내지 않고 외계인이 됩니다.

남들은 어떨지 잘 알 수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자주 우주인이 되는 편입니다. 나는 근본적으로는 나를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철없는 사람이기에 나는 내 친구들과는 좀 다르다 생각했던 적이 많고, 남들 역시 그리 생각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생각에 틀에 가두고 눈물을 그려 우주인이 되었습니다. 이 지구에서 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우주 별 내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현실을 도피하곤 했지만, 마음이 진정되면 나 또한 같은 지구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지구인이 됩니다.

‘중학교 자퇴 검정고시 백수 무위도식 글쟁이’는 제 또래 아이들 중 많지 않기 때문에(한 번도 만나 본 적 없기도 하고……) 제가 수시로 우주인이 되어 버리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주인이 되어 버리는 제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지만, 역시 그런 나를 인지할 수 있을 때는 지구인이 되어 있을 때뿐입니다. 우주인이 되었을 때는 그런 내 자신을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요즘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켜 보면 사람들의 자살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각자의 이기지 못할 사정과 고통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슬픈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러 매스컴을 통해 많이 보도되고 있는 편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자살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대게는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겠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저만해도 제 친구의 남자친구가 자살을 했다며 슬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 주위에 그렇게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없어 당황스러운 마음에 친구를 제대로 달래주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일은 친구에게 있어 잊지 못할 아픔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들은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요? 그것은 그들의 아픔을 직접 체험하게 되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입니다. 경험한다 해도 사람마다 아픔의 크기는 다 다르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우주인이 되었습니다. 지구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또는 자신의 상황을 지구에서는 받아줄 수 없을 것 같아서 우주의 동료들을 찾아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우주인이라고 믿음으로써 지구에서의 힘든 일들을 그만 끝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직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들의 아픔, 그들의 생각, 그들의 선택 등 아는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포기하는 그들이 안타깝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그들은 왜 우주로 갔을까요? 지구에는 이렇게 많은 우주인들이 있는데…… 그들이라면 함께 소통할 수 있고 함께 이해해줄 수 있을 텐데 왜 서로 몰랐던 걸까요? 어쩌면 스스로 상처가 많아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던 것은 아닐까요. 어려운 일이네요.

우주인을 구별할 수 있는 안경이 있다면 사람들은 다 눈 밑에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번 ‘내가 화를 내는 이유’편을 다시 읽어보니 무슨 일인지 반말을 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이고…… 글쟁이 자격 박탈감 아닌가 모르겠네요.

안은초/ 16살 아웃사이더. 몇몇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지금은 홈 스쿨을 하고 있어요. 주로 영월에 살면서 가끔 서울에 올라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