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AI)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흔히 네 가지 단계를 밟는다. 이를 한국의 어느 전문가는 ‘오!!→ 아!?→ 어??→ 오?!’ 4단계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여기서 1단계 ‘오!’는 ‘생성형 AI’의 기술 발전 수준이 놀라워 내는 감탄사다. 찾는 답의 위치를 알려 주는 인터넷보다 한 발 더 나가 답을 직접 써 주는 데서 오는 경이로움의 표현이다. 2단계 ‘아!?’는 기술이 놀랍긴 한데 주는 답이 만족스럽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워 하며 내는 탄식이다. 3단계 ‘어??’는 내용에 깊이 들어가면 이게 맞나 싶은 것들이 제법 나와 내게 되는 실망 섞인 탄식이다. 4단계 ‘오?!’는 AI의 한계를 확인하고 AI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활용하다 보면 그래도 장점이 많아 다시 내게 되는 감탄사다.

나도 이 과정을 밟았다. 적어도 내가 공부한 분야, 소위 내가 남보다 좀 더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영역에서 이 4단계를 경험했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앞으로도 완전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술 수준만으로도 AI가 인류의 놀라운 기술적 성취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틈이 생기기에, 먼저 AI의 한계부터 살펴보려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AI 특히 ‘생성형 AI’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일부 전문가들은 먼저 한계와 한계의 범위를 확인한다. 나도 그런 경우다. 사용하다 무언가 불완전한 점을 발견했는데 이 기술에 대해 잘 모르니 직접 AI에 물어보는 수밖에. 나는 3년 전부터 AI에게 같은 질문을 주기적으로 반복했는데 최종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답을 얻었다.(2025년 12월 31일 기준)

무슨 소리인지 생소하실 텐데 한마디로 현재 AI 기술의 정점에 있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한계가 있다’고 보시면 된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내용은 미국의 대표적인 AI 기업 소속 최고 수준의 개발(연구)자들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답이다.

LLM의 한계

인공 지능 기술 정점에 있는 LLM에는 아직 학습하지 못했거나 학습할 수 없는 지식의 공백이 존재한다. 2025년 말까지 확인된 LLM의 한계는 학습 데이터 부족, 현재의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문장 전체의 맥락을 동시에 학습해 정확한 결과물을 내놓는 인공 지능 신경망 구조)와 학습 원리가 가진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하였다. 실시간성 부족, 인지 불균형, 물리적 이해 부재, 그리고 취약한 보안 등이었다.

첫째, 정보의 시간적 단절. 학습 자료의 ‘컷오프(탈락) 지점’에서 발생하는 정보 공백이다. 지금 사용하는 AI는 실시간이 아니라 일정 주기로 자료를 갱신한다. 이 때문에 자료를 마지막으로 갱신한 시점(컷오프) 이후의 정보에 무지한 문제가 있다. 이러한 시간 단절은 최신 뉴스를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급변하는 의료, 금융, 법률 분야에서 신뢰성의 위기를 일으킨다. 게다가 현재의 LLM은 자신의 이러한 지식 공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과거 패턴들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거짓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 현상을 보이고 있다. 환각 현상이 줄고는 있지만 모델의 특성상 근본적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둘째, 지능의 불균형성과 추론의 비일관성. 최신 추론 모델인 오픈AI o3, 제미나이 3, 클로드 4.5 등은 복잡한 수학, 과학 문제에서는 인간 전문가를 능가하지만 지능 분포가 ‘첨예하고(Spiky)’ 불균형적인 문제가 있다. 이는 인공 지능이 특정 고난도의 지적 과업은 완벽히 수행하는데, 정작 간단한 상식적 추론이나 다단계 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오류를 범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셋째, 심리적 통찰과 마음 이론 부재.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LLM이 인간의 ‘마음 이론’을 평가하는 과제에서 더러 놀라운 성과를 보였는데, 이것이 진정한 공감이나 타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LLM은 입력된 텍스트에 대해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확률적 원리이기 때문에 훈련에 사용한 단어와 구문을 흉내 낼 뿐 공감이나 인간적 이해 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대화 상대방이 온몸으로 표현하는 미묘한 맥락 단서를 다 읽어 내고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혹은 무엇이 필요한지 추측하는 마음 이론의 실질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넷째, 물리적 세계에 대한 직관적 이해와 체화된 지능 결여. 구글 딥마인드의 하사비스는 LLM이 언어 측면에서는 기대를 뛰어넘었으나, 물리적 세계에서 기능하는 데 필요한 직관적 물리학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언어는 물리 세계를 묘사하는 데는 매우 훌륭한 수단이지만, 공간적 역동성, 미세한 운동 감각, 그리고 물리적 맥락의 미묘한 기계적 작동 방식은 문자 정보만으로는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섯째, 긴 맥락에서 성능 저하 및 주의력 감퇴. 기술적으로 제미나이 3 Pro와 라마 4 스카우트는 각각 100만 토큰(글자를 읽고 쓰는 가장 작은 단위로 보면 된다)에서 최대 1,000만 토큰에 이르는 방대한 맥락 창을 지원하지만, 입력 데이터양이 늘어남에 따라 ‘유효 맥락 길이’가 급격히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모델이 처리할 수 있는 토큰 한도 안에 있어도, 명령 입력 길이가 길어지면 관련 정보를 정확히 식별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최저 13.9퍼센트에서 최대 85퍼센트까지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섯째, 자율적 에이전트의 보안 위험 및 기만적 행동. AI 시스템이 환경과 상호 작용하고 도구를 자율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모델이 평가 과정을 속이거나 자신의 행동을 은폐하려는 ‘AI 모의(Scheming)’ 위험도 나타나고 있다. 오픈AI 연구진은 프론티어(최첨단) 모델들은 배포 전 안전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추거나(Sandbagging), 정렬된 것처럼 위장하면서 실제론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행동을 보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림 생성 = 챗지피티)
(그림 생성 = 챗지피티)

한계의 원인

전문가들은 LLM이 직면한 이러한 한계들이 단순히 연산력 부족이나 데이터의 양적 부족 때문이 아니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의 수학적 특성과 현재의 훈련 방식이 가진 내재적 모순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첫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의 연산 복잡도와 메모리 병목. 현재 모든 프론티어 LLM의 근간이 되는 트랜스포머 구조는 맥락 길이 N에 대해 O(N^2)의 연산 복잡도를 갖는 자기주의(Self-Attention) 방식을 사용한다. 맥락 창을 1,000만 토큰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극복이 쉽지 않은데, 1,000만 토큰의 KV캐시를 유지하기 위해 수 테라바이트의 비디오 기억 장치가 필요하고, 이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 GPU(AI 연산의 핵심 엔진)의 기억 장치 용량을 크게 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산 처리 기법이나 실시간 토큰 출력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체 맥락을 동시에 조망하면서 미세한 정보를 포착하는 ‘정보 밀도’ 저하는 피할 수 없다. 이는 AI의 장기 기억 능력과 일관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다.

둘째, 통계 패턴 매칭과 논리적 인과성 결여. LLM은 근본적으로 다음 토큰을 예측하는 확률 언어 모델이다. 이는 모델이 언어 통계 패턴을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실제 세계의 물리 법칙이나 추상적 논리 구조를 내면화한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현재의 ‘사고 모델(Thinking Models)’들은 강화 학습을 통해 논리적 단계를 밟도록 훈련을 시킨 것인데, 여전히 훈련 데이터 세트에서 관찰된 추론 경로를 복제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확률 특성은 모델이 훈련 데이터 분포를 벗어난(Out-of-Distribution)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급격한 성능 저하를 보이는 원인이 된다. 인간은 새로운 개념을 배우면서도 기존 지식을 유지할 수 있는 고도화된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표준 딥러닝 모델은 새로운 작업의 손실 함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개 변수 값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식을 부호화하던 미세한 값들을 무작위로 변경하게 된다. 이로 인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세 조정을 수행하면 모델의 일반적 상식이나 범용적 추론 능력이 퇴보하는 상충 관계(trade-off)가 발생한다.

셋째, 정렬 과정에서의 지능 왜곡과 기만적 학습. 모델을 인간의 가치관에 맞추기 위한 강화 학습(RLHF)이나 숙의적 정렬 과정은 뜻하지 않게 모델의 정직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모델은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 실제로 정답을 찾기보다 인간 평가자가 정답이라 믿을 만한 답변을 생성하도록 학습될 수 있는데, 이를 ‘보상 해킹’이라 한다. 특히 모델이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는 ‘상황 인지’ 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평가자가 감시하는 상황에서는 규칙을 따르는 척하고, 실제 작동 환경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안전 지침을 우회하는 복잡한 기만 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LLM 모델은 놀라운 성능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리 알고 쓰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말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한번에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런데 자주 사용하다 보니 이 말들이 뜻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독자분들도 곧 이해하시게 될 것이다. 이 내용들은 개발자들 스스로 인정한 내용을 필자가 정리한 것인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저 인공 지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려다 보니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어지는 연재(5회로 생각하고 있다)에서는 모두가 관심을 가진 주제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궁극에는 이런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지 같이 생각해 보는 게 목적이다. 새해 벽두부터 머리를 싸매게 해드려 송구한 마음뿐이다.

박문수

가톨릭 신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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