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을 열기 시작했다

(로버트 미켄스)

“복되신 동정 마리아 하느님의 성모께서는 아들이자 우리 구세주,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성령의 힘을 통해 주님의 어린 시절과 세상의 종말이 오기까지 모든 시대에 걸쳐서 주님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제로 그리고 진실로 나타나게 하신 첫 인간이었다. 성스러운 어머니 교회는 오랜 역사 안에서 인간 구원의 신비에 대한 성찰과 이해가 깊어지면서 이를 다양하게, 때로는 숨겨진 방식으로 늘 가르쳐 왔다.”

언젠가,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50년, 100년 뒤에 위와 같은 말이나 비슷한 표현이, 좀 더 길겠지만, 마침내 여성에게 서품한 사제직을 허용하는 공의회 문서나 교황 회칙의 서문으로 쓰일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막달라 마리아에 관한 구절이 나올 것이다. 막달라 마리아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참으로 나타나셨음을 “다른” 사도들에게 처음 선포한 이다.

정말이다. 여성 서품은 결국 일어날 일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해 왔어”라는 말 외에는, 그간 자신이 제도적이고 제도화된 영구적 여성 혐오를 정당화 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논리를 하나도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교회가 여성을 2등 시민으로 만든 교회를 옹호하는 수많은 성직자와 성직주의자들에게서 벗어나게 되면, 마침내 용기를 내어 여성 사제직을 승인할 교황이 나타나거나 보편공의회가 – 아마도 상당수의 기혼 주교들이 참가하는 가운데– 열릴 것이다.

교회 가르침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교황이나 공의회는 그간 교회가 가르쳐 온 바를 바꾸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전의 가르침이 잘못이었다고 절대 고백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난 1월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의교서를 발표했듯이, 둘 또는 세 세대가 넘는 가톨릭 신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봐 왔던 대로, 즉 여성이 미사에서 독서자(독서직), 소녀는 복사(시종직)라는 것을 교회법적으로 인정했던 것처럼, 여성 사제를 허용하는 새 문서도 “시대의 필요”,  “교의적 발전”, “고정된 관행”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반대하고 심지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이들은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이 이미 여성의 사제 서품에 관해 “문을 닫았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를 수없이 인정해 왔다. 하지만 이 영리한 예수회 교황은 닫힌 문은 언제든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바티칸의 성 마르타의 집에서의 미사에서 한 여성이 독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바티칸뉴스)
바티칸의 성 마르타의 집에서의 미사에서 한 여성이 독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바티칸뉴스)

문의 경첩을 흔들어 떼어 내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에 발표한 새 자의교서, 그리고 이와 관련해 그가 신앙교리성 장관인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에게 보낸 서한에서 문만 연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여성 독서직과 시종직을 공식으로 제도화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에 그 문이 다시 닫히지 못하도록 아예 경첩 자체를 틀기 시작했다.

그가 이번에 라다리아 신앙교리성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써 있다. “평신도 양성 모두에게 시종직과 독서자(편지 원문 그대로임)를 수여하면, 이들이 세례로 받는 사제직 참여의 효력에 의해, 여성을 포함한 많은 평신도가 아주 오랜 세월 교회의 생활과 사명을 위한 해 온 귀중한 기여, 전례적 행위(institution, 직무 수여)를 통하여 해 오기도 한 이 기여를 더 크게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교황은 (시종직과 독서직) 두 고전적인 2급 교회 직무를 내보이고 왜 1급 직무(사제직)가 여전히 여성을 배제하는지 정당화하기 위해 약간의 영리한 말 다듬기를 한 바로 뒤에 (편지에) 이 문장을 썼다.

오늘날 “비 서품 (또는 평신도) 직무”와 “서품 직무”라고 하는 것들 사이를 더 뚜렷이 구분하면 비 서품 직무들을 남성에게만 유보했던 것을 해제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서품 직무에 관해, 교회가 “교회는 여성에게 사제 서품을 할 어떠한 권한도 없다(고 본다)”면,('남성에게만 유보된 사제 서품에 관하여', 원제: ‘사제 서품’, 교황 요한바오로 2세, 1994) 비 서품 직무는 이 유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고, (더욱이) 지금은 적절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 유보는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합리적이었지만 상황이 바뀌면 재고될 수 있다. 또  (어느 쪽이든) 그리스도가 주신 사명에 대한 충실성과, 사도들이 전하고 교회에 맡긴 복음을 살고 선포하려는 열망을 그 판단기준에 따라 주장이 종교적 방식으로 경청되고, 성스러운 방식으로 지켜지며, 신실하게 선포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세례성사가 어떤 이가 특정 직무를 받기 위해 필요한 최고 성사이자 단 하나의 조건이라는 점이다. 그 직무가 “전례적 행위를 통해 수여되든 서품을 통해 주어지든 말이다.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다”

여성에게 일부 직무를 허용한다는 신학적 설명이나 하느님 명령은 전혀 없지만, 다른 직무에 거부한다는 것들은 있다. 이런 것들은 인간이 만든 것들인데, 특히 예수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사제직”을 누구에게도 수여한 적이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이러한 다른 직무(독서직, 시종직 등)를 남성에게만 “유보”하고 있는 것을 해제할 수 있었던 유일한 “판단 기준”은 “그리스도가 주신 사명에 대한 충실성과, 사도들이 전하고 교회에 맡긴 복음을 살고 선포하려는 열망.... 주장이 종교적 방식으로 경청되고, 성스러운 방식으로 지켜지며, 신실하게 선포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과 여성은 세례를 통하여 다 같이 평등하며, (세례가 없다면) 평등하지 않다. 그리하여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갈라 3장 28절) 이 최고 성사를 통해 모든 이는 성덕을 이루도록 부름받는다.

교회는 성품(holy orders)의 성사를 발전시켜 왔는데, 때로는 과장된 형태였고, 그 결과 한 신자가 성스러움에 이르고, 직무를 제공하거나 교회적 권위를 행사하는 (감독하는) 방식이 다른 2계급 체제를 세우는 데 이르렀다.

성스러움에 이르는 보편적 소명 대 삶의 더 높은 상태들

수백 년 동안, 심지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도, 사제직과 수도자로서의 축성은 “단지 세례받은” 것에 비교해 “더 높은 상태의 삶”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례받음에만 근거를 둔 “성덕에의 보편적 부르심”이라는 것의 “교의적 발전”을 공식 인정했다. 그럼에도 아직 교회 직무를 두 계급으로 구분하는 현실은 그대로다. 그리고 여성은 세례받은 교회 구성원이면서도 서품된 이들의 제1계급 지위에서 배제된 유일한 집단이다.

여성들이 이미 수십 년간 해 온 (독서직과 복사) 직무를 할 수 있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식 인정하는 교회법적 변경에 대해 유난을 떠는 것은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머리가 잘 돌아가고 말솜씨가 뱀장어처럼 매끄러운 신학자들은 이번에 교황이 한 일을 지지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아는 신학적 논리를 말랑말랑한 프레첼처럼 마음대로 구부려 갖다 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가톨릭 교회는 결국 여성을 부제직과 사제직에 서품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교회가 해야 할 옳고 성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신자의 절반 또는 과반수가 (그) 직무에 부르신 하느님의 말씀에 온전히 응답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교회는 반신불수 교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세상이라는 “새로운 상황”에서, 여성을 하느님 백성의 2등 계급에 묶어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자살행위다. 요즘 세상에 그렇게 하는 교회는 세상에서 고립된 자기들만의 극소수 종파가 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절망하지 말라. 성령이 계시다. 성령께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기사 원문: https://international.la-croix.com/news/letter-from-rome/catholic-women-are-still-relegated-to-second-class/1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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