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여성 문제들 ‘고백’하고 ‘변화하려는 진정성’ 보이라

지난 11월 22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가 연 ‘시노달리타스와 교회 여성’ 정기 세미나에서 발표한 유형선 씨의 '한국 천주교회는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전문입니다. 여성의 눈으로 한국 천주교회를 다시 보며, 교회가 귀 기울이고 변화시켜야 할 여성 문제들을 짚어 보았습니다. 게재를 허락해 주신 유형선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주

여성의 시각에서 성경을 공부하게 된 이유

2015년 저는 ‘여성과 교회’라는 주제에 천착하게 되었습니다. 큰딸 열세 살, 작은딸 아홉 살이었을 때, 바오로딸에서 나온 어린이 성경을 읽어 주었습니다. 구약 성경을 읽어 주다가 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은 왜 여자보다 남자를 먼저 창조한 건가요?"

"남자의 갈비뼈를 뽑아서 여자를 만드셨다고요? 남자에게서 여자가 나왔다면 여자는 1+1 같은 존재인가요?"

"구약성경에는 형제들만 나오지 자매들 이야기는 없나요? 카인과 아벨 형제, 에사우와 야곱 형제, 요셉 형제 이야기는 있는데 자매들의 이야기는 없나요?"

"하느님은 왜 남자의 하느님으로만 불리는 건지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 외에 여자 누구누구의 하느님이라는 이야기는 없는 건가요?"

평생 가톨릭 신앙생활을 이어 왔으나 딸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제 모습에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물론 구약성경에서 몇 명의 여성 주인공을 찾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딸들의 질문은 보다 근본적인 물음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지금껏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신앙을 성찰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가 저에게는 익숙하지만, 딸들에게는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입니다. 믿었던 성경마저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하느님 이야기는 찾기 어렵고 남성들의 시각으로 그려진 하느님 이야기만 나온다는 것을 딸들의 질문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여성의 눈으로 다시 성경을 보려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책부터 검색했는데, 가톨릭 쪽에서는 여성 시각으로 성경을 해석한 책을 찾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개신교 쪽은 그나마 있었습니다만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있니 없니, 신학대 교수가 될 수 있니 없니’ 하며 교권 내로 여성이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개신교 영역에서 여성신학을 공부하는 모임도 마치 게릴라 전투하듯 소규모 모임을 SNS에 띄우면 그 정보를 받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부를 했습니다. 물론 2021년 7월부터 '성서와 함께 독서클럽'에서 여성신학을 공부하면서 가톨릭 역사 안에서도 ‘여성과 교회’를 고민하고 연구해 온 흔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2021년에 ‘의정부교구 여성신자 실태 및 의식조사’ 조사연구팀에 참여하면서 몇 개월에 걸쳐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본,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큰딸이 질문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하느님은 여성 문제에 관심이 없지 않나요?"

수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그동안 '성서와함께' 독서클럽 등에서 여성신학을 공부한 덕분입니다. 하느님은 여성 문제에 아주 관심이 많다고, 물론 교회가 여성 문제에 소홀한 건 사실이지만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늘 소외받고 차별받는 여성의 편에서 세상을 바라보셨다고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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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여성이 교회에 바라는 점

우선 언급하고 싶은 점이 2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천주교회에서 여성 신자를 대상으로 1000명 단위 이상의 조사를 한 것이 단 두 번이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는 1995년1) 조사였고, 두 번째는 2021년 의정부교구 평협 여성분과의 조사였습니다. 요컨대 한국 천주교회는 여성 문제 또는 여성 신자의 현실이나 요청에 관심을 두지 않아 왔습니다. 두 번의 조사 또한 주교님들이나 신부님들이 주도한 게 아니라, 평신도 여성들의 노력이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조사연구팀으로 참여했던 의정부교구 평협 여성분과의 ‘2021년 의정부교구 여성신자에 관한 실태 및 의식조사’는 총 2154명 응답했으며 그중 여성 신자는 1940명이었습니다. 응답자 연령대는 60대 36.8퍼센트, 50대 31.7퍼센트, 20-30대가 6.5퍼센트였습니다. 조사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 교구 여성 신자 구성원의 일반적인 대표성보다는, 현재 교회 안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주요 계층인 50-60대 응답자의 현실과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특히 갈수록 성당에서 젊은이들 보기 어려운 현실이기에, 소수이지만 조사에 성실히 응해준 20-30대의 목소리에 깊은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2021년 여성신자에 관한 실태 및 의식조사’ 결과 중 주요 몇 가지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여성 교회활동 증진을 위한 변화 과제 
1순위 : 사제와 신자 사이의 의사소통 기능 강화 (21.1퍼센트)
2순위 :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 변화 (20.7퍼센트)
3순위 : 본당 의사결정기구에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 (18.1퍼센트)

2030세대와 4050세대 여성들은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 변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변화해야 할 과제로 꼽았습니다.

2. 여성 신자를 위해 교회가 우선 지원해야 할 활동 
1순위 : 건강한 가족관계를 위한 상담 (13.1퍼센트)
2순위 : 성경 공부 (13퍼센트)
3순위 : 여성들의 리더십과 관계성 훈련 프로그램 (13퍼센트)

2030세대, 4050세대 여성들은 교회이 우선지원 활동 1순위로 ‘여성들의 리더십과 관계성 훈련 프로그램’, 2순위로 ‘성경 공부’를 꼽았습니다.

3. 평협 여성분과 활동 기대 
1순위 : 여성 평신도 지도자 양성 교육과 프로그램 제공 (19.3퍼센트)
2순위 : 여성 신자의 교회 의사 결정 과정 참여 방안 모색 (17.1퍼센트)
3순위 : 억압받고 소외된 여성들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활동 (15.8퍼센트)

2030세대, 4050세대 여성들은 평협 여성분과에 기대하는 활동으로 1순위 ‘여성 평신도 지도자 양성 교육과 프로그램 제공’과 2순위 ‘여성 신자의 교회 의사 결정 과정 참여 방안 모색’이었습니다.

4. 평협 여성분과의 우선 추진 교육 방향 (세대별)

2030세대
1순위 : 여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성경 읽기, 여성 영성 등 교육 (21.1퍼센트)
2순위 : 여성 신자 리더십, 관계성 훈련 (18.1퍼센트)
3순위 : 여성들의 사회문제 관심과 참여를 위한 사회교리 교육 (15.6퍼센트)

4050세대
1순위 : 여성 신자를 위한 기초교리, 성경 이해 등 기본 신앙교육 (22.3퍼센트)
2순위 : 여성 신자 리더십, 관계성 훈련 (16.7퍼센트)
3순위 : 여성의 생애주기별 심리 문제 상담 및 교육 (15.2퍼센트)

60대 이상
1순위 : 여성 신자를 위한 기초교리, 성경 이해 등 기본 신앙교육 (26.0퍼센트)
2순위 : 가정성화와 생명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 (15.9퍼센트)
3순위 : 여성 신자 리더십, 관계성 훈련 (14.1퍼센트)

여성을 대하는 한국 가톨릭의 태도는 변화해야 합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제도 교회에 바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의정부교구 평협 여성분과에서 2021년 여성 신자들의 요청을 어떻게 펼쳐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물론 그 후속 조치로 2022년 상반기에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저자 북토크(2022.3.26)도 했고, ‘여성 경청모임’(2022.4.30)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3-4명 인력이 전부인 의정부 평협 여성분과에서 2021년 조사결과로 드러난 여성 신자들의 요청을 어떠한 방식으로 받아 안고 행동해 나아가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성들은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에 변화가 일어나길 갈망하고 있습니다. 남성들이 결정한 일을 수행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교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남성 시각 중심으로 성경과 신앙을 해석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여성의 눈으로 읽는 성경이란 어떤 것인지 공부하면서, 여성의 영성을 키워 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리더십과 관계성 훈련 등을 통해 여성들도 교회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없습니다. 귀 기울이려 했다면 여성 신자 대상 1000명 이상의 조사를 벌써 수차례 이상 진행했을 것입니다. 귀 기울이려 했다면 평신도들이 주도했던 1995년과 2021년의 조사 결과를 받아 안고 이미 변화를 모색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을 대하는 교회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는 소식은 <바티칸뉴스>에서나 접할 뿐입니다. 현재 여성을 대하는 한국 천주교회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여성을 대하는 한국 가톨릭의 태도는 변화한 적도, 변화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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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청모임에서 나온 이야기

지난 2022년 4월 30일(토), 일산 마두동 성당에 신자 10명이 모여서 '여성 경청모임'을 가졌습니다. SNS로 경청모임 참가자를 모집하였고, 참석한 신자분들의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으며, 저를 포함하여 남성도 3명 함께 했습니다. 3시간을 쉼 없이 여성과 가톨릭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경청모임 내용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의정부교구 보고서'에 반영되었습니다.

여성 경청모임에서 나온 주요 내용은 크게 9가지입니다. 나왔던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정리했습니다.

1. ‘자모회’ 명칭을 ‘학부모회’로 변경하여 부모 모두의 동등한 참여를 권장하고, 성체분배도 여성 신자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자모회(姉母會)라는 명칭을 학부모회(學父母會)로 바꿔야 합니다. 2022년 현재,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학부모회가 있지만, 유독 가톨릭만 자모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가톨릭은 여전히 아이를 기르는 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몫이라는 사고방식을 명칭으로 고정화 시키며 유지하고 있습니다.

- 물론 성당에는 자부회도 있습니다. 자모회와 자부회를 구분하는 것은 가톨릭에 깊이 뿌리박힌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 문화입니다.

- 성체 분배도 의정부교구는 여성이 가능하지만, 서울교구는 남성 또는 수녀만 가능합니다. 성에 따라 특정 역할을 금지하는 문화가 성당에서 여전히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2. 사제가 다양한 가족 형태, 가족(정)관, 혼인관을 고려하여 강론과 사목을 해야 상처받는 신자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사람이 소외되고 있는지 인지하고 그들을 포용해야 합니다. 성당 모임은 주로 자녀가 있는 가정이 모이기에, 자녀가 없는 가정이나 이혼한 사람은 성당 모임에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 교회에서 좋아하는 가정은 소위 정상가족이며 한 주거 지역에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가족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지역 성당에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성당은 받아 안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중산층이면서 가족관계가 결속력 있는 가족만이 다닐 수 있는 종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 작년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 실태 및 의식조사’에서 가구 형태가 다양하게 존재하며, 세대에 따라 가족의 형태와 의식에 대한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본당 경청모임은 본당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연령대이시며, 이분들은 긍정적이고 하느님 안에서 감사하면서 사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본당의 주류를 이루며 교회에서 나아가는 방향에 긍정적인 목소리로 호응하는 분들입니다. 본당 활동에 참여하시는 주류 계층에서 벗어나는 분들의 목소리는 듣기 어렵습니다.

3. 본당에서 여성이 주로 일을 하고 남성이 보조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 성당 청소 봉사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소하시는 분들께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간 청소를 하다 보니 여성들만 청소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흘러 남성들이 대성전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여성들의 목소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본당 안에서 여성 봉사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습니다. 여성 봉사자들의 봉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총구역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만, 행사를 위한 인력이 필요할 때 늘 여성만 동원합니다.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합니다. 행사할 때 남녀 구분 없이 함께 봉사하는 문화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여성에게만 봉사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4. 낙태에서 남성의 책임을 도외시하는 태도, 생명 문제 일반에서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태도, 생명 문제를 낙태 문제로만 환원하는 교회의 태도는 여성 차별적이므로 지양해야 한다.

- 교회의 낙태 반대 운동에 문제가 있습니다. 생명 존중에 대한 반대가 아닙니다. 교회 낙태 반대 운동은 교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까? 교회가 여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낙태 반대 운동에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라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살아 있는지 묻습니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낙태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까지 듣고 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낙태 반대 운동은 다른 목소리를 들을 자세가 있습니까?

- 낙태, 즉 임신중단에 관한 영화를 찍으면서 임신중단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임신중단을 포함한 여성 사제 문제, 교회와 여성 문제의 핵심은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새신자 교리는 하고 있지만, 철학과 신학 등 교육이 바로 서는 게 여성 문제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 낙태에 있어서 가장 핵심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이 핵심에 있다는 점입니다. 임신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하는 건데, 항상 남성은 사라지고 여성만 남아 책임지고, 심지어 낙태에 대해서도 아이를 살리냐 죽이냐 결정권을 모두 여성의 문제로만 귀결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은 남성과 함께 되어야 합니다. 가톨릭은 낙태 문제를 여성으로만 몰아가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의 문제로,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것을 아우를 수 있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 어린이, 청소년을 모두 포함하여 교육을 할 때 생각의 틀이 깨질 수 있고, 낙태를 경험하신 분들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 교회 내에서 낙태 논의 전반에 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작년, 낙태죄가 폐지된 후, 관련된 모든 논의가 멈추었습니다. 천주교 신자 중에서 낙태를 경험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교회 안에서 누가 들어 주고 있습니까? 천주교 안에서 낙태 경험자의 이야기를 해 보자고 누가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 호주제와 동성동본 금혼 조항이 폐지될 때, 이전에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가 낙태를 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회가 용납하지 못하는 가정을 사회가 용납하는 방향으로 갈 때 생명은 존중됩니다.

- 생명존중은 자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여성의 자궁과 남자의 고환을 함께 내세워야 합니다. 교회에서 생명존중의 언어구조는 결론으로 늘 여성만을 앞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 예전에 교회에서 혼인 전 의무 교육을 받을 때, 강사가 낙태를 줄이기 위해 아들을 임신하는 방법을 설명하였습니다. 설마 지금도 그렇게 교육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 딸들은 이런 교육 교회에서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남녀 동등하게 아이를 가지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는 시각을 교회가 가르치길 바랍니다.

- 교회에서 다른 부분을 담당하는 신부님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생명윤리 담당하는 신부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각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 교회에서 생명윤리 운동은 낙태 반대와 배아 줄기세포 반대 운동 방향 밖에 없습니까? 독일 전 녹색당 당수 페트라 켈리가 ‘교회가 낙태 운동 하지만, 무기 감축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었는가?’를 물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운동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자본가를 상대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전기 영화를 보면 낙태를 한 여성을 단죄하지 않고 감싸 앉고 품어 줍니다. 교회가 낙태한 여성들을 단죄하고 처벌하려는 데만 집중하는 태도가 교회답지 않습니다.

- 교회의 낙태반대 운동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그렇다면 낙태를 찬성하는 것이냐?’는 소리만 듣습니다. 가톨릭 여성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낙태 반대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생명 존중’은 맞지만 ‘낙태 반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데 제약이 많습니다. 30년 전과 변한 것이 없기에 30년 전에 목소리를 내던 분들도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는 형세입니다.

- 생명을 소중히 다루는 건 천주교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종교의 덕목이며 심지어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도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런데 낙태죄가 폐지되면 모든 신생아들이 태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하는 방식과 태도에 화가 납니다. 폐지 반대 서명을 하면서 아무 설명 없이 서명을 받았습니다. 교회가 하는 것이고 생명을 지켜야 하니 신자는 당연히 서명하는 것으로 서명운동을 펼쳤습니다.

폭력적이며 무례하고 오만하게 서명운동을 펼쳤습니다. 어느 분은 고등학생이었을 때 좋지 않은 사건을 당해 임신했고, 이삼십 년 전 아이를 낳고 학습을 할 상황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했습니다. 그 이후 ‘내가 죽었어야지’ 하는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었는데, 서명운동을 보면서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조차 안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명운동을 할 때, 이런 분들의 고통을 헤아려 본 적이 있습니까? 이 고통을 예측한 적이 있었습니까? 어떻게 책임을 지고 어떻게 치유를 하려고 이런 사태를 벌였습니까?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하는 이들이 태아발 배지를 달고 사진을 올립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에게 ‘이게 네가 한 짓이야’라고 공격을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폭력은 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장애인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나 문턱 없애기를 하지 않느냐고 본당에 질문을 하면 ‘장애인이 없다’고 답변을 합니다.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인가요?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본당을 따로 만들어서 격리하는 것은 반인권적 행위입니다.

교회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교리를 앞세운 폭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좋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취하는 방법이 폭력적이며 또 다른 이들에게 상처 주는 일입니다. 일상에서 공동 합의하여야 합니다. ‘그럼 생명을 지키지 말자는 것이냐?’고 반문할 때, ‘생명은 지켜야지. 그러나 이런 방법은 아니야’라고 설명해야 합니다.

- 1970년대 80년대는 산아 제한을 국가가 추진했습니다. 정부 정책에 의해 낙태가 조장되던 시기였습니다. 정부가 낙태를 종용할 때 교회는 침묵했습니다. 그렇다면 낙태로 괴로워하는 분들에게 전대사를 선포하면서 경청과 용서하는 행동을 교회가 취해야 합니다.

5. 여성 사제 서품을 허용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여성 부제라도 허용해야 한다.

- TV프로그램에서 ‘3대 종교의 여성문제’를 보았습니다. 이슬람교는 여성은 뒷문을 사용해야 하고 울타리가 쳐진 곳에서만 예배를 볼 수 있습니다. 유대교는 여성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지 못하게 해서 여성들이 시위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찾아보니 2016년부터 여성도 통곡의 벽에서 기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톨릭의 문제로 ‘여성 사제’를 건드렸습니다. 그 순간 내 속에서 ‘여성 사제 문제를 꼭 건드려야 하나?’ 하는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이 보면 가톨릭에 여성 사제가 없는 부분은 정말 문제라고 보는 게 지극히 정당한데, 내 안에서 불편함이 올라오는 건 현 체제에 내가 길들여져 있음을 느꼈습니다. 노인분들 가운데 여성 성체 분배자가 불편하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수녀님이 성체 분배하는 것도 불편하다는 분도 있습니다. 여성 사제 문제 또한 같은 결로 봅니다. 남자 신학생들이 부족해지면서 여성 사제는 필수불가결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지만, 그 이전에, 여성이 사제가 되는 게 지극히 당연한 건데, 왜 여성 사제를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길들여진 상식을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 어느 신부님에게 "여성 사제가 가능할까요?" 질문한 적이 있는데, 신부님의 대답에 놀랐고 잊히지 않습니다. "가능성을 따지는 건 사업가들의 시각입니다. 신앙인은 가능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옳은 일인지를 생각합니다." 여성 사제에 관해 가능성보다 옳은 일인지를 성찰해 본다면 신앙인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다고 봅니다.

- 사회 문제에선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신부도 여성 사제 문제를 언급하면 물타기 발언을 하기 일쑤입니다. 여성 사제 이전에 지금의 사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신자들은 자기보다 어린 신부에게 세배를 갑니다. 가부장적인 시각으로 사제를 보아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데 사제가 중간 착취하는 존재가 되는 건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합니다.

- 교황청은 유리천장을 없애면서 여성을 고위직에 임용한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한국 천주교회 일선 본당에서 일은 주로 여성이 하고 남성이 도와주는 형태를 평생 보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천주교회에서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주교와 신부들입니다. 교황청까지 유리천장을 없애려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는 평신도들이 나서서 한국 천주교회도 주교와 신부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 교회 안 노인들 중에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연로한 어머니가 아들과 단 둘이 살면, 아들은 어머니를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여성 사제가 있었다면 이런 분들의 존재를 감지했을 것입니다.

- 여성 사제가 안 된다면, 여성 부제라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사제들에게 하면 거칠게 대하는 사제들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신앙생활을 하면서 사제와 가까이하지 말자는 생각을 합니다. 하느님 때문에 신앙생활 하지 사제 때문에 신앙생활 하는 것 아니라고 말입니다. 성당에 소외된 이웃을 먼저 챙길 수 있는 단체, 직책이 필요합니다. 여성 사제가 어렵다면 여성 부제라도 꼭 필요합니다. 여성 구역 봉사자들은 일에 절어 지쳐 있습니다.

6. 천주교회에는 여성 시각에서 신앙을 성찰하고 교회를 바라보고 성서를 해석하는 책들이 너무 적다.

- 한국 천주교 내부에서 여성 시각으로 신앙을 성찰하고 교회를 바라보고 성서를 해석하는 책이 없습니다. 그나마 개신교 쪽은 여성 신학자의 여성신학 책과 유튜브 강의 영상이 있는데, 천주교의 여성신학 관련 서적은 몇 권 되지도 않지만 전부 절판으로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천주교의 여성관은 현실의 여성을 보지 못하고 ‘성화 속 성령으로 잉태하신 성모 마리아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7. 젊은 여성들 가운데 자신들의 페미니즘과 교회의 가르침이 충돌하여 교회 참여를 기피하거나 아예 신앙을 포기하는 경우들이 흔하다.

- 교회는 바깥세상의 정의 문제는 목소리를 크게 내는데, 교회 내부를 향한 정의의 목소리는 너무 작습니다. 이 차이가 너무 큽니다. 여성 이슈도 본당에서의 분위기는 여성 없이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남성 신자 없어도 본당은 돌아갑니다. 그런데 교회 밖은 페미니즘 담론 이야기하는데 본당 안은 페미니즘 언급 자체를 침묵합니다.

-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과 이야기하면 관통하는 정서는 비슷합니다. 오늘 같은 경청 자리가 많았으면 합니다. 이런 기회들에 젊은 친구들에게 홍보가 되어서 이런 경청 자리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 중에 페미니즘과 신앙이 충돌해서 성당에 못 나오는 이들이 많습니다. 숨기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유튜브에 정보가 있으면 젊은이들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 30년 전, 여성 이슈를 조사하면서 여성 사제, 낙태 관련 논의 등을 통해 교회와 여성의 관계를 강하게 논의했지만, 그 이후 여성 단체들은 교회 내에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교회 내에서 목소리를 내보았지만, 어떤 반응도 없기에 상처만 받았을 것 같습니다. 수녀님들의 장상 연합회도 여성분과가 있다가 분과 자체가 없어졌고, 본당에 여성분과 있는 곳이 없습니다. 의정부 평협도 여성분과가 있고 작년에 여성에 관해 질문하고 조사하니 고맙다며 많은 분이 응답해 주었는데, 과연 이런 조사 결과를 가지고 여성 신자들고 어떤 것을 도모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교회 밖 사회와 너무 큰 간극이 있습니다. 사회 이슈에서 여가부 폐지 이슈가 뜨거운데, 이 문제를 교회 내부로 가져오면 불편한 사람으로 취급됩니다.

8. 사제들에게 성 인지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 서울 가톨릭신학교는 여성에 대해 배우는 교양 수업이 없습니다. 교수님 중에 수녀님도 없고 오로지 남자 신부님뿐입니다. 신앙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없습니다.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에 신학생들과 페미니즘 이야기도 하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신자들을 이끄는 사목자가 될 사람들이 학교에서 성 인지 감수성을 키울 기회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교구 신학교는 현대 철학을 배우면서 여성 철학자 이야기를 배웁니다. 그런데 서울 신학교는 그런 수업도 없습니다. 여성 과목을 생명윤리위원회 박정우 신부님이 하셨으나, 신부님이 나가시면서 아예 사라졌습니다.

- 교회도 여성 문제 관련 교육을 하지 않고, 여성 리더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도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교회 안 여성의 70-80퍼센트를 차지하는 60대 이상 여성들은 ‘교회는 우리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교회 여성들이 자각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 수 있을지 답답합니다.

9.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교회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 낙태 문제 관련해 교회가 멈춰 있다고 했는데, 차별금지법 관련한 교회의 논의도 함께 멈춰 있습니다. 최근 뉴스 기사에서 예수회 신부님이 "주변을 둘러보라!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신부와 수녀가 대체 어디 있느냐?"며 천주교 종단의 각성을 촉구했는데, 교구 신부가 아니니 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도 상사가 반대하는 의견을 아랫사람이 내기 어려운데, 주교가 듣기 싫어하는 목소리를 교구 신부가 내기 어려운 것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평신도가 교회의 각성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 시노드 기도문에서 "또한 아무도 차별하지 않게 하소서" 문구가 있습니다. 찬미받으소서 기도문에 "가난하고 울부짖는 이들의 아픔을 같이 함께 하자"고 나와 있습니다. 이런 문구를 보면서 한국 천주교회가 많이 변화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가 옳지 않은 길을 갔을 때 눈감고 침묵했음을 성찰하게 됩니다.

-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 문제 역시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것’은 교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교회는 그들을 잘 모릅니다. 애써 듣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 체험이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최근 성소수자 모임에서 차별금지법 반대에 앞장섰던 목사님이 아들이 커밍아웃을 하면서 목사직을 반납하였다고 했습니다. 조직으로 몸담았던 사람도 구체적인 체험이 없으면 변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한국 천주교회는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한국 천주교회가 예수님이 여성을 대하신 것처럼 변화하려면, 눈과 귀부터 열고, 말과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동안 교회가 강조한 여성상은 이미 충분히 반복해서 들려주었습니다. 이제는 말하기보다 여성의 현실 앞에 눈을 뜨고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 주십시오. 감히 두려워 입조차 열지 않는 여성들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고 앰프와 스피커를 연결시켜 주십시오.

이런 세미나를 자주 열어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조사를 하고 문제점을 정리하고 제도와 언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변화를 책임질 사람을 뽑고 힘껏 추진하여 한국 천주교인 모두가 가슴으로 느끼는 변화를 경험시켜 주셔야 합니다. 두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여성 문제를 대하는 주교회의의 자세가 과거와 달리 진심으로 변화했다는 행동을 분명하게 보여 주십시오.

1984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으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전국 사목 회의 의안집"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지금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의견과 희망을 모은 역사적 문헌이라고 합니다. 이 의안집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이 담긴 총 12개 의안(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전례, 신심 운동, 지역 사목, 교리 교육, 가정 사목, 특수 사목, 교회 운영, 선교, 사회)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한국 교회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이 의안집이, 영구 보존되고 다양한 연구와 토론의 자료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단행본으로 발행하였다고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이 사목 회의는 2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하느님 백성 전체, 즉 성직자·수도자·평신도가 같이 참여하는 회의라는 데서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이 의안들은 우리가 선교 300년대를 지향하는 사목 향방 설정에 큰 길잡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는 추천사도 쓰셨다고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전국 사목 회의 의안집"이 내용 중에서 여성 문제를 다룬 부분을 찾아보았고, "제 3안 평신도 (별정문제) '가톨릭 여성의 위치'"라는 글을 찾았습니다. 이 글의 가장 마지막 부분을 옮겨 보겠습니다.

"15. 교회는 가톨릭 여성단체들이 조직적 사도직을 통해서 가정 공동체의 진정한 이익을 보호 증진시키도록 배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는 물론 사회 안에서도 참다운 사랑과 봉사의 자세를 실천에 옮기도록 배려해야 한다. 교회는 교회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 가운데 여성의 특성에 알맞는 일을 찾아내어 가톨릭 여성인력을 조직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이 땅에 빛을” 밝히는 구원사업을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여성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여성의 사회참여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의 지도능력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리고 오늘날의 심각한 청소년 교육이나, 젊은 여성교육, 여성운동, 여성의 사회활동, 여성의 공공생활을 의해서 그 지도능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교회는 여성 평신도의 지위를 보다 더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는 여성의 교회 봉사활동이 정신교육과 신앙교육을 통해서 올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을 통한 여성의 의식 계발은 바로 여성 자신의 존재와 삶을 실현하는 데 근본적인 의의를 주기 때문이다.

셋째, 여성의 일차적 소명이 인격적인 자아실현이며 이차적인 소명이 여성과 가정, 여성과 직장, 여성과 사도직이라고 본다면 이제 교회는 이와 같은 제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가톨릭 여성 문제 연구소를 만들어 여성 자신이 먼저 그의 소명과 사명을 투철히 인식하고 실천하도록 관대히 배려해야 한다.

넷째,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가톨릭 여성의 지도력이 물질적 정신적 면에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려면 먼저 가톨릭 여성운동과 관련된 여성 지도자들이 적어도 민족 복음화를 위한 가톨릭 사상과 신앙이 무엇인가 알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여성 평신도에게 신학공부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권장해야 한다고 본다."

이 글을 접한 저의 소감은

1) 1984년도에도 여성 문제는 별도로 정해야 하는 <별정문제>, 즉 주요 문제에서 벗어난 문제였으며, 삼십여 년이 흐른 2022년에도 여전히 여성 문제는 작을 소(小)자를 붙이는 ‘여성소위원회’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2) 글 후미에 ‘가톨릭 여성 문제 연구소’라는 기구가 나옵니다. 이것이 만들어졌는지요? 운영이 되는지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2018년 미투운동 이후 한국 천주교회에서 만들었다는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 역시도 말뿐이지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요컨대 한국 천주교회가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손을 댄 여성 관련 기구나 조직은 실제로 발족하여 운영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2018년 미투운동 이후 천주교는 교회 내 성폭력 방지로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제 성폭력 피해 접수처’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이후 이 조직들이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대체 누가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인지, 위원회는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사제 성폭력 피해 접수처’는 그동안 어떤 접수를 받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공개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보고 듣는 사람들은 여성을 대하는 교회의 태도에 어떤 평가를 내리겠습니까?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천주교성폭력상담소’에 전화를 해 보니, 출범했던 당시와는 달리 현재는 사실상 일반 여성단체로서 정체성이 강하고, 교회와의 인적 물적 연결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출범했을 당시는 천주교의 일부 지원도 받았지만, 지금은 천주교로부터 지원받는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출범 당시의 정신을 이어 나가려고 ‘천주교성폭력상담소’ 라는 이름과 상담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가톨릭 교단은 교회 내 성폭력 상담을 포함하여, 성희롱, 성차별, 성폭력 구조를 개선하는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고 싶습니다. 개신교회는 종단마다 성희롱, 성차별, 성폭력 예방 및 대처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하고 개선하며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건물을 지으면 당연히 화재대응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화재대응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며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두고 "화재가 나기를 바라는 것이냐?"고 탓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교회 내 성희롱, 성차별, 성폭력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과정과 결과가 투명할 때 문제는 개선됩니다.

1984년부터 책까지 만들어 기록을 남긴 ‘가톨릭 여성 문제 연구소’를 지금이라도 세워야 합니다. 2018년 ‘사제 성폭력 방지 특별 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공개 되어야 합니다. ‘사제 성폭력 피해 접수처’는 교회 내부에서 운영할 게 아니라 교회 외부 기관에 맡기고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공개하는 구조로 가져가야 합니다. 교회 내 성희롱, 성차별의 언어와 구조가 어떤 것이 있는지 조사하고 변화하기 위한 교육과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공개되어야 합니다. 한번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나가야 합니다.

현대 사회의 흐름에 발맞추어 여성 불평등과 성희롱, 성차별, 성폭력에 대해 교회가 단절하는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 줄 때, 사람들은 한국 천주교회가 진정으로 변화했다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2. 여성 불평등을 상징하는 ‘유리천장’과 ‘저임금’부터 한국 천주교회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2022년 10월 14일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 글을 보았습니다. 교회 내 여성 문제를 언급하는 문단을 옮겨 봅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성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활동 지원을 통해 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교회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였다. 그리고 가정 폭력, 성 착취, 성매매, 낙태 등으로 피해와 고통을 당하는 이들을 위한 실제적인 도움과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신자를 대상으로 한 성·사랑·생명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여성에 관해 언급하는 위 문단을 읽으며, 또 보고서 전체를 정독해 보아도, 한국 천주교회가 그리 변화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대화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언급은 있지만, ‘교회가 여성을 차별해 왔고, 현대 사회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교회의 태도는 선교에 큰 지장이 되고 있다’는 표현이 없습니다. 요컨대 ‘요청’과 ‘제안’과 ‘당위’는 있지만 ‘고백’이 없는 보고서였습니다.

종합 보고서를 작성하신 분들은 여전히 여성 문제에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부디 2022년 작성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는 1984년 작성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전국 사목 회의 의안집'과 다른 운명을 걷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와 비교되는 글을 보았습니다. 2022년 10월 27일자 <바티칸뉴스>(VATICAN NEWS)에서 접한 교황청 시노드 보고서입니다. <바티칸뉴스>에서 언급한 교황청 시노드 보고서는 교회의 여성차별 문제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2)

“전례에 참석하고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여성이고 남성은 소수이지만 대부분의 의사 결정과 통치 역할은 남성이 맡고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남성을 교회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여성이 교회 생활의 모든 단계에 더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문서는 계속해서 뉴질랜드의 주교회의 보고서를 인용하는데, 그 보고서에는 "교회 내에서 여성의 평등의 결여는 현대 세계에서 교회의 걸림돌로 여겨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텍스트는 또한 세계 가톨릭 수도회의 구성원을 대표하는 두 엄브렐라 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의사 결정과 교회 언어의 성차별이 교회에 만연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교회의 삶에서 의미 있는 역할에서 배제되고, 그들의 사역과 봉사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함으로써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종교 여성은 값싼 노동력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고려해야 할 영역 중 문서에는 교회의 통치 구조에서 여성의 역할, 여성 설교 가능성, 여성 부제, 여성 사제 서품 문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고백’을 보았고,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언급’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한국 천주교회가 여성 문제를 대하는 보고서에서는 바티칸 보고서처럼 아래의 내용을 분명하게 언급하면서 ‘고백’과 함께 ‘변화하려는 진정성’을 보여 주기를 희망합니다.

① 교회 내 여성 평등의 결여는 현대 사회에서 교회의 걸림돌이다.

② 교회의 의사 결정과 교회 언어에서 성차별이 만연하다.

③ 종교 여성은 값싼 노동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님 즉위 이래 가톨릭 내 여성의 지위가 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습니다. 초대 교회에 여성 부제가 존재했음도 인정했고, 여성 부제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노드 사무국장에 여성이 임명되면서 주교님과 동등하게 안건 투표에 참여할 권리를 얻었고, 바티칸 행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여성이 임명됐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한국 천주교회가 이런 교황님의 움직임에 발맞춘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여성 불평등 문제를 상징하는 ‘유리천장’과 ‘저임금’부터 한국 천주교회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2021년 기준, 성평등 수준을 보여 주는 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전 세계 153개국 중 102위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여성가족부는 한국 성별임금격차가 남성에 비해 여성이 상장 법인은 38.1퍼센트, 공공기관은 26.3퍼센트 적으며 성별 근속연수 또한 여성이 31.2퍼센트 짧다고 했습니다.

이천년 전 교회는 당시 잘못된 사회와 전혀 다른 대안 공동체로 출발했습니다. 24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천주교회 역시 당시 잘못된 사회 한복판에서 대안 공동체를 세웠던 선조들의 노력과 순교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교회 내부에 어떤 여성 차별의 언어와 구조가 있는지를 진실하게 성찰하고 고백하면서 교회의 변화는 시작될 것입니다. 당위를 반복하는 메아리가 아니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며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한국 천주교회에서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그때에 여성 불평등과 여성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대안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1) 1995년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가 우리신학연구소와 함께 전국 7개 교구 20개 본당 20살 이상인 1000명의 여성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
2) Christopher White, 'New Vatican synod document mentions women's ordination, LGBTQ relationships/, VITAN NEWS, October 27, 2022.

유형선(아오스딩)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여성분과 위원.
40대 후반 직장인,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딸을 둔 아버지다. 아내와 공저로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2016), "중1 독서습관"(2019), "탈무드 교육의 힘"(2021)을 썼다. 
전국 도서관에서 ‘가족 독서’에 관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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