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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엿보는 기후위기 극복의 뉴노멀[로세르바토레 사이언티피코]
2019년 말부터 2020년 지금까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코로나-19가 바꾼 질서

2020년 1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증은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감염증의 최초 발원지인 중국과 인접한 아시아 대륙의 국가들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되면서 올해 1월 말부터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방역을 실시해 왔다. 우리나라 방역 당국이 강도 높게 실시해 온 방역대책의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어서 비록 그 방식에는 개인정보의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의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세가 크게 줄어드는 가시적 성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방역은 국민들의 거주이동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 또한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지 않는 등 상호적 개방성을 유지한 상태로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세를 크게 낮춘 것이어서 방역대책의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1월 말부터 중국 국적자들의 입국을 막았고,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중국을 경유하거나 중국에서 출발하여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모든 항공편에 탑승한 사람들의 입국을 막는 등의 강력한 방역대책을 실시하였으나, 이러한 방역대책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이탈리아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바이러스는 중국 본토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1월 말 독일에서 발생한 첫 감염자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와 유사하여, 이를 분석한 학자들은 현재 유럽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중국 본토에서 직접적으로 유입된 것이 아니라 유럽 안에서 바이러스가 퍼져나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의 비비안나 사이먼(Viviana A. Simon) 교수는 뉴욕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도 중국 본토의 바이러스가 아닌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심지어는 미국이 중국 국적자들의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한 이전에 이미 바이러스가 미국 내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 분석 결과들을 참고하면 국경을 막고 특정 국가 국적자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외교적 조치는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아무런 효용이 없었다. 코로나-19 감염증은 입국을 제한하는 것이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일반적인 관념을 무너트렸다. 오히려 서로 간의 신뢰관계 속에서 전염병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대처가 교통수단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입국제한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대처 가운데 하나로서 많은 국가가 방역을 위해 선택한 조치였다. 코로나-19의 전염은 비말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개인 자신들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일정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바이러스의 전파를 최소화하는 전략인 것이다. 이에 따라 상점들은 일정 기간 동안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학교는 무기한 휴교에 들어가며, 종교집회 또한 무기한 연기에 들어갔다. 서울시의 통계자료를 참조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된 뒤 4월 초까지 서울시 대중교통 이용량은 코로나-19 이전 비슷한 시기 대비 28.3퍼센트 줄었고, 서울시내 자동차 통행량도 3.4퍼센트 줄었다. 강도 높은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서 해외에서 귀국한 교민들의 확진사례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숫자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강력하게 시행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기도 하였고, 다른 국가들은 시민들이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매하는 목적 이외에는 불필요한 외출을 하지 않고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권고했다. 코로나-19 감염증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단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없는 일상에서의 질서를 바꾼 것이다.

지난 4월 동안 국내에서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 안내가 붙은 버스 안. ⓒ왕기리 기자

절망 속에서의 확인한 희망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진행되면서 유럽, 특히 이탈리아의 피해는 극심했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에서는 의료체계가 이미 무너져버렸고 하루에도 수백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군용 트럭을 이용해 시신들을 실어 나른다는 절망적인 소식들을 외신을 통해 들어야만 했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증가했다. 급기야는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일 보도되는 절망적인 소식들 사이에서 역설적이지만 희망적인 소식들을 들을 수가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사람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그 결과로 자취를 감추었던 야생동물들이 자신들의 원래 서식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소식들이었다. 또한 대기오염이 극심했던 일부 도시들은 거리 두기의 효과로 대기오염이 거의 사라져 맑은 하늘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소식들이었다. 인간들의 활동이 줄어들자 자연은 본래의 희망적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비록 전염병의 확산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 놓여 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져온 예기치 않은 긍정적 효과로서 ‘자연과 환경의 일시적 회복현상’을 통해 현재 우리가 놓여 있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뉴노멀’의 희망을 엿본다. 우리나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미세먼지 발생은 작년보다 27퍼센트가량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발생 감소는 코로나-19 외에 전년도와 다른 바람과 강수량의 영향,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지정책 시행 등의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와 달리 바람과 강수량의 영향이 적었던 중국 또한 미세먼지 발생이 작년 대비 지역에 따라 11-12퍼센트 정도 줄은 것으로 보아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한 ‘거리 두기’ 방역대책이 대기질 개선에 유의미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즉, 환경오염과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기후위기 문제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직접적으로 나타는 결과이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활동의 범위를 축소시키거나 환경에 영향을 적게 끼치는 새로운 활동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줄어 감염병의 양상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효과 외에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먼저 우려한 곳은 경제학계였다. 경제학자이자 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역사적으로 대공황을 뛰어넘는 대공황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이후에 형성될 새로운 질서 내지는 새로운 기준을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한다. 마치 과학이 과학혁명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상성(normality)으로 재구성되는 것처럼 경제질서가 코로나-19라는 국제적 위기상황이 종료되고 나면 새로운 질서에 의해 재정립될 것이라는 일종의 예측이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최악의 방향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실업률이 늘었으며, 선진국들의 경제성장 둔화세가 관측되고 있다. 칼럼니스트 다수와 경제학자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경우도 방역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에도 예외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의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봉책처럼 임시로 봉합해 둔 신자유주의 체제의 한계가 코로나-19로 인하여 터져나온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만약 이 분석에 따른다면, 기후위기의 문제는 결코 경제문제와 동떨어져 있지 않고, 경제문제와 상관관계를 갖는 변수인 셈이다. 기존의 경제질서가 위기를 맞이하여 ‘뉴노멀’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에 우리를 둘러싼 ‘기후’도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했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다시 복원될 수 있으리라는 새로운 희망의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간의 활동들이 잠시간 멈추자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Pxhere)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생명체들은 자신이 서식하는 외부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 이 외부환경은 지구상에서의 지리적 위치(위도와 경도)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데, 각 위치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나타나는 일정하면서 지속적인 환경을 기후(climate)라고 한다. 지구상의 물질은 일정하게 유지가 되며 물질은 다른 형태로 바뀌면서 일종의 순환을 계속하게 된다. 생명체와 외부환경의 상호작용은 지구상의 각 위치에서 생태계와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종으로 나타난다. 또한 생명체들은 자신들이 서식하고 있는 외부환경에 적응하여 진화를 거듭하며, 현생인류를 포함한 현재의 동식물들은 수억 년에 걸친 생명의 진화의 결과물들인 셈이다. 생태계의 건강함은 이를 구성하는 생물종들의 다양성, 곧 (균형 잡힌 환경을 위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의 정도로 평가될 수 있다. 생태계는 크게 3요소인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로 구성되며 이에 의해 물질은 끊임없이 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3가지 요소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생태계가 외부환경의 작은 변화에 저항하여 스스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homeostasis)이 크게 나타난다. 바꿔 말하면, 생물다양성이 높게 나타날수록 생태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말이다.

올해 4월에 상당히 의미가 있는 연구결과가 <네이처>에 게재됐다(Trisos et al., 2020). 기후위기로 인한 온도의 상승은 생물다양성을 크게 줄게 할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결과는 현재진행 중인 기후위기가 우리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사실 그동안 환경운동을 이끌어 온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은 기후위기가 과장된 허구라고 주장하는 반대론자들에 의하여 비과학적인 주장 정도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Trisos와 그의 동료들의 연구결과는 지리적 위치에 따른 모델링을 통하여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가 과장된 허구가 아님을 증명한다. 기후가 변화하더라도 생명체들은 변화한 기후에 대하여 적응과 진화를 하겠지만, 이러한 거시적인 변화는 각 생물체가 위치한 지리적 조건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도태와 멸종을 충분히 나타내지는 못한다. 기후변화에 따라서 생명체들의 적응과 진화가 이루어질지라도 생물다양성은 크게 줄게 될 것이므로, 기후위기 이후의 생태계가 과연 건강한 생태계로서 존속할 수 있을 것인지는 쉽사리 예측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에 의한 ‘뉴노멀’로 우리가 확인하게 된 것들은 잠시간 인간들의 활동이 축소되자 곧바로 나타난 자연환경의 놀라운 복원력이었고, 우리 인간의 활동이 자연환경 더 나아가서는 기후라는 복잡계에 정말로 큰 영향을 주고 있었음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 역시 기후위기가 과장된 허구라고 주장하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기후위기가 과장된 허구였다면 이 사태를 맞이하여 인간들의 활동이 축소되어도 자연환경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맞이한 경제학적인 ‘뉴노멀’의 상황에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뉴노멀’을 생각해야 할까. 현재까지의 기후위기는 그동안 지속되어 왔던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 의하여 누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 동시에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임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것은 모르거나 경제성장을 위해서 애써 모른 척하는 불편한 진실로 취급한다. 물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모두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위자연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안적인 방법들, 이를테면 ‘뉴노멀’로 고려되어야 할 환경정책들을 선택함으로써 기후위기에 의해 나타날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막고 지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위한 논리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어떠한 유의미한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그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교종 프란치스코는 2015년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전 지구적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한 바 있다. 우리의 지구는 ‘공동의 집’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다수의 희생자가 나오게 했고 여전히 희생되고 있으나, 이 사태를 통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질서를 마련해야 하는 ‘뉴노멀’의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코로나-19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과 정부 방역당국자, 그리고 이 감염병으로 희생된 모든 희생자들을 위로합니다. 덧붙여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로 사망한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참고문헌

“The projected timing of abrupt ecological disruption from climate change” (2020) C.H.Trisos et al., Nature

“The pace of biodiversity change in a warming world” (2020), J.M.Sunday, Nature

이전수(라파엘)
국립암센터 연구원.
연세대 생화학과, 포항공과대 대학원 생명과학과 졸업. 
생명과학 연구자이자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과학-기술-사회(Science-Technology-Society), 과학과 종교간 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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