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패닉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금융시장이 붕괴되고 국경이 봉쇄되는가 하면 세계 대공황의 가능성까지 예견된다. 세계화의 위력과 그 한계를 동시에, 그것도 일상에서 체감하는 전례 드문 상황이다. 국제적 공조의 부실로 인한 각 나라의 중구난방식 대응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거버넌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최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할 과제다.

사실 사람에서 발생한 전염병의 대부분은 동물에서 유래한다. 인류 근대사의 주요 사망원인이었던 천연두 홍역 결핵은 소, 인플루엔자와 백일해는 돼지의 산물이다. 2004년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초반에 새롭게 나타나거나 재발한 인간 질병의 75퍼센트 이상도 동물이나 동물성 식품에서 유래된 병원체가 원인이라고 한다. 이번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온 전염병이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삼림파괴와 경지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많아지면 바이러스가 전달되기 쉽다.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예전보다 훨씬 자주 만나는 어떤 동물에게 그리고 그 동물이 인간을 자주 만나 제2, 제3의 숙주를 통해 옮겨질 수 있다. IPCC(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이변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 또한 병원체의 성장속도를 빠르게 하고 질병매개 동물의 생육환경을 바꿔서 병원균이 더 쉽게 옮기도록 한다고 한다.

둘째. 힘과 정력을 지닌 야생동물을 먹는 보신문화와 그 기저에 깔린 인류의 전반적 육식문화는 언제든지 수많은 질병을 만들어내고 불러들이는 문고리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천산갑이 중간숙주가 돼 사람에게 전파됐는데 문제는 이 동물들을 먹는 사람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동물들이 거래되는 육류 시장은 불결한 환경에다 종을 구분하는 울타리가 없어 각종 동물이 함께 살면서 바이러스가 섞인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셋째. 특히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의 슈퍼배양소다. 더 빨리 더 싸게 대량으로 키울 수 있는 품종만 선택 사육하는 방식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수의 개체가 격리된 채 사육되기 때문에 병원체의 변이가 쉬울 뿐 아니라 여러 개체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면역반응으로 더 강한 바이러스로 진화한다. 또한 사육과정에서 GMO(유전자조작) 사료와 성장호르몬제, 항생제의 남용은 동물들의 몸 안에서 병원체가 기생하며 내성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고기에 축적된 온갖 독소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들어와 결과적으로, 병원체는 더욱 강해지고 동물과 사람은 점점 약해지는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이 공장식 축산의 중단을 주장해 온 이유다. 오늘날 공장식 축산이 일으킨 고통과 처참함은 역사상 일어난 모든 전쟁이 만들어낸 비극을 다 합한 것보다도 크다. 공장식 축산은 어쩌면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일지 모른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생명체에 가한 폭력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10월 IPCC는 인간활동으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서면 기후변화가 걷잡을 수 없는 양의 되먹임이 형성되어 더 이상 인류가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음을 경고했다. 기후과학자들은 임계점까지 8년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다가올 기후위기가 초래할 붕괴와 혼란에 비하면 코로나19는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세계는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깨닫고 변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다.

한층 긴밀한 국제적 공조와 협력의 글로벌 거버런스 구축은 물론, 세계화의 질적 확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놓고 자연과 생명을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 본연의 연민과 자각을 축소하고 마비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관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예수님은 인간들의 집이 아닌, 짐승의 먹이 그릇인 구유에서 태어나셨다. 누군가의 밥그릇 즉 짐승의 먹이로 오심은 강력하고 매혹적인 상징이다. 모든 존재의 영적 음식이 되기 위해 태어나셨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살생 아니면 다른 존재의 자발적 희생,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자신을 다른 사람의 음식으로 내어 주는 행위는 사랑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섭생의 관점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분리된 존재는 없으며 먹고 먹히면서 하나가 되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음식은 삶에서 죽음으로, 다시 죽음에서 삶으로 흘러가게 하는 원천이자 삶과 죽음을 포용하고, 때론 둘 다를 초월하는 영적 신비를 드러내는 중요 은유다.

즉 예수님이 구유에서 태어나심은 인간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아들로 오신 분이 아니라 우주 일체를 자신의 몸으로 섬기시고자 오신 분이다. 인간 세상의 구원만이 아니라 무한 우주의 일체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오셨다는 징표로 이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그럼에도 적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이 인간중심주의와 종우월주의 안에 갇혀 동물과 생명체를 인간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하등한 존재로 여기며 인간 외에 다른 피조물에 대한 학대와 폭력을 침묵해 왔다. 그리스도인이 더 이상 기존의 세계관이나 환경 및 생명에 대해 무관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세계보건기구는 새로운 건강정책 패러다임으로 '원 헬스'(One Health)란 개념을 제시했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환경까지 하나로 연결된 만큼, 인간에게만 이롭거나 동물에만 이로운 것, 혹은 자연에만 이로운 것이 아닌 모두에게 이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축산업이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인수공통 전염병의 창궐 및 만성질환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가축의 감소와 건강한 채식 위주 식사의 보급을 전 지구적인 보건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미국 예방의학학회의 제안에 주목할 만하다. 현재 육식은 기후변화를 비롯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거의 모든 환경파괴 유형 중에서도 선도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이제 우리가 문명 속에서 다른 생명체에 존중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단계의 의식 수준에 와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구조인류학의 창시자이자 신화학자인 레비스트로스는 구약성서 또한 인간의 육식을 타락의 간접적인 결과로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채소와 열매만을 먹었으나 노아 이후에야 인간은 육식동물이 되었다. 인간과 동물들 간의 이런 단절이 바벨탑 이야기 직전에 있었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바벨탑 사건은 인간들 간의 단절이기 때문에, 인간들 간의 단절은 앞서 있었던 인간과 동물들 간의 단절에서 비롯된 결과이거나, 그런 단절의 한 특수한 사례쯤으로 여겨진다. 

유년기부터 아기에게 동물인형을 안겨 주고 동물들과 자연이 가득한 그림책들을 보여 주는 것도 먼 옛날에 조화롭게 보냈던 시절을 하루라도 빨리 되살려 주려는 게 아닐까. 하느님이 사랑으로 세상을 창조했다면 그 피조물을 사랑하고 존경심으로 대해야 함이 마땅하다. 만약 하느님의 피조물을 하느님과는 다른 방법으로 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인간의 오만이자 죄악이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비건채식운동가. 1994년, 환경·시민·종교단체가 총망라된 국내 최초의 국제 채식 심포지엄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와 미래진단 세미나 '퓨쳐비젼'을 비롯하여 세계를 연결하는 지구온난화 글로벌 컨퍼런스 등 수십 차례의 창의적이고 선구적인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왔다. 세계 NGO대회와 유엔 사막화와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관련 활동에도 참여하며 방한 종교 및 환경지도자의 통역일과 각종 주요신문의 칼럼리스트와 자유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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