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에서 새로 일 시작한 타글레 추기경

새 일을 시작하는 데에는 늘 적응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마련이지만,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에게는 통상을 넘어선 더 힘든 과정이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에 임명되어 지난 2월에 로마로 부임하자마자 이탈리아에 코로나19 전염병이 크게 퍼져 전국이 격리봉쇄되었기 때문이다.

타글레 추기경 또한 격리봉쇄 지침에 따라 주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로마에 있는 교황청립 필리핀 대학에서 거주한다. 그는 “(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필리핀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젊은 사제들과 함께 지내면서 안전하고 힘을 받는다. 또한 내가 이들은 내가 함께 있으므로 인류복음화성을 가까이 느낀다. 마침 이들의 나라와 교구는 인류복음화성에 의해 섬김 받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거주하는 사제들과 매일 아침 미사를 공동집전한다. 매 주일 미사는 그가 주 집전자와 강론 사제가 되고, 페이스북에 생중계되는데, 전 세계에 흩어진 수많은 필리핀인 신자가 팔로우하고 있다.

그는 4월 1일 <CNS>가 보낸 질문에 전자우편 답변에서 “격리봉쇄가 일어난 시점에 세계 차원의 일을 맡아 로마에 온 것을 보며, 나는 여전히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는 놀라운 모습들에 경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이 패러독스를 성찰과 기도의 주제로 삼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을 보며 지역과 세계 사이의 다이내믹한 긴장관계에 대해 다시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한 세계의 반응을 보면 “전 세계 차원의 협력이 강화될 기회도 되지만 연대에 대한 위협도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황청에서 복음화를 담당하는 부서의 책임자로서, 그는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대면 미사나 모임이 없는 상황에서 신자들이나 사제, 본당, 주교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데에서 복음 나눔을 위한 큰 잠재력이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 본당 차원의 활동들이 중단된 가운데, 그는 “나는 가정과 학교, 소공동체들이 복음화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 데 크게 마음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례, 수품자 직무, 대중 신심 등의 개념도 다시 정리되고 있는데, 전에 비해 더 선교적인 취지에서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로마 교황청립 필리핀 대학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NCR)

타글레 추기경이 재택근무를 하는 시스템은 인류복음화성 장관으로서뿐 아니라 기존에 그가 맡고 있던 국제카리타스 의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적용되고 있다. 국제 카리타스는 전 세계 국가단위 가톨릭 자선기구들의 국제조직으로서 바티칸에 본부가 있다.

그는 두 업무를 동시에 해낸다는 것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평가될 일이지만, 인류복음화성  관할 국가 대부분은 카리타스가 활발하게 선교적으로 움직이는 곳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세계 많은 곳에서는, 특히 비 그리스도교 지역과 사회의 사람들은, 카리타스가 하는 인도주의적 사회복지 활동을 통해 비로소 처음으로 예수님과 복음, 교회의 사람을 마주친다.” “복음화와 자선은 함께 이뤄진다.”

그는 지금 당장은 코로나 대유행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고 또 그게 좋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 경험을 성찰하고 기도하면서 이 사태가 지금과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간 해 온 성찰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 세계 경제에 아주 큰 영향 주고 있으므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신빈민을 지원함으로써 착취와 폭력을 피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태가 진행되는) 곳곳에서 자비가 분출함을 목격했지만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이 지난 뒤의 미래에는 더욱 그러하도록 고무할 필요가 있다.

—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는 것을 강하게 체험하고 있다. 학교 기관, 회의, 이사회의, 과학 교류, 정서적 응급처치, 유머, 예술가의 연주, 기도 등이 새롭고 창조적 형태로 인간들이 연결됨으로써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공동선을 위한 이들의 인도적 성과를 계속해서 거두고 또 발전시킬 수 있다.

— “우리는 물리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지고, 그래야 했던 원래의 사회적, 박애적 이유가 무엇이었던지를 잊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격리봉쇄, 검역, 거리두기가 고립과 무관심, 편견의 문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아이러니컬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으려는 대책들이 취해지면서 “공기가 더 깨끗해지고, 거리와 집안이 ‘더 안전’해졌다. 치명적인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과 가족, 공동체와 피조물에 대해 더 책임 있게 대하게 되었다. 전염병이 물러가면, 지금 형성되는 좋은 습관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한다.”

— 교회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신앙과 기도가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취약하고 한계 있는 존재이며 불충분한지를 바이러스가 거울처럼 반영해 줬다. 이는 자부심과 자찬으로 너무 나갔던 사람에게는 아주 굴욕적이겠지만, 우리는 이번 바이러스의 기억을 잊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vatican/cardinal-tagle-new-position-looks-lessons-learned-lock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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