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환농위,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 개막미사

천주교 의정부교구 환경농촌사목위원회가(이하 환농위)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을 맞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즉각 행동을 촉구했다.

24일 환농위(위원장 김규봉 신부)가 주교좌 의정부 성당에서 마련한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 개막미사와 환경문제에 대한 발제 자리에서다.

애초 이날 환농위는 ‘찬미받으소서’ 주간 마무리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었으나, 교황청이 2020년 5월 24일부터 2021년 5월 24일까지 1년을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으로 지낸다고 선포함에 따라 개막미사이자 기후위기를 위한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로 바꿨다.

앞서 한국 교회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5월 17-24일 한 주를 ‘찬미받으소서’ 주간으로 지냈다.

<바티칸뉴스> 5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을 위한 새로운 선포를 알리면서 그 배경으로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의 위태로운 상황”과 “전 세계 수많은 취약계층이 겪고 있는 비참” 속에서 “우리가 어린이들의 미래를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날 발제한 박평수 이사장과 미사를 주례한 김규봉 신부, 발제한 윤여정 위원. ⓒ김수나 기자

평신도 환경 발제, “불편함의 영성”, “지금 당장 실천!”

이날 미사에 앞서 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평신도 두 명의 발제가 있었다.

먼저 환농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윤여정 씨(정정혜 엘리사벳, 정발산 성당)가 ‘불편함의 영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윤 위원은 본당 신자들의 페트병 비닐 떼기와 세척, 제조업체에 항의 전화하기 등을 실천하면서 “내 집만 깨끗하게 하는 것만이 내 가족을 위하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내 집 쓰레기는 비워졌더라도 그 쓰레기가 우리 동네와 지역, 넓게는 지구로 옮겨갈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일상의 변화는 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자동차 키를 반납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쓰며, 건강한 제철 먹거리를 선택하고 이웃을 챙기고 배려하며 침묵과 멈춤으로써 일련의 소중한 영성을 깨닫는다면 코로나19의 위기가 축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활동가이자 고양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박평수 이사장(프란치스코, 중산 성당)이 주변 동식물의 생태와 최근 이상 기후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즉각적 실천을 촉구했다.

5개월 지속된 호주 산불과 그 잿물로 인한 물고기의 떼죽음, 2019년 프랑스 폭염과 2018년 한국의 폭염, 아프리카에 사는 적갈색 따오기가 2018년 제주도에서 발견된 데 이어 경기 고양 장항습지에서도 발견된 사례, 장기간 가뭄으로 양서류가 말라 죽고, 끈벌레 같은 유해생물로 한강 하구의 어로 활동이 어렵게 된 사례 등이 제시됐다.

이를 통해 그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나 기후위기가 아닌 기후참사라고 지적한다. 이 사태는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지금 우리 모두의 문제”라면서 “우리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생활 전반을 돌아보고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주교좌 의정부 성당에서 봉헌된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 개막미사. ⓒ김수나 기자

발제에 이어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 개막미사가 김규봉 신부 주례로 봉헌됐다.

강론에서 김규봉 신부는 “기후위기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공동의 집인 이 지구에서 인류가 더 살아갈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를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환경농촌사목위원회는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을 시작하며 교구장과 교구민께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구체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교구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으로 선언”, “교구청, 성당, 사제관, 수도회, 산하 기관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 자제, 절전시설과 빗물저금통, 햇빛발전소 설치 등 대안적 삶 실천” 등을 제시하고, “기후위기를 포함 세상의 여러 문제 해결에 시민사회나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교회의 모든 지혜와 역량 발휘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부터 돌아봐야”

이날 미사에 앞서 김규봉 신부는 “기후위기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다른 모든 행복의 기본 전제”라는 인식이 가장 필요하다며,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자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습관적으로 마시는 일회용 커피 줄이기나 플라스틱 대신 천연소재 칫솔 사용 등 구체적 실천방법은 매우 많다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현재 삶의 방식을 돌아보고, 생명 중심의 가치를 내 삶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신부는 “소형 차를 타면서 환경에 기여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걷기나 대중교통에 비하면 자랑할 만한 게 아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하는 생각부터 돌아보자”면서 “자식에게 한없이 잘해 주고도 늘 부족했다고 미안해 하는 부모처럼 우리도 지구를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발제와 미사를 마무리하며 참가자들은 성당 앞뜰에 모여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노래 '지금 당장 시작해'를 함께 부르면서 실천 의지를 다졌다.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노래 '지금 당장 시작해'를 부르는 참가자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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