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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중 알게 된 성범죄는 신고해야 하지 않나요?[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고해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오늘 다룰 질문을 만나고 보니, '프리스트'('Priest', 안토니아 버드 감독, 1994)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영화가 나온 지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새삼 놀랍지만, 그 영화의 내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이,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소녀가 첫영성체를 앞두고 첫 고백성사를 하는 부분입니다. 이 고백을 들은 사제는 이 사실을 엄마에게 알리도록 소녀에게 충고를 해 주지만 소녀는 아버지가 두려워 엄마에게 알리지 못합니다. 

결국 소녀의 어머니가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고서야 그 범죄가 드러났고, 소녀가 사제에게도 고백을 했었음을 알고 나서 그 어머니는 그 사제에게 가서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서 그럴 수 있느냐며 강한 원망을 표현합니다. 제 가물가물한 기억에는 소녀의 어머니가 그 사제의 뺨을 때렸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딸에 대해 행하는 성폭행이 등장하지만, 요즘 교회는 성직자들에 의한 미성년이나 여성 신자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가 드러나는 현실을 겪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해도 그분들에게서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용서를 청하지 않는다면 아예 용서를 받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회의 안과 밖에서 성범죄가 심각한 지경처럼 보입니다. 고해성사를 통해서 알게 된 성범죄는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당연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럴 수 있다면 정말이지 성범죄를 좀 더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해성사에서 듣게 된 내용이 누설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보호받아야 마땅합니다. 바로 이 원칙 때문에 영화 '프리스트'의 답답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이 원칙이 지켜질 때 사람들이 그나마 안도하며 고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원칙이 지켜지면서도 그 소녀가 당하고 있는 폭행이 알려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면 적어도 미성년 어린이들과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들이 자신들이 당하는 폭력에 대해 용기 내어 폭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감춰진 채 자행되는 일들이 빛 아래 드러나게 된다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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