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고해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인지 치매가 알츠하이머병인지 헷갈리지만 아무튼 알츠하이머병은 우리가 치매라고 부르는 뇌 질병의 가장 흔한 증세라고 합니다. 기억력과 사고력에 문제가 생기며 따라서 이상행동을 보입니다. 옛날엔 어르신들 중 헛소리를 한다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면 노망났다고 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치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치매가 사람을 가려서 오지 않는 만큼 누구든 치매에 걸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성직자도 수도자도 치매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보통 80살 전후로 치매 발병률이 높다고 하지만 더 일찍 뇌 기능에 이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치매를 앓고 있는 사제가 있는데 이분께 고해성사를 부탁해도 될까요? 

일단 그 치매환자 사제가 자신이 사제라는 것을 알고 고해성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면 고해성사가 가능하다고 보겠습니다. 고해를 하는 분은 사제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답답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부담도 없을 것이라 어림해 봅니다. 그 사제는 내가 범한 모든 죄를 죄다 쉽게 잊으실 테니까요.

사실 가뜩이나 부담스런 고해성사인지라 사람들은 고해사제로서 청력이 안 좋거나 우리 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 사제를 선호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사제는 내 죄에 대해 대략 듣고는 대충 넘어갈 공산이 큽니다.

고해성사의 내용은 결국 하느님께서 들으실 것이고 저런 장애를 가진 사제들은 진정 하느님을 대신하여 사람들의 고백을 듣는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설령 꾀를 내서 의도적으로, 치매 증세를 보이는 사제를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저는 고해성사가 유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지, 그런 사람이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고해성사 중 사제와 일정 부분의 대화를 통해 얻게 되는 영적 유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그만큼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성사를 단순히 성사를 봐야 한다는 책무를 “모면”하려는 의도로 활용하는 것은 어째 굴러온 복을 걷어차는 행위처럼 보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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