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요청으로, "지금 위기는 영적 차원 문제"

미국 주교회의는 내년 1월에 모든 미국 주교가 시카고에 모여 1주일간 피정을 하기로 했으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간청에 따른 것이라고 10월 23일 발표했다.

이 전례 없는 움직임은 미국 주교들이 성직자 성학대 추문, 그리고 미국 가톨릭교회의 앞날을 놓고 겪어 온 오랜 분열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이 피정을 지도할 사제로 교황궁 설교자인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신부를 파견한다. 교황궁 설교자는 교황에게 설교할 수 있는 유일한 성직자로서, 카푸친 작은형제회 회원만 맡도록 정해져 있다. 칸탈라메사 신부(84)는 1980년부터 교황궁 설교자로 봉사하고 있으며, 해마다 사순시기에 교황과 교황청 인원을 위한 피정도 지도한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인 대니얼 디나도 추기경은 성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칸탈라메사 신부를 보내서 “우리가 함께 모여 우리 앞의 심각한 문제들을 놓고 기도하는데 피정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해 줘 감사한다고 밝혔다. 칸탈라메사 신부는 좀체로 이탈리아를 떠나지 않는다.

칸탈라메사 신부는 교황궁 설교자로서 교황에게 설교할 수 있는 유일한 성직자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디나도 추기경은 현재 로마에서 열리고 있는 청년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에 참석 중이다.

이번 피정의 공식 초청자는 시카고 대교구의 블레이즈 수피치 추기경이 맡는다. 그는 미국 주교회의 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23일 <RNS>와 인터뷰에서 피정은 1월 2-8일에 열릴 것이며 모든 현역 주교와 추기경, 그리고 많은 은퇴 주교들도 참여해서 약 250-300명의 주교가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수피치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주교들이 미국 교회의 문제를 “단순한 기술적 문제로 치부하지 않기를 원한다”면서, “이는 깊은 영적 문제이고, 나는 교황이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살펴볼 것이 아니라 주교회의라는 한 단위로서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봐야 한다.”

미국 교회의 교계제도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78-2005)과 베네딕토 16세 교황(2005-13) 치하의 오랜 세월 동안 교리와 정치에서 다 보수적인 주교들이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3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면서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사목적인 모습으로 교회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많은 미국 주교와 평신도, 그리고 가톨릭 매체들이 그의 노력을 공개 반대하고 나서면서 교회 안의 분열이 드러나고 또한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긴장은 지난 6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워싱턴 대교구의 은퇴한 대주교인 시어도어 매캐릭 추기경에게 여생 동안 은둔하며 기도와 참회로 살 것을 명령한 뒤로 잇따른 여러 사건과 결합되었다. 매캐릭은 수십 년 전에 한 소년을 성학대했다는 믿을 만한 보고를 교황청이 확인한 뒤 이러한 처벌을 받았다.

이어 매캐릭이 뉴저지에서 주교와 대주교로 지낼 때 오랫동안 여러 신학생을 성추행한 것이 드러났다. 7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캐릭의 추기경 지위를 박탈했고, 매캐릭의 사제복을 벗길 수도 있는 교회법적 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8월에는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이 여러 교구의 가톨릭 성직자가 저지른 성학대 사건을 2년에 걸쳐 조사한 보고서가 나왔다. 약 300명의 성직자가 1000명의 아동을 성학대했다.

위의 거의 모든 성학대 사건이 요즘 일이 아니고 오래전 일이지만, 그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신자들과 일반 대중은 분노했으며 올 10월에는 현직 워싱턴 대교구장인 도널드 우얼 추기경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피츠버그 교구에서 교구장으로 있을 때의 성학대 사건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카고 대주교 블레이즈 수피치 추기경(왼쪽). (사진 출처 = NCR)

사태가 더 복잡해진 것은, 전 주미 교황대사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매캐릭의 일을 알고도 은폐했다며 교황직을 사퇴하라고 공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매캐릭(88)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에 교황으로 선출되기 여러 해 전에 은퇴했다.

이에 미국 주교회의는 올 11월에 열릴 연례 총회에서 제3자가 관여하는 성학대 보고절차를 토의할 예정이었다. 미국 주교회의는 지난 2002년에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사건 처리지침을 마련하고 시행하고 있다.

수피치 추기경은 이번 총회에서 주교들이 믿을 만한 성학대 보고가 확인된 사제와 주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침을 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190개 교구 가운데 약 50개만 그렇게 하고 있다.

수피치 추기경은 또한 주교들이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지켜 온 자치권을 양보하여, 독립된 평신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성학대나 은폐 혐의를 받는 모든 주교 또는 추기경을 조사할 권한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가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분수령에 서 있다. 책임성 문제를 다뤄야 한다. 지금 이 사태가 분수령이고, 책임성이 열쇠이며, 그 누구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수피치 추기경은 미국 교회 전체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처럼 주교들 사이에도 늘 그렇다면서, “중요한 것은 의견 차를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고, 또한 우리가 그 아무도 명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서로 배우려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people/facing-scandal-and-division-us-catholic-bishops-hold-unprecedented-ret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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