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노력을 의도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심각하게 오도하고, 무책임하며, 부정확하고, 불의한”.

이는 지난해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대배심이 가톨릭 주교들이 아동들을 (성직자들의) 성학대로부터 보호하기를 거부했다고 비난한 보고서를 두고 전 <뉴욕타임스> 종교전문기자인 피터 스테인펠스가 묘사한 단어들이다.

이 보고서가 나오자 그간 좀 잠잠했던 미국 내의 가톨릭교회 성학대 추문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다시 크게 불붙었으며, 워싱턴 대교구장이 사임하고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조사가 시작되기에 이르렀다.

스테인펠스는 이 보고서처럼 “무엇보다도 학대자들과 자신들의 기관을 보호하기를 선호했던 교회지도자들에 의해, 펜실베이니아 주의 모든 지역에서 모든 피해자들이 무시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지적한다.

그는 진보적인 가톨릭 매체인 <커먼윌>에 쓴 글에서, 성직자들이 저지른 학대의 무서움과 그 때문에 아이들이 받은 큰 피해는 인정하지만, 이번 대배심 보고서에서는 피해가 교구별로 또는 각 주교의 재임기간별로 전혀 나눠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각 교구와 주교들이 구분 없이 모두 죄가 같게 돼 있다.

그의 글은 1월 25일자 인쇄판 <커먼윌>에 나갈 예정으로, 지금은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그에 따르면, 이 보고서의 한 가지 큰 문제점은 지난 2002년에 미국주교회의 총회가 댈러스에서 열렸을 때 채택한 ‘2002 댈러스 헌장’의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이다. 이 헌장이 채택된 뒤 미국 교회가 성학대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이 지침에서는 (성학대에 관한) 믿을 만한 고발이 있으면 경찰에 알리도록 했고, 평신도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성학대 죄를 지은 사제는 누구든 면직하도록 했다.

그는 또한 “(보고서에 담긴) 범죄 상당수는, 아마 1/3 넘게, 댈러스 헌장에서 (범죄가 확인되면) 자동으로 면직시키도록 한 2002년 또는 그 뒤에 교회당국이 알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알지도 못하는 범죄를 은폐했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물었다.

또 그는 이 보고서가 결론에서 시간 구분 없이 학대 사건과 은폐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주교들이 성학대 처리에 변화가 없으며 여전히 아동들을 위험한 처지에 내버려 두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각 교구가 자신들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침과 프로그램들에 대해 자세히 제출한 증언에 대해 대배심이 주의 깊게 보려고 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이 전혀, 하나도 없다.”

2018년 10월 17일, 펜실베이니아 주 조시 샤피로 검찰총장이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에 대한 대배심 보고서에 대응하는 입법안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 = NCR)

스테인펠스는 펜실베이니아 대배심의 평결이 발표된 뒤 거의 모든 언론의 기사는 보고서 앞부분에 달린 12쪽 분량의 서문과 그 서문에 담긴 10여 개의 심각한 사례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체 보고서는 884쪽이며, 각 교구가 현재 대응하고 있는 사항 등을 포함하면 모두 1356쪽이다. 하지만 각 교구의 대응 사항들은 보고서의 뒷부분에 묻혔으며,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총장 웹사이트에 실린 판에는 아예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각 교구들의 대응 지침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강화되었는지 보여 주기 위해, 스테일펠스는 이리 교구의 사례를 자세히 살폈다.

대배심 보고서는 이리 교구의 도널드 트로트먼 주교가 한 성학대 혐의 사제를 여러 차례 다른 자리로 전근시킨 것은 정확히 썼지만, 그 자리들이 양로원, 성인 교도소 등으로서 그가 아동들을 상대로 일을 하는 곳이 아니었음은 빠트렸다. 그 사제는 또한 이들 장소 밖에서는 사제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금지됐고 그 뒤에는 아예 사제 복장을 입는 것이 금지됐으며, 끝에 가서는 사제직에서 쫓겨났다.

또한 보고서는 트로트먼 주교가 “이들 사제 가운데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고 알려진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 부분은 반영하지 않았다.

또한 보고서는 트로트먼 주교가 모든 (알려진) 피해자를 만나려 시도했으며 치유를 위한 사목적 상담과 자금을 제공했음도 담지 않았다. 트로트먼 주교가 2002년에 교구의 모든 (성학대) 관련 자료를 이리 군 검찰청에 맡겨 살피도록 했으며, 군 검찰은 “위험이 일으킬 만한 자리에 남아 있는 범죄 경력자 (사제)는 하나도 없다”고 결론 내린 것도 보고서는 반영하지 않았다.

스테인펠스는 이리 교구를 이처럼 다룬 것은 절대 예외가 아니었다고 본다. 그는 보고서에 쓰인 “비밀의 써클”이란 구절은 대배심이 암시한 것처럼 교회 음모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보여 준다. 이 구절은 워싱턴 대교구장인 도널드 우얼 추기경이 1990년대에 피츠버그 교구장이었을 때 관련이 있는 것처럼 잘못 쓰였다.

“피츠버그 교구에서 내놓은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한 보고들 때문에 (대배심 보고서 공개 뒤) 우얼 추기경이 워싱턴 대교구장직에서 사임하게 됐음에도, 피츠버그 교구가 보고한 대응 조치들을 보면 보고서에 담긴 많은 주장들에 대해 명확한 반박을 볼 수 있는데, 보고서의 제1113쪽까지 가서 읽어 볼 독자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스테인펠스는 현재 교회 안의 사정들이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배심 보고서에 담긴 일괄 비난이 특정한 입법 목적을 위해 “논쟁에 쓰일 무기로서 디자인됐다”고 본다.

“보고서의 열정적, 생생한 스타일. 교회 지도부를 성학대범들보다 더 나은 점이 없거나 심지어 더 나쁜 사람들로 묘사한 것. 교구별 차이나 시기별 차이를 구분하지 않은 점, 이러한 모든 것은 (성직자 성학대와 관련된) 민사 소송의 제한 조항들을 유보하고 이에 대한 교회의 반대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트리려는 목적을 위해 여론을 동원하려는 의도에서다.”

스테인펠스가 썼듯이, 미국 주교들이 그간 이룬 진보를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들의 경험은 미국인들이 과거에 저지른 똑같은 잘못을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세계 다른 곳의 교회에 아주 중요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주교들이 미국 주교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으며, 이들이 그간 이뤄 온 성과를 무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머스 리스 신부는 예수회 소속으로 <RNS>의 칼럼니스트이며 “바티칸 내부: 가톨릭교회의 정치학과 조직”의 저자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accountability/signs-times/former-new-york-times-reporter-slams-grand-jury-report-cler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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