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카톨릭교협회와 곧 다시 만나기로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종교계를 대표해 평양에 다녀온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21일 광주대교구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담 성과에 대한 평가와 북한 가톨릭교회 인사들과의 만남, 장충성당의 현재, 향후 남북 평화를 위한 과제 등을 설명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에 세 번째로 북한에 다녀왔으며 그동안 남북 가톨릭 교류에 힘써 왔다. 지난 2월에는 종교간 교류와 이해, 협력, 남북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활동하는 한국 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으로 추대되었다.

김희중 대주교는 기조발언에서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일치를 위해 다른 뜻을 가진 사람은 한반도에 아무도 없다”면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우려하는 일부 야당인사들의 뜻도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좋은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해 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을 때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남북한 평화정착에 대해 “정치적 계산과 정략적 이해득실을 따져 자존심을 세우는 것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민족끼리 뜻을 함께하는 데 자존심을 내려놓고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떠한 동맹도 민족보다 앞설 수 없다고 한 누군가의 말처럼 결국 민족은 함께 나아간다”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 정착을 위해 주변국의 협력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더라도 “남북 당국자가 먼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제3국의 방해나 다른 계산을 갖고 접근하는 것을 벗어날 수 잇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남북 종교인들의 방북 때 김 대주교는 조선카톨릭교협회 인사들을 만나 “남북 가톨릭 신자 교류”, “평양 장충성당 보수”, “사제 파견”에 대해 협의하고 1년에 5-6회 정도 대축일에 정기적인 사제 파견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대주교는 “사제 파견을 위해 후속조치로 만나기로 했지만 정부가 승인하지 않았고 당시 일체 대북접촉이 단절되어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북에서 그는 조선 카톨릭교협회 강지영 회장과 만나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서 협의하기로 했고, 북측 가톨릭계가 남측을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초청하겠다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대주교는 장충성당은 성당 자리가 원래 하천 지반이라 지반과 건물이 침하되고 있어 보수보다는 다시 지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북측 인사들은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이 강복해 준 성작을 아직도 보관하는 등 장충성당에 대한 애정이 커서 신축을 무척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강지영 씨는 북한의 조선카톨릭교협회 위원장으로, 조선종교인협의회(KCR) 회장도 맡고 있다.

21일 김희중 대주교는 광주대교구청에서 평양정상회담에서 진행된 남북 가톨릭 교회의 교류사항을 설명했다. ⓒ김수나 기자

김 대주교는 이번 방문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처음 만났다면서 백두산 천지에서 김 위원장이 “제가 사진 찍어 드릴게요”라고 말하고, 남측 특별수행원들이 “(김위원장과 함께) 사진 찍으면 안 될까요”라고 물으면 “얼마든지 오십시오”라면서 응해 준 모습을 소개하며 김 위원장이 “굉장히 소탈하고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백두산 천지에서는 김 대주교가 김 위원장에게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생활을 오래 했으니 세계적인 관광산업의 수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니 “북측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개발하면 번창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웃었다고 전했다.

교황청에 문 대통령 특사로 다녀온 경험이 있는 김 대주교는 한반도 평화 구축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간 합의하고 진행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주변 국가들에게 불안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의 화해와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협조는 물론 러시아와 일본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오는 23일 로마로 출국하기로 간담회 직전 결정됐다면서 “바티칸 외교장관을 만나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소개하고 교황님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지원해 주고 기도해 줄 것을 청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북미정상회담과 이번 남북정상회담 직전에도 “미국 주교회의 의장과 미국주교회의 정평위 위원장, 미국 주교회의에 기도해 주고 도와주면 좋겠다”고 편지를 보낸 바 있다면서 다가올 “북미정상회담도 도와주면 좋겠다는 편지에 미국 주교회의 의장으로부터 백악관에 잘 전달했고 잘 성사되길 바란다는 답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이) 저녁 축제에서 우리 민족의 자결권, 민족이라는 말을 많이 쓰며 우리가 서로 힘을 합하자”고 강조했다면서 “결국 남북 간의 평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로 이어져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데까지 나가야 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김 대주교는 “천지연에서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들어 올리며 웃는 장면”을 보며 “그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풀어지는 메시지”로 여겨진다면서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팔짱을 끼고 천지연으로 내려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상적 장면으로는 삼지연 오찬 뒤 “삼지연 다리 위에서 두 정상끼리만 대화하는 모습”을 꼽으면서 “판문점 도보다리 담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두 정상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주며 하나가 되었다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핵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가 나오지 않았다고 서운하게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김 대주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정상이 같은 방향으로 가겠다고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북한도 엄연한 주권국가인데 너무 몰아세우는 것은 국제 외교 관례상 어색하다”면서 “국제사회 관례로 볼 때 우리가 너무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상호호혜 관계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 대주교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양 당사국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 이슈이므로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백악관과 유엔에 북한과의 관계가 점진적으로 좋아지고 있으니 경제 제재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편지를 보내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터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개인적인 노력으로 미국 가톨릭주교회의와 활발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넓히겠다면서 “미국 주교회의 의장 추기경님을 한국에 초대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아직 답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생태적 가치가 그대로 보전된 평화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평화의 상징으로 선포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김 대주교는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 함께한 북한의 체육부상에게는 광주 국제수영대회에 북측이 참여해 줄 것과 10월 평양공연단의 서울공연 때 광주공연도 부탁했다고 밝혔다.

강지영 씨는 2011년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에 발탁돼 남측과 교류했고, 조선카톨릭교협회 부회장과 조선종교인협의회 상무위원을 맡아 오다, 2015년 10월 조선카톨릭교협회 위원장과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이 됐다. 

그는 1989년 임수경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가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위해 방북했을 때 김책공대 총학생회장으로 함께 지낸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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