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민화위, 한반도 평화 전망 살펴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을 주제로 1일 서울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2018 한반도 평화 나눔 포럼’을 열고,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방법을 찾고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짚어 봤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인사말에서 “이 포럼은 한반도와 그 일대에서 평화를 중재하는 기관인 가톨릭 교회의 중요한 사명을 기억하는 의미를 가진다”면서 교황청은 한국 주교단이 “북한과의 건설적 대화, 상호 존중, 화해의 길로 나가도록 당국에 촉구하고 사회 전체 분위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과 평화 중재자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응원했다.

기조연설에서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은 현재 많은 아시아 나라에서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이유로 인간 존엄성과 종교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이 존중받지 못함을 지적했다.

그는 이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한반도와 아시아에서 진정한 인간화와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는 일은 각 교회가 혼자서는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인간다운 삶1’, ‘인간다운 삶2’, ‘함께하는 삶’, ‘평화로운 삶’으로 모두 4개의 주제회의가 마련된 포럼에서 오즈월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인도 뭄바이대교구장)과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이 첫 시간에 발표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예수님은 평화 그 자체로,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천사들은 “하늘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라고 노래했다”면서 “그리스도인이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사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 사소한 형태로 시작되었다”고 한 말처럼 곳곳에서 수많은 분쟁, 폭력, 유혈사태, 테러리즘이 발생하고 있다며 “평화의 필수 조건은 대화이며 특히 종교간 대화는 교회의 중요한 책무"라고 지적했다. 

오즈월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인도 뭄바이대교구장) ⓒ김수나 기자

이어서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은 평화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우리가 서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하느님이 성부, 성자, 성령으로 따로 계시는 것이 아니라 세 분이 하나의 관계로 한 분의 하느님이 되신 것처럼 평화는 ‘관계’이고 관계를 맺지 못하면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주의 문화로 인해 상대방을 “나한테 소용이 있는가, 없는가”로 바라보게 되면서 “노인, 태아, 장애자, 범죄자들은 제거해도 되는 사람들로 보고, 내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을 파괴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사람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며 나와 관계없는 존재가 될 때 상대의 정체성과 존엄성은 파괴되며 전쟁이 시작된다”고 했다.

그는 루카 복음의 “되찾은 양의 비유,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들면서 양을 되찾았을 때나 재산을 탕진한 아들이 회심해 돌아왔을 때 탓하지 않고 큰 기쁨과 행복을 느꼈던 것은 “그 양은 내게 속하기 때문”이라며 “용서는 이런 관계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용서할 때 복수, 억울함, 파괴심과 같은 마음의 감옥에서 자유로워지며 평화가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북하나재단의 고경빈 이사장은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정착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북한이탈 주민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일반국민이 북한 출신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북한이탈주민 지원과 국내수용 확대를 묻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지난 10년간 긍정응답 비율이 각각 20퍼센트 줄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북한 출신 한국인이 한국에 잘 정착하려면 그들도 변해야 하지만 한국사회도 변해야 하고, 한국 사회의 수용성과 포용력을 키워 남북통합과정에서 통일에 친화적인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김수나 기자

이어 마인섭 교수(성균관대)는 ‘민주화 이후 한국의 불평등과 민주주의 질’을 주제로 민주화 과정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노태우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각 시기별 분배정책과 정치, 국제 경제 환경을 통해 살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약 30년 동안 전반적으로 불평등이 악화되었으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분배정책의 효과”도 시기별로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과정이 경제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가”란 물음에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와 정치적 자유가 확대되더라도 불평등이 반드시 줄어들지는 않으며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으며 성숙한 민주주의로 발전한다면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김성경 교수(북한대학원대)는 ‘분단폭력 넘어 화해의 가능성’을 주제로 분단체제가 일반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 인식에 끼친 폭력적 영향을 살폈다.

그는 “정치나 제도가 만들어 낸 변화로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며 “사회적 배제와 폭력에 반대하는 윤리적 주체가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바꿔 낼 수 있는 정치적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포럼은 2016년에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 열린 국제 공개토론회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대화할 것과 대북 인도지원에 더욱 힘쓸 것을 한국 교회에 권고하면서 서울대교구가 평화를 위한 활동의 하나로 마련하고 있다.

1일 서울 가톨릭대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성직자와 국내 전문가, 학자, 평신도들이 모인 가운데 '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을 주제로 2018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이 열렸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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