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신부(예수회 민족화해위원장) 인터뷰

김연수 신부. ⓒ지금여기 자료사진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모습을 보며 어떻게 느꼈나?

스킨십과 농담이 오고가는 편안한 만남이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으면서 “저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하고 말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보시겠습니까” 하고 제안하고 즉석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에 손을 치켜들고 포옹을 하기도 하였으며, 환송행사에서는 손을 꼭 잡고 영상물을 관람하는 모습도 보였다. 두 정상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회담을 마치고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모든 기자들을 물리치고 오랫동안 둘만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신뢰를 쌓아 갔다.

무엇보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는 한 겨레, 한 민족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두 정상은 통역 없이도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해는 '대화'를 통해서만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시면서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남북 정상들이 만나고 북미 정상들이 만나 대화를 통해 용서와 화해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진정성 있는 대화는 서로 오해를 푸는 의미 있는 기회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만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만나면서 정상적인 국가임을 드러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아쉬운 점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남한은 정전협정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평화협정을 맺을 때 상당한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올해 안에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결의했고, 주변국의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선언문에 담았다. 그리고 북한 비핵화 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는데,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는 핵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할 뿐 결코 안보를 지켜 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동북아 평화와 전 세계의 평화를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천명했다.


-앞으로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선언문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특히 4자 회담이 적극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종전을 위해서는 휴전협정에 관여했던 미국, 중국, 북한이 함께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고, 남한 역시 평화협정의 대상 국가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남한과 미국은 '선 핵폐기, 후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북한은 '선 평화협정, 후 핵폐기'라는 상반된 견해를 놓고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려왔다. 2005년 6자회담에서 체결한 9.19 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행동 원칙'을 담고 있었다. 이 방법은 중국이 주장하는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를 병렬적으로 이행해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제 남한과 북한은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데 '병렬적인 이행'에 합의를 봤다. 중국은 이 방법에 이미 공감하고 있으며, 미국도 공감해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 군축 등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핵심이기에 비핵화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일본은 일본인 납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으며,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진정으로 일본인 납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평화체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 역시 남북이 평화체제를 이루도록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다면 주변 국가들이 북한 개발에 투자할 수 있고, 북한과 무역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경제 발전은 당연히 주변 국가들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북한 '사회'와의 만남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산가족 상봉'이 판문점 선언문에 들어가 있는데, 인도주의 차원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5년 기준 약 13만 명이 이산가족 상봉을 정부에 신청했지만, 그들 중에 이미 6만 명이 세상을 떠났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제는 그들의 아픔과 슬픔이 멈춰야 한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산가족이 고령화되고 그들 중 많은 이가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들이 죽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가동 재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남북은 2000년 북한 개성에 총면적 2000만 평 규모를 개발해 공단을 만들도록 합의했다. 당초 계획은 2011년까지 총 2000만 평의 부지 위에 800만 평의 공단과 1200만 평의 배후도시를 계획하고, 70만 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었다.

이곳은 원래 북한의 군사기지였다. 하지만 북한은 군사기지로서 요충지를 포기하고 공단을 조성하도록 내 주었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강제로 철수 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개성공단 구역은 겨우 100만 평 밖에 개발되어 있지 않았고, 남한 기업 125개가 들어가 가동 중이었으며, 북한 노동자 약 5만여 명이 일하고 있었다. 만약 처음 계약했던 대로 2000만 평이 개발되었다면 이미 통일된 것이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통로를 통해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노무현 정부 때 실시됐던 것처럼 지방자치단체, 종교단체, NGO 등 다양한 통로를 활용해 농사기술, 농기구를 제공하고, 복지시설, 병원, 학교 등을 세우는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남북이 일치를 이루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정치적인 것도 이념적인 것도 아닌 문화적 차이가 될 것이다. 분단 70년이 지나는 동안 남과 북은 문화뿐만 아니라 언어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문화교류를 통해 사상의 일치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미 진행 중이지만 북쪽 근접지와 북한 내에서 땅 투기가 성행할 것이다. 이러한 땅 투기를 통제할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정상회담이 있기 이틀 전, 이 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전 세계의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시겠다고 말씀하셨고, 온 교회가 함께 평화의 하느님께 기도하기를 부탁하셨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하느님께 은총을 청하는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계속 남북의 평화체제와 동북아의 평화,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실천'이 필요하다. 교황 바오로 6세는 “만일 당신이 평화를 원한다면 정의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평화를 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 평화를 이룬다는 것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살아 내야만 하는 당연한 것이다. 평화는 가만히 있으면 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을 들여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와 각 교구, 수도회는 민족화해위원회를 설립해 대북 지원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남한 천주교회는 교구별로 북한 지역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이 지역들에 관심을 갖고 기도하고 복음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복음화 과정에서 지역별로 다양한 접근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접근 방식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재건주의' 접근 방식, 북한 신자들과 함께하는 '협력주의' 접근 방식이 병행되어야 한다. 어떤 지역은 천주교회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곳도 있을 것이고, 아직 북한에 신자들이 남아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접근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남아 있는 신자들과 협력해서 복음화를 하는 방식이야말로 복음 정신에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북한 가톨릭교회는 2015년 12월 1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 주교특별위원회 주교 5명과 사제들 그리고 주교회의 실무진을 포함하여 17명이 장충성당을 방문한 계기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남북 관계가 좋아진다면 남한 천주교회와 북한 천주교회가 협의 중이던 장충성당 재건, 교리교육관 설립, 사제 파견 등 다양한 교류를 통해 북한의 신자들이 정상적인 성사 활동, 자체적 복음 전파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남북 천주교회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숨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 천주교 신자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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