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미 교황대사, "교황 사임해야" 주장

전 미국 주재 교황대사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폭력을 덮었다고 공개 주장하고 교황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교황은 그 문서는 “스스로 드러낸다”(speak for itself)고 말했다.

교황은 8월 26일 아일랜드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비가노 대주교가 보수 가톨릭 매체들에 보낸 11쪽짜리 문서를 “주의 깊게 읽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도 이 문서를 읽었다면서, “나는 이 일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겠다,” “나는 이 문서는 진위가 그 안에 드러난다고 생각하고, 여러분은 (이 문서를 근거로 취재하여) 결론을 끌어낼 충분한 언론인으로서 자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여러분이 결론을 내리면, 아마 그때쯤 내가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능숙한 전문 언론인인 여러분이 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일랜드 방문 중 과거 아일랜드에서 있었던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사과하고 피해자 일부를 만났다.

비가노 대주교의 편지는 교황의 아일랜드 방문 이틀째인 26일에 발표됐는데, 가톨릭 교회 안의 전현직 고위 관리 수십 명이 지난 20년 넘게 매캐릭의 혐의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내용이다.

매캐릭은 수십 명의 신학생, 그리고 한 소년을 성폭행한 혐의로 현재 교회법에 따른 재판 중이다.

비가노 대주교(77)는 2011-16년에 미국 주재 교황대사로 일하다가 (교회법상 주교 은퇴 연령인) 만 75살이 되자 은퇴했는데, 교황이 "해임"한 것으로 해석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연방법원 명령을 어기며) 동성애자 신혼부부에게 혼인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한 공무원을 만나게 해서 논란을 불렀던 것도 한 이유로 알려졌다.

비가노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매캐릭의 혐의들을 알고 있었다며 교황이 주장해 온 “절대 불관용” 원칙의 모범을 매캐릭의 학대행위를 은폐했던 모든 추기경들과 주교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교황직을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블린에서 로마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사진 출처 = NCR)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7월 27일 매캐릭이 추기경직에서 사퇴하는 것을 수락한 바 있다. (추기경직은 일반적으로 종신직으로 여겨지며, 생전에 사퇴한 것은 근대 들어서는 20세기에 1번 있었고, 21세기에는 매캐릭이 처음이다.)"

하지만 비가노 대주교가 문서에서 한 주장 가운데 적어도 여러 가지는 역사적 사실과 어긋나며, 또한 이념적 주장들로 짜여 있다.

그는 자신에 앞선 두 교황대사도 매캐릭의 성폭력 사실을 교황청에 즉시 보고했으며, 이에 베네딕토 16세는 매캐릭이 공적으로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여러 제재 조치를 내렸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뒤 이 제재조치를 풀고 오히려 “신뢰하는 자문”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매캐릭이 블레이즈 수피치 추기경(시카고 대교구)과 조셉 토빈 추기경(뉴어크 대교구)의 임명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교회 내 진보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현 워싱턴 대교구장인 도널드 우얼 추기경은 자신은 비가노 대주교가 말한 것과 같은 매캐릭에 대한 어떠한 정보나 금지조치를 교황청으로부터 문서로 받거나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6월에 전 워싱턴 대교구장인 매캐릭의 공적 미사 금지 등 정직 조치를 내리고 이어 7월에는 그가 추기경에서 사퇴하는 것도 받아들였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accountability/pope-francis-dismisses-viganos-accusations-mccarrick-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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