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사제들은 교무금을 낼 수도 있고 안 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교무금은 각 동네의 본당과 얽힌 사안인데, 교무금을 받아 본당을 운영하고 소속 교구에 보조금을 납부하는 이가 본당을 책임진 사제이기 때문입니다.

교무금은 한국 교회에 있는 독특한 제도입니다. 사제가 충분치 않았던 초기 한국교회는 공소를 거점으로 지역 교회공동체들이 뿌리내리도록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공소를 유지하기 위해 신자들이 모았던 자금이 교무금의 기원이 됩니다. 헌금의 일종이라 할 수도 있지만, 주일 미사에서 봉헌하는 헌금과는 달리 액수가 정해져 있고 1년이라는 기한이 있습니다. 오늘의 맥락에서 보면, 자신의 교적이 있는 본당을 운영하는 데 보태고자 신자들이 각자의 형편에 맞춰 정기적으로 모으는 돈이 교무금인 것입니다.

외국 교회, 특히 그리스도교 문화가 유구한 유럽 교회는 국가적으로 종교세를 거둬 교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주일미사 봉헌금도 있다고는 하지만 신자들의 인구가 많지 않아 봉헌금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세 등을 통해 오래된 교회 건물을 유지 보수하는 것부터 교회에서 일하는 이들의 인건비까지 다양한 항목에 지출합니다.

이렇게 보면, 나라별로 교회 운영을 뒷받침할 만한 재정확보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 우리나라의 방식이 교무금인 셈입니다.

개신교에서 요구하는 십일조에 비하면 교무금 제도는 그 요구 강도가 훨씬 느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본당에서는 교무금 납부의 의무만으로 끝나지 않는 일들로 인해 본당 신자들이 본당을 기피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교회를 신축하거나 교구 차원의 사업에 특별헌금을 모아야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그런 예입니다.

실제로는 좀 더 넓게 해석해 볼 수 있지만, 교회법을 통해 보면 교무금은 다음의 항에 연결된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가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교회법 222조 1항)

각 본당에서 교무금 책정은 교적상 세대주가 소속 본당과 상의하여 이루어집니다. 보통 "월수입이 얼마면 교무금은 얼마" 하는 식의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기준에 맞출 수 없는 특수상황일 경우에 본당 담당사제와 면담을 통해 교무금을 대폭 할인받거나 면제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교회법으로 보면, 본당 사제는 신자들이 모아 준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당사자이므로 교무금을 내기보다는 받는 입장에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사제는 본당의 형편이 어려우면 개인의 생활비를 보태서라도 본당의 재정에 보탬을 주고자 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는 교무금을 낼 수도 있고 안 낼 수도 있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교무금은 의무입니다. 내고 말고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낼 수 있는 형편을 헤아려 잘 책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교회도 예산을 책정하고 규모에 맞게 해마다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낼 것은 내고 사용처에 대해 투명하게 보고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합니다. 그래야 본당 공동체를 위해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설령 교무금을 낼 만한 형편이 못된다 하더라도, 성경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처럼 헌금은 내도록 애쓰기 바랍니다. 오갈 곳 없는 이들이 잠시 비를 피하거나 국수 한 그릇이라도 편히 앉아 먹을 곳은 마련하자는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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